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치고 올라오는 새벽빛, 맞부딪히는 두 잔이 내는 맑은 소리.
시작의 마음을 안고 사가의 도자기와 술을 찾아 떠난 여정.
아리타 도자기를 한자리에서
아리타세라
약 6만6,000m2 부지에 700m의 거리 양옆으로 22개의 아리타 도자기 전문숍들이 늘어서 있다. 장인이 만든 예술품부터 일상에서 쓰기 좋은 식기 도구, 아기자기한 동물 인형과 도자기 소품 등 다양한 쓰임새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리타 도자기는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자기로, 우리나라와도 연이 깊다.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조선인 도공 이삼평이 아리타 도자기의 창시자라 할 수 있기 때문. 일본 영주로부터 백자 제작을 명령받은 그는 1616년에 자신이 이끄는 조선인 도공 집단과 함께 이 지역에서 도자기의 원료인 양질의 도석(고령토)을 발견했다. 도공들은 각종 기술을 연마하며 도자기를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 낸 아리타 도자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일본 도자기를 대표하는 말이 곧 아리타가 됐다. 아리타세라에서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아리타 도자기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집안 그릇을 모두 바꿀 기회
코우라쿠 가마 트레저헌팅
산더미처럼 쌓인 도자기 속에서 제한 시간 내 바구니에 마음껏 골라 담아 보자. 단아한 미가 돋보이는 백색 도자기 또는 화려한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 유색 도자기를 매의 눈으로 톺아보고 원하는 걸 쏙쏙 집어 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정해진 바구니 높이에 맞춰 테트리스 하듯 담아야 한다는 것. 마구 담다 보면 몇 개 안 넣었는데, 바구니가 금세 꽉 찰 수 있다. 트레저헌팅은 10여 년 전 코우라쿠 가마의 브라질 코디네이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사용에는 문제없지만 살짝 흠집이 나 있는 도자기 재고들을 저렴한 값에 내놓은 것. 골라 담기보다는 원하는 걸 제값 주고 수집하고 싶다면 바로 옆의 숍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오롯이 담긴 조선의 기술
이마리 오카와치야마
산세가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도자기 마을.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춘 여러 도자기 가마와 공방을 둘러보며 구매도 가능하다. 가마의 벽돌 굴뚝이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하는데, 마을의 시작은 3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리타에서 고품질의 백자가 생산되자 인기가 치솟았다. 사가번의 나베시마 가문은 도자기 장인들의 백자 기술 유출을 막고, 고품질의 백자 생산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암벽을 깎아 마을을 만들었고, 도자기 장인들을 아리타에서 이주시켜 외부와 단절된 이곳에 살게 하며 도자기를 만들게 했다. 그렇게 완성된 도자기는 황실이나 쇼군, 영주에게 헌상품으로 바쳐지곤 했고, 나베시마 도자기라 불렸다. 이곳에서 도자기 가마와 공방을 둘러본 다음 꼭 가야 할 곳은 도공 무연탑. 무연고 고려인을 비롯해 조선인 도공 880명을 기리기 위해 탑을 쌓아 만든 묘지다.
사가 도자기 컬렉션,
이치반칸
사가를 대표하는 도자기 상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갤러리 이치반칸. 1976년부터 도자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희소성이 높은 미술품부터 가라쓰와 아리타의 장인별 작품과 일상 식기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가라쓰 도자기는 1580년대 시작해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는데, 흙 자체가 가진 소박한 외양과 따스한 색감이, 아리타 도자기는 매끄럽고 흰 표면 위 화려한 색감이 특징이다. 주인장이 직접 가라쓰와 아리타의 도자기 가마와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그의 안목으로 하나하나 엄선한 도자기 컬렉션으로 매주 새로운 상품을 선보인다. 2층 갤러리에서는 도예가들의 개인전과 특별전을 개최하고, 상설전에서는 자라나는 젊은 가라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바로 맞은편에는 주인장이 선택한 가라쓰 도자기 식기 및 지역 음식과 사케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바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취재협조 사가현 관광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