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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와 아쿠아 그 사이, ‘수랏타니’ 여행지 4

2026.01.07. 14: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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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랏타니에 가면, 수랏타니의 '수'가 물 수(水)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물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랏타니는 1년 12개월 중 무려 7개월이 우기인 데다가 비가 오지 않더라도 물과 관련된 여행지가 도드라지는 곳이다.

필수 여행지 중 하나인 카오속 국립공원을 둘러보려면 여의도 60개를 합쳐 놓은 규모의 치우란 호수를 지나야 한다. 또 크리스마스트리의 꼬마전구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들과 현지인들이 수상시장에서 활발하게 먹거리를 사고파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다면 물가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수'가 어쩌면 나무 수(樹)는 아닐까 할 수도 있다. 아마존보다도 더 오래됐다는 카오속 국립공원의 열대우림과 반딧불이가 사는 타삐강 위 맹그로브 나무, 터널처럼 늘어선 야자나무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랏타니는 한글도 한자도 아닌 태국어다. 수랏타니(Surat Thani, สุราษฎร์ธานี), 태국어로 좋은 사람들의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사람들과 함께 여행자까지 둘러싸고 반겨주는 열대우림과 강, 그리고 호수. 비가 촉촉하게 내리면 수랏타니의 숲과 물의 향이 더 짙게 올라온다. 우디와 아쿠아, 그 사이 수랏타니로 떠나보자.

앉아서 즐기는 비경
카오속 국립공원 치우란 호수

앉아서 공원과 호수를 감상할 수 있나. 무슨 소리인가 싶다면 일단 공원의 규모부터 주목해 보자. 총면적은 무려 739㎢, 서울(605㎢ )보다 1.22배 큰 공원이다. 게다가 한가운데에는 여의도 60여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치우란 호수(165㎢)를 품고 있다.

그런데 이 호수, 사실 인공 호수다. 물빛만 봐서는 빙하호 같은데 말이다. 나이도 50이 채 안 됐다. 1982년 태국 남부 지역에 수력 발전을 공급하기 위한 랏차프라파 댐 건설 사업과 함께 조성됐다. 공원 가운데 호수가 있다 보니 여행하려면 보트 탑승이 필수다. 보트 위에 앉아 유유자적 풍경을 감상하면 된다.

수면 아래는 다양한 민물고기가 살고, 300종 이상의 조류가 물속에서 먹이를 건진다. 더군다나 보트가 가는 물길 양옆으로는 태국 남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마존 열대우림보다 더 오래됐다고 알려진 밀림과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바위산이 100개 이상 자리 잡고 있다.

호수 위로 보이는 석회암들은 히말라야산맥을 형성한 것과 동일한 지각 변동(약 5~7천만 년 전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으로 융기되어 만들어진 것. 호수가 있기 전에는 원래 땅 위에 있던 산들이었다.

밀림에는 코끼리, 인도양, 삼바사슴, 말레이곰, 긴팔원숭이, 멧돼지 등 다양한 포유류와 400종의 조류, 90종 이상의 파충류가 서식한다.

지금은 옥빛 호수 위 푸른 풀과 나무가 자란 석회암 산들이 안개에 둘러싸인 풍경을 자아낸다. 그 덕에 이곳을 찾은 많은 여행객이 베트남 하롱베이와 중국 구이린과 비슷한 인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야생이라서 힘들지만 값진
코랄 케이브 내추럴 트레일

긴 바지와 트레킹화를 갖추지 않았다면 물러서는 게 좋겠다. 야생 그 자체인 이곳은 일반 도심 등산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와일드한 여행을 원한다면 취향에 맞을 터. 왕복 약 1.2km거리의 2시간 소요 코스로, 길이 유난히 가파르거나 험한 것은 아니지만 마냥 쉬운 길은 아니다.

곳곳에 주의해야 할 게 은근히 도사리고 있다. 우선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다리에 달라 붙어 있을 수 있는 거머리를 조심해야 한다(피를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가지들 사이 위험천만하게 걸려 있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피해야 한다. 서식하고 있는 여러 동물들의 배설물도 곳곳에 함정처럼 놓여 있다. 특히 우기에는 걷다보면 이따금 소나기가 쏟아졌다 멈추곤 하는데 이때 길이 매우 미끄러워지니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야생이라 힘든데, 반면 야생이라 좋은 점도 있다. 운이 좋다면 대나무를 우적우적 먹고 있는 야생 코끼리와 180종 이상의 새들도 만날 수 있다(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카오속국립공원과 치우란 호수 여행을 2박3일 하면 야생 코끼리를 볼 확률은 약 30~40%라고 한다). 게다가 2월에 여행을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꽃 라플레시아도 만날 수 있다.

트레일 코스 입구에서 3~40분 걷다 보면 물가가 나오는데, 거기서 뱃사공이 운전해 주는 대나무 뗏목을 타고 석회암 동굴인 코랄 케이브(Coral Cave)로 향해 볼 수도 있다. 다만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보통 치우란 호수 보트 투어 & 코랄 케이브 트레일 코스(동굴 투어 포함)는 함께 묶어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물 위를 둥둥, 눈은 휘둥그레
프라차 랏 수상 시장 & 니파 야자 터널 롱테일 보트

프라차 랏 수상 시장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만 열리는 수랏타니 시내 근처 수상 시장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통 음식과 신선한 과일을 맛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건 속이 붉은 구아바와 태국식 디저트 칸옴 투아이(ขนมถ้วย, Khanom Tuay). 구아바는 과육이 하얀 것보다 붉은 것이 훨씬 달고 향도 풍부해 맛있다. 더운 여름 시장 구경 중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다른 군것질을 할 수 있도록(?) 입맛을 돋운다. 칸옴 투아이(Khanom Tuay)는 쌀가루, 코코넛 밀크, 설탕, 판단잎으로 만든 태국식 디저트로, 맛은 코코넛 푸딩에 가깝다. 위아래 층을 나누어 만드는데 보통 아래층은 달콤하고 쫀득하게 위층은 짭짤하고 고소하게 만든다.

다리 위에 지어진 수상 시장은 매대 사이 통로가 넓지는 않다. 한 번 정한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편(다행히 길이 이어져 있어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입구에 다시 도착할 수 있다). 또 갖가지 주전부리를 먹다 보면 갈증이 날 수 있으니 물을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시장 구경 전후로는 마켓 바로 앞에 위치한 운하 위를 유유히 여행할 수 있는 니파 야자 터널 롱테일 보트 체험도 하기 좋다. 니파 야자는 강과 하천 유역의 맹그로브 숲에서 자라는 야자나무로, 이곳에서는 운하 양옆에서 니파 야자가 뻗어져 나와 터널을 이룬 듯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롱테일보트 체험은 왕복 7~10분 소요된다. 보트 체험을 하고 싶다면 시장 앞 강가에서 뱃사공을 찾아 문의하면 된다.

보일 듯 말 듯 반짝임
반딧불이 보트 투어

해 질 무렵의 따삐(Tapi)강, 수많은 조명이 반짝이는 다리와 야시장을 뒤로 하고 어촌 마을 깊숙이 들어간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지고 빛 하나 보이지 않아 두려울 무렵, 연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 꼬마전구처럼 강가에 자란 맹그로브 나무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되도록 건기인 11월~4월에 비가 적게 내리고 하늘이 맑은 시기, 달빛이 적은 그믐이나 초승달이 뜨는 날 해 질 무렵에 가 보자. 더 잘 볼 수 있다. 이때 반딧불이의 반짝임을 더 선명히 보고 싶다면 손전등, 스마트폰 플래시 사용은 자제하자. 또 말소리를 낮추고 말수를 줄여야 한다.

반딧불이 보트 투어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문의하면 된다. 투스트릿 호스텔 앳 수랏타니(2Street Hostel At Surathani) 앞 따삐강 난간에 가면 반딧불이 보트 투어를 운영하는 여러 업체의 팻말들이 붙어 있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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