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이 되던 해, 캐나다가 나를 불렀다.
모든 계절을 살아보고 싶어 기꺼이 떠난 일과 휴가 그 사이 어딘가.
워킹홀리데이 마감 임박
친구 J가 폭탄 발언을 했다. “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신청하려고. 우리도 서른이잖아!” 가수 김광석의 노래처럼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청춘에 대한 회한 같은 건 아니다. 비유하자면 홈쇼핑 마감 임박 자막을 보며 조급해진 한 명의 소비자라고나 할까. 워홀 협정 체결국 대부분이 만 30세 이하로 신청 자격 제한을 둔다(캐나다는 내가 비자를 받은 이듬해 만 35세까지로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서른이 마지노선이라니, 살아 보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문제다. 그때의 나는 업무 하나하나에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 존재론적 탐구에 빠졌던 햇병아리 시절을 지나 일이 익숙해져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5년 차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디 가서 꽤 번듯하게 1인분은 하는 프로 직장인인데, 내가 부딪히며 쌓아 온 모든 것을 두고 훌쩍 떠날 수 있을까. 며칠 내내 고민만 하던 내게 친구가 말했다. “야, 캐나다 워홀은 추첨제야.”
맙소사, 캐나다가 이토록 나를 사랑했던가. 이민국으로부터 딱 이틀 만에 초대장이 왔다(정작 나보다 먼저 신청한 친구는 아직 대기 중이었다). 어쩐지 J에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쯤 되면 운명이다 싶었다. 서른 즈음에, 캐나다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넓어도 너무 넓은 캐나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 난제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로 무려 한국 면적의 100배 크기다. 적당히(?) 넓었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비행기를 타고 무려 5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지역을 옮기려면 늘어난 짐만큼이나 큰 결심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신중해지기로 했다. 고민 끝에 선택지는 셋으로 좁혀졌다. 토론토, 밴쿠버, 그리고 캘거리. 워홀러 대부분은 토론토나 밴쿠버로 향한다. 대도시인 만큼 직항편이 있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서다. 캘거리는 밴프나 재스퍼국립공원과 가까워 대자연을 즐길 수 있어 최근 몇 년 새 인기가 높아졌다. 재미 삼아 철학관에 가서 캐나다 각 지역과 나의 궁합을 물었다. 내 사주는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익숙한 데로 갈 것 같은데?”
사실 나와 캐나다의 인연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행기자 시절, 온타리오주 출장 중 마지막 목적지인 토론토에서 온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 건지. ‘코로나’였다. 열흘간의 호텔 격리 생활 덕에 토론토에서 본 건 창 너머 로저스센터 항공샷뿐(사실 이것도 감지덕지다)…. 아쉬웠다. 2주간 머물렀던 곳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게. 워홀 비자 입국 만료 기한 90일 전, 결국 토론토로 가는 항공권을 끊었다. 커다란 캐리어 2개와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긴 여행을 향해. 마침내 나를 기다리는 토론토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출발 전 알아야 할 Key point 4
1. 워킹홀리데이란?
어학연수, 여행, 취업이 모두 가능한 만능 비자. 우리나라는 현재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 등 26개 국가 및 지역과 워킹홀리데이, 영국과 청년교류제도 협정을 맺고 있다. 신청 기간 및 방법과 모집인원은 국가별로 다르다. 캐나다의 경우 매년 12월 중순부터 모집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선발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신청하는 걸 추천한다. 네이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카페’를 참고하면 혼자서도 쉽게 신청할 수 있다. 비자 비용은 신체검사비까지 합해서 약 60만원.
2. 캐나다 지역별 특징은?
토론토는 도심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고 문화생활이나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그만큼 일자리 수도 제일 많다). 동부에 위치해 뉴욕, 퀘벡과 가깝다. 이를 테면 서울 같은 대도시 느낌. 밴쿠버는 한국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부보다는 여유로운 느낌. 미국 서부를 여행하기에도 좋다. 캘거리는 밴프, 재스퍼국립공원과 가까워 대자연을 사랑한다면 최고. 다만 토론토, 밴쿠버 수준의 인프라와 일자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직항편이 없어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3. 초기자금 얼마나 필요할까?
자신할 수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가끔 캐나다 입국시 2,500캐나다달러(약 260만원) 이상의 영문 잔고 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실제 초기 정착금은 최소한 그 2배 이상 준비하기를 추천한다. 고작 방 한 칸 월세가 100만원이 넘고, 식당에서 밥 먹으면 팁(최소 15~18%)까지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구하는 것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 구직 기간은 2~3달로 넉넉히 잡아야 정신건강에 좋다. 현지 적응을 위해 한 번씩 근교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추천. 그러려면, 역시나 돈은 넉넉할수록 좋다.
4. 꼭 가져가야 할 물건 3가지
화장품, 예쁜 옷, 전기장판. 세계 각국 워홀 경험자들의 공통된 ‘꼭 준비해 갈’ 아이템은 기초 화장품. 토론토는 워낙 대도시여서 한국 화장품을 쉽게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가격은 한국의 2배 가까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아끼는 옷 몇 벌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토론토에서 아무리 옷을 사 봐도 한국 스타일의 옷은 찾기 힘들다. 화장품과 옷은 중간에 한국에서 택배로 받아도 된다. 마지막은 의견이 많이 갈릴 아이템, 전기장판이다. 만약 당신의 숙소가 하우스이고, 겨울에 출발하며, 추위를 많이 탄다면 대한민국의 보일러가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었는지 첫날 깨닫게 되리라(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