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밝히는 반딧불이 사이에서 다크 포토볼타익스로 점등된 작은 LED 전구가 빛을 내는 AI 이미지.(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외부 에너지 없이도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면.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일이 현실 세계의 문 앞까지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면 인류의 에너지 시스템은 더 이상 태양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다.
밤의 시간에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론을 미국 UCLA 연구팀이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발전량은 아직 미미하지만 기존 태양광이 멈추는 밤 시간에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술적 단서를 찾았다는 점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본 원리는 1821년 발명된 열전쌍(thermocouple)의 온도차 발전 효과에서 출발한다. 현실화한다면 태양광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저전력 IoT와 오지 전력 접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저비용 야간 발전’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다크 포토볼타익스(Dark Photovoltaics)’로 불리는 이 이론은 밤이 되면 우주 방향으로 열을 복사해 방출하는 과정에서 물체의 표면 온도가 주변 공기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한다. UCLA 연구팀은 이 자연적 냉각 과정, 즉 ‘복사 냉각(radiative cooling)’ 현상을 열전 발전과 결합해 전력을 생산했다.
검정색 알루미늄 디스크가 밤하늘을 향해 열을 방출하고 온도차를 열전소자가 감지해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제작 비용은 30달러 이하로 매우 저렴해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발전량은 25mW/㎡ 수준으로 일반 태양광의 수백~수천 W에 비하면 극히 낮다. 그러나 기술적 의미는 태양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이 불가능한 어둠에서도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태양광은 해가 지는 순간부터 발전이 멈추고 저장 장치(ESS)에 의존해야 하지만 다크 포토볼타익스는 이 시간대를 보완하는 저전력 운영이 가능하다. 기상관측 장비·오지 센서·IoT 통신 모듈·야간 조명 등 최소 전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특히 유용하다.
물론 넘어서야 할 한계도 명확하다. 발전 효율은 지역·기후·구름·습도 등 환경 요인에 좌우되며 단독 발전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재 개선 및 열전 효율 향상이 이루어질 경우, 야간 저전력 생태계 구축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다크 포토볼타익스는 태양광 다음이 아니라 태양광 ‘옆에 놓일 기술’로 밤을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첫 실험이다. 태양광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전력 옵션이라는 점에서 향후 모빌리티·센서 인프라·개도국 전력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