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해 물을 분해하는 그린 수소 생산 개념도. 수소는 사용 단계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생산 비용과 설비 투자 부담이 대중화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를 둘러싼 기술 혁신이 잇따르고 있다. 수소를 더 싸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보다 안전하게 저장·운송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수소의 대중화가 눈앞에 다가온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수소는 여전히 비용과 인프라, 효율이라는 높은 장벽 앞에 서 있으며 따라서 본격적인 대중 에너지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가 미래 에너지로 꾸준히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류의 에너지 역사는 언제나 전환의 연속이었다. 석탄에서 석유로 석유에서 가스로 이어진 에너지 패러다임은 이제 ‘탄소 없는 에너지’를 향한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탄소 저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는 여전히 ‘수소(H₂)’다.
수소가 미래 에너지로 평가받는 이유는 연소나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데 있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경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수소의 가치를 높인다.
화석연료는 태생적으로 탄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은 가능하지만 저장과 수송에 한계가 있다. 반면 수소는 전기를 저장하고 운반한 뒤 필요할 때 다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불거지는 ‘잉여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수소의 강점으로 꼽힌다. 태양광과 풍력은 생산 시점과 수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소는 이 잉여 전력을 흡수해 저장하고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에너지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방식과 여기에 탄소 포집 기술을 결합한 ‘블루 수소’,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그린 수소’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태양광을 직접 활용하는 광전기화학, 인공광합성 같은 차세대 기술이 연구 단계에 있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수소 생산과 공급을 둘러싼 기술적·경제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수소는 포기할 수 없는 대안으로 꼽힌다. (출처: 현대자동차)
문제는 수소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전한 무탄소를 달성하지 못하는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수소가 대중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으로는 비용이 꼽힌다. 수소는 생산 설비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기존 에너지보다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설비와 전기분해 설비를 동시에 구축해야 하며 가동률이 낮을 경우 투자 회수 자체가 어렵다. 인프라 부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석유와 전기는 이미 전 세계에 촘촘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지만 수소는 충전소와 배관, 저장시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완성된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효율 손실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전기를 수소로 바꾸고, 다시 전기나 동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누적된다. 같은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전기분해 설비의 가격을 대폭 낮추고 내구성을 개선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대규모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압·액화·암모니아 등 다양한 형태의 저장·운송 기술 상용화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막대한 초기 비용 부담과 초기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전략적 접근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난제가 해소되고 수소가 대중화 단계에 이른다면 에너지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재생에너지는 ‘불안정한 전력원’이 아니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격상된다. 국가 간 에너지 패권 역시 자원 보유국 중심에서 기술과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수소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시간의 문제’로 바꿔 놓을 수 있다. 태양과 바람이 존재하는 한 수소는 반복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감소는 물론이고 산업과 운송, 발전 전반의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시간도 빨라질 수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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