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테인먼트 중심의 전장 기업 하만과 차량 주행·안전 기술을 축적해온 ZF가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시대를 향해 전략적 결합에 나섰다. (ZF 제공)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HARMAN)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한다. 거래 규모는 15억 유로(약 2조 6000억 원)로 최종 인수는 각국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 2026년 하반기로 예정됐다.
업계는 삼성의 ZF ADAS 인수를 두고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로 향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권력 지형 변화를 상징하는 거래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로 하만은 스마트 카메라, 레이더, 중앙 연산(컴퓨트) 플랫폼, ADAS 소프트웨어 등 차량 ‘인지와 판단’을 담당하는 핵심 기술을 손에 넣게 된다. 약 3750명의 ZF 인력도 하만으로 이동한다. ZF는 재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구동·섀시·상용차 기술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2016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은 그동안 디지털 콕핏, 인포테인먼트, 오디오, 커넥티드 플랫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SDV 시대로 전환되며 완성차 업체(OEM)가 요구하는 것은 단일 부품이 아닌 통합 전자 아키텍처라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다.
하만이 강조해온 ‘소비자 경험을 자동차 등급의 품질로 구현(Consumer Experiences. Automotive Grade)’하는 전략은 전자기기의 속도와 직관성을 차량에 이식하되 자동차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번 ZF ADAS 인수는 그 전략의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에 가깝다.
하만은 ZF의 ADAS 역량을 자사의 디지털 콕핏 및 중앙집중형 컴퓨트 구조와 결합해 주행 보조·안전·UX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차세대 차량 아키텍처를 OEM에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시스템 통합 복잡도를 낮추고 개발 주기를 단축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번 거래의 또 다른 축은 삼성전자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100% 자회사로, 전장 사업의 전면에 서 있다. 하만이 ADAS까지 품으며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경우 삼성전자는 메모리·스토리지·디스플레이 등 핵심 전자 부품 공급에서 동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중앙 컴퓨트 기반 SDV는 고용량·고대역폭 메모리를 필요로 하고 대형 디스플레이와 고도화된 UX가 필수다. 하만의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될수록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과의 전략적 시너지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ZF 입장에서도 ADAS가 장기적으로 자동차 가치의 중심이 되는 영역이지만 막대한 투자와 경쟁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으로 부채를 줄이고 변속기·섀시·전동화·상용차 등 자신들이 세계 최상위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ZF CEO 마티아스 미드라이히는 “하만은 ADAS 사업의 성장과 혁신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동시에 이번 거래가 재무 구조 개선에도 기여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하만의 ZF ADAS 인수는 차량 전자 구조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하만은 더 이상 인포테인먼트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센서–연산–소프트웨어–UX를 아우르는 SDV 플랫폼 파트너로 진화한다.
ZF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본업에 집중하고 삼성전자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가는 셈이다.
한편 ZF는 세계 2위권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다. 1915년 독일 보덴호 인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항공기 기어 제작사로 출발해 구동계부터 섀시, 전동화, 자율주행까지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폭넓게 담당하는 기업이다.
ZF가 없으면 자동차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완성차 브랜드 뒤에서 차량의 ‘움직임과 지능’을 실질적으로 만들어온 회사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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