도요타 ‘GRIP’ 애니메이션 말미에 기존 GR 라인업 GR 수프라, GR86, GR 코롤라에 이어 4번째 GR이 공백으로 남은채 스치듯 지나간다. (출처:GRIP Movie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도요타가 새로운 GR(가주 레이싱) 모델을 암시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번에도 충분히 확신을 심어주는 전형적인 도요타 방식을 선택했다. 도요타가 제작 중인 ‘GRIP’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말미에 스쳐 지나가듯 등장한 컴퓨터 화면에 현재 라인업인 GR 수프라, GR86, GR 코롤와 함께 공백으로 남은 의문의 'GR ■' 이니셜을 공개했다.
새로운 GR 라인업을 암시하는 듯한 화면은 그 순간 바로 끊겼다. GRIP는 섀도 체이서 OS라는 AI·자동 제어 프로그램에 의해 “운전의 스릴과 감각”이 사라진 세상을 그린 도요타 홍보 애니메이션이다. 자동차가 효율성만 강조한 이동 수단으로만 취급되고 스피드·감각·의지·모험 같은 건 불필요한 ‘노이즈’로 간주되는 흐름에 저항하며 '운전의 재미'를 지키려는 팀 GRIP(Team GRIP)의 활약을 다룬다.
GR 라인업은 이미 뚜렷한 개성을 갖춘 세 가지 모델로 구성돼 있다. 직렬 6기통 스포츠카 GR 수프라, 경쾌함과 접근성을 담은 GR86, 그리고 랠리카의 무드를 도심에서 구현하는 GR 코롤라까지.
그러나 애니메이션에 공백으로 등장한 네 번째 궁금증은 도요타가 GR 브랜드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공백을 채울 새로운 모델이 향후 GR 라인업의 성격을 결정할 중요한 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셀리카의 부활이다. 셀리카는 과거 도요타의 대표적인 합리적 스포츠 쿠페로 대중성과 운전 재미를 모두 잡았던 상징적인 모델이었다. 실제로 이전 ‘GRIP’ 시리즈에서도 ‘셀리카 Mk8’이라는 텍스트가 포착된 바 있어 이미 팬덤 사이에서는 셀리카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도요타 GR 라인업. (출처:GRIP Movie 캡처)
또 다른 가능성은 GR GT3 기반의 슈퍼카다. 도요타는 이미 GT3 레이싱 규격에 맞춰 트윈터보 V8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차량을 개발 중이며 이 모델의 양산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만약 이 모델이 GR 브랜드 내부에서 양산형으로 완성된다면 이는 단순히 ‘스포츠카 라인 확대’가 아니라 GR이 도요타 브랜드 내에서 차세대 하이엔드 퍼포먼스 라인을 담당하는 독립적 ‘정점 브랜드’로 자리 잡는 분기점이 된다.
도요타는 앞서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전설적인 렉서스 LFA의 후속 모델인 'LFR(Lexus F Racing)’의 전면 그릴에 GR 배지를 부착한 티저 이미지를 공개, 800마력급 하이퍼카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예고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도요타가 이러한 행보를 대중적인 쇼업이나 화려한 발표가 아니라 작은 단서와 은근한 힌트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의 여백, 화이트보드 한 줄, 시기상 미묘하게 공개되는 개발 사진을 통해 팬 커뮤니티 스스로 추론과 토론으로 움직이게 하며 기대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GR의 네 번째 이름이 셀리카일지, GT3 슈퍼카일지, 혹은 전혀 다른 방향일지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라인업 확장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을 여러차례 암시하면서 도요타의 다음 장에 대한 팬덤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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