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이 공개한 차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셀. 저온 성능과 안전성,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분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출처:CATL)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발전사는 배터리 기술의 진화와 궤를 같이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상용화의 문을 열었다면 이후 에너지 밀도와 성능 경쟁은 삼원계 NCM(Nickel Cobalt Manganese)과 LFP(Lithium Iron Phosphate)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고출력·장거리 성능을 앞세운 삼원계가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었고 중국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내세운 LFP가 보급형 전기차와 플릿 시장에서 대중화를 견인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이제 단순한 부품을 넘어 차량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본격적인 상업 단계에 진입하면서 전기차 산업은 성장의 동력을 확보했다. 삼원계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통해 동일 크기 대비 더 긴 주행거리와 민첩한 출력 성능을 제공했고, 기술 성숙도를 바탕으로 다수의 고급형 전기차에 채택됐다.
반면 LFP는 가격 부담이 낮고 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차와 보급형 모델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와 저온 성능, 원재료 비용이라는 물리적 한계와 경제적 제약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배터리 기술의 필요성이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최근 2~3년 사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나트륨이온(Sodium-ion) 배터리의 약진이다. 초기에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속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영역에 머무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양산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상황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CATL이 최근 나트륨이온 배터리 브랜드 ‘나스트라(Naxtra)’를 공개하고 2026년을 기점으로 승용과 상용, 배터리 스왑 시스템, ESS 전반에 걸친 상업 규모 적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40℃에서 70℃까지의 넓은 운용 온도 범위, LFP와 유사한 수준의 안전성과 내구성, 그리고 원재료 가격 변동에 대한 공급망 안정성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세대의 나트륨이온 셀은 자체 형성 음극(Self-forming anode) 등 공정 혁신을 통해 체적 에너지 밀도를 개선했으며 일부 구현치는 LFP 팩과 성능이 중첩되는 영역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저온 성능과 비용 경쟁력, 안전성에서 설득력 있는 장점을 확보하면서 LFP가 담당해온 영역을 대체 또는 분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 변곡점으로는 여전히 전고체 배터리가 꼽힌다. 고체 전해질을 통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 수명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계면 저항과 충전 속도, 양산 비용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어 완전한 전환보다는 준 전고체(세미 솔리드)나 실리콘 혼합 음극, 하이니켈·고망간 계열 개선과 같은 단계적 진화 전략이 병행되는 양상이다.
향후 10년의 배터리 시장은 두 개의 축으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장거리·고성능 세그먼트는 하이니켈 기반의 차세대 리튬 배터리와 실리콘 음극, 그리고 전고체 기술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도심형 전기차, 플릿, 상용·물류 이동 수단과 같이 총소유비용(TCO)과 안정성, 온도 내구성이 중요한 시장에서는 LFP를 기반으로 LMFP와 나트륨이온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조기 상업화가 가능하고 산업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가장 빠른 기술로, 단기간 내 전기차 시장의 현실적인 1차 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미래를 바꿀 게임 체인저는 한 가지 기술이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차량의 용도와 가격대, 운행 환경에 맞춰 다양한 화학계가 공존하는 체계가 정착될 전망이다.
그 가운데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비용과 안전성, 저온 성능, 공급망 안정성을 앞세워 대중화의 전선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일으키는 기술로 부상하고 있고 전고체는 그 이후 성능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장기 체인저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의 진화는 이제 속도의 경쟁이 아니라 적합성의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의 중심에는 “어떤 기술이 가장 뛰어난가”가 아니라 “어떤 기술이 어떤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가”라는 새로운 기준과 변화라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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