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고성, 수허고성처럼 아름답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 옛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고성이 하나 더 있다. 이곳 바이샤 고성에서는 수백년의 역사와 함께 선명하고 가까운 옥룡설산을 만날 수 있다.
白沙古镇
나시족 초기 거주지, 바이샤 고성
중국 운남성 리장 북쪽 약 10~12km 지점에 위치한 바이샤 고성은 고대 나시족의 초기 거주지이자, ‘목씨 토사(木氏土司)’ 정권의 발상지로 여겨지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이곳은 리장고성이나 수허고진보다 한결 여유롭고, 다른 고성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붐비지 않는 ‘숨은 고전미’가 깃든 공간으로 평가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바이샤 고성은 당(唐)대부터 나시족 선조들이 이 일대에 정착을 시작하며 마을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송 · 원(宋 · 元)대에는 이 지역이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했고, 1383년까지 목씨 가문이 이곳을 기반으로 통치를 해왔다. 이후 목씨 가문이 대연마을로 중심지를 옮기면서 바이샤 고성은 전성기 이후 점차 그 기능이 축소되었으나, 나시족 문화와 고택, 벽화 등의 유산으로 여전히 중요한 장소로 남아 있다. 더불어 동파문자의 발상지로서의 의의도 크다. 동파문자는 현존하는 상형문자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사람과 동물 등을 형상화하여 그림인 듯 글자처럼 보이는 문자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이샤 고성이 지니는 매력 중 하나는 ‘원형이 거의 남아 있는 마을 구조’다. 돌·목재·기와로 이루어진 민가들이 설산을 배경으로 조용히 자리하고 있고, 골목 사이사이에 나시족 특유의 삶의 터전이 깃들어 있다. 특히 이곳의 벽화들은 한족·티베트족·나시족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는데, 예컨대 ‘백사벽화’는 명 · 청 초기 나시족 사회의 개방성과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는 기록으로 꼽힌다.
여행 팁으로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 시간대에는 마을 골목 사이로 부드러운 햇빛이 들어오며, 돌담과 기와의 질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설산의 녹·청빛이 배경으로 어스름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또한, 상업화된 관광지의 혼잡함에서 벗어나 조금 더 ‘멈춰 서서’ 머무를 수 있는 여백이 있다. 다른 고성과 비교하여 규모가 작기 때문에 반나절이면 금방 둘러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白沙錦綉藝術院
백사의 미감, 백사금수예술원
리장 바이샤 고성의 조용한 골목 한가운데 자리한 ‘백사금수예술원’은 오래된 나무 기둥과 붉은 중문, 그리고 손으로 조각한 문양들이 어우러진 전통 건축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겉모습만 보면 작은 고택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나시족과 운남 지역의 예술적 감각을 담아낸 공방 겸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의 핵심은 ‘백사(白沙)가 가진 고전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있다.
예술원 내부에는 나시족 전통문양을 활용한 회화, 서예, 조각, 실공예 등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문 앞의 정교한 목조 조각은 이 공간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데, 자연·운무·전통 기호를 모티프로 한 장식들이 오래된 나무결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깊이를 만들어낸다. 전시는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쇼케이스라기보다는, 백사에서 살아온 장인들의 감각과 결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형태에 가깝다.
실제로 전통 자수를 만드는 풍경도 볼 수 있다. 현지의 장인들이 한땀한땀 수를 놓으며 다양한 이미지의 작품을 만들고 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벽을 가득 채우는 대형 작품부터 시작해 손톱만한 작은 기념품까지 기교 넘치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원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 작품을 감상하며 머무르기에 좋다. 문을 열면 은은한 조명이 내부로 스며들고, 간단한 기념작품이나 소규모 공예품을 판매하는 공간도 함께 운영된다. 여행 중 바이샤 고성의 옛 분위기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역 예술의 결을 느끼고 싶다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山屿两俩 咖啡厅
뷰 맛집, 산우량량 카페
마을의 조용한 골목 어귀에서 화사한 얼굴로 나타나는 카페. 동화속의 정원을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풍경으로,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사진찍기 좋은 카페로 입소문이 났다. 입구를 지나면 돌담과 담쟁이가 뒤엉킨 작은 마당이 펼쳐지고, 그 마당 한쪽에는 화사한 꽃들과 덩굴 식물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덮고 있어 사진 한 장으로 남기고픈 장면이 깃들어 있다. 실제로 카페 전면으로 옥룡설산이 바라다 보이기 때문에 여러 여행 후기와 영상에서 꽃바다에 둘러싸인 설산을 바라볼 수 있는 카페로 소개되곤 한다.
뜰과 벽 사이사이에는 고백사의 바이샤 고성 특유의 고택 구조가 남아 있다. 기와지붕 위로 스며드는 햇빛, 앉아 있으면 아래로 흘러드는 그늘과 미세한 바람까지가 사진 속 질감으로 담겨 있다. 이 카페의 야외 공간은 단지 앉아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여행자의 눈과 카메라를 위한 ‘자연과 건축 그리고 시간의 결’이 엮인 장면처럼 느껴진다.
커피를 주문하면 내부 좌석뿐 아니라 마당의 작은 테라스 또는 꽃으로 둘러싸인 야외 의자 자리로 안내되곤 한다. 야외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일반 카페의 그것과 분명 다르다 — 꽃향이 은은히 퍼지고, 돌담 위로 올라온 담쟁이가 햇빛과 그림자를 그리며, 머리 위로는 마치 필터처럼 스며드는 자연광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뒤로는 ‘玉龙雪山’의 산기슭이 부드럽게 배경이 되어준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특히 추천하고 싶은 시간대는 해 질 무렵에서 황혼 직전이다. 이 시간대에는 꽃과 풀, 돌담의 색이 따뜻하게 물들고, 그림자와 빛의 대비가 생기며 야외 공간이 마치 움직이지 않는 풍경화처럼 보인다.
산우량량 커피는 단순한 커피숍 그 이상이다. 바이샤 고성의 고요함과 자연스러움을 품은 채, 촬영하기 좋은 정원형 포토 스팟으로서도 충분한 매력을 갖춘 공간이다.
鲜花馒头
꼭 먹어봐야 할 이색 간식 추천, 생화만두
바이샤 고성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 간식이 있다. 바로 생화만두! 재료에서부터 콘셉트가 돋보인다. 이 만두는 운남 지역 특유의 식용 장미(玫瑰) 꽃잎과, 백사 인근 지역의 신선한 우유 혹은 유제품을 밀가루 반죽에 혼합해 만든다. 꽃잎이 겉뿐 아니라 반죽 전체에 균일히 분포되어 있어 한입 베어물면 은은한 장미 향과 함께 부드러운 만두피의 질감이 살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꽃잎이 달라붙은 덩어리 형태의 빵이라 보기에는 다소 투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맛을 보게 되면 오해는 사라진다. 은은한 닷맛과 우유향에 장미향이 미세하게 퍼지며 여운을 길게 남긴다. 만두 안에는 특별한 속이 있는 것은 아니고, 빵 그 자체를 완전히 즐기는 형태의 간식이다.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갓 쪄낸 만두를 찾는 것이 좋다. 매장에서 갓 쪄낸 상태일 때 가장 향기롭고 식감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덩어리 형태의 빵이라 속까지 따뜻해야만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생화 꽃잎이 들어간 제품인 큼 어느 정도 꽃향·단맛이 강하다는 반응도 있으므로 향이 강한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한 개만 맛본 뒤 추가 구매해보기를 추천한다.
생화만두는 바이샤 고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줄을 길게 선 맛집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줄 없이 바로 살 수 있는 한가한 가게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맛이 대단히 차이나는 음식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글·사진 차민경 트래비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