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배터리 생산 시설이 늘면서 과잉 생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석이 나왔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전세계 배터리 산업에 과잉 생산(capacity surplus)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알릭스 파트너스(AlixPartner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이 각 지역 수요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익성과 구조조정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시장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수요의 약 1.9배, 유럽은 2.2배, 중국은 무려 5.6배에 달한다. 특히 중국은 정부 정책과 보조금 경쟁으로 공장 증설이 가속화됐지만 자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해외 수출 규제 강화로 공급 과잉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지목했다.
과잉 생산으로 공급이 넘친다고 해도 전기차 가격이 당장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배터리 소재 가격과 공정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정부 보조금 축소 시 소비자는 ‘전기차가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인지’를 다시 따지기 때문이다.
알릭스 파트너스는 “소비자가 신차 구매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 한 EV 수요는 예상만큼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둔화와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략 재편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업체는 배터리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를 전력망용 BESS(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알릭스 파트너스는 향후 북미의 전기차 보급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2030년 EV 판매 비중 예상치를 기존 36%에서 18%로 절반 가까이 낮췄다. EV 전환의 속도가 초기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석을 두고 “전기차 전환 속도의 재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과열 국면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가 동시에 발생했지만 소비자 구매력과 시장 체력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2~3년간이 배터리 산업의 전반적인 조정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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