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텔레매틱스 기업 지오탭 연구에 따르면 급속 충전 사용 빈도에 따라 배터리 성능 저하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제조사들이 충전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출력 급속 충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오히려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방식은 일반적으로 완속 충전과 급속 충전으로 구분된다. 완속 충전의 보통 7~11kW 수준이며 급속 충전은 50~350kW급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전기차와 대형 상용차를 겨냥한 최대 800kW급 초고출력 충전 기술까지 등장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충전 속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텔레매틱스 기업 지오탭이 최근 공개한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고출력 급속 충전 방식이 전기차 배터리 수명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오탭은 전기차를 포함한 상용·승용 차량에 장착되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통해 실제 운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기업이다. 차량이 도로 위에서 어떻게 주행되고 어떤 방식으로 충전되는지를 장기간 추적해 분석한 것으로 실사용 조건을 반영한 분석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수만 대의 전기차에서 수집한 주행 거리, 충전 횟수, 충전 출력, 충전 시간, 배터리 상태 변화 데이터를 종합해 배터리 성능 저하 추이를 비교했다. 충전 방식은 완속 충전과 급속 충전으로 구분했으며 급속 충전은 다시 100kW를 기준으로 저출력과 고출력으로 세분화해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고속 충전기를 더 자주 사용할수록 배터리 열화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부 배터리 팩은 8년 만에 초기 용량의 약 25%를 잃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완속 충전이나 저출력 급속 충전을 주로 사용하는 차량은 배터리 성능 저하 속도가 비교적 완만했지만 100kW를 넘는 고출력 급속 충전을 자주 사용하는 차량의 배터리 용량 감소 속도는 뚜렷하게 빨라졌다.
전체 충전 세션 중 급속 충전 비중이 12% 미만인 전기차의 연평균 배터리 성능 저하율은 1.5% 수준이었으나 급속 충전 비중이 12% 이상인 경우에는 연간 2.5%로 높아졌다. 또한 전체 충전 세션의 40% 미만을 100kW 미만 출력으로 충전한 사용자의 배터리 성능 저하율은 연간 2.2%였던 반면, 40% 이상을 고출력 급속 충전으로 충전한 경우에는 연간 3% 수준의 성능 저하가 나타났다.
전기차 배터리를 40% 이상 고출력 급속 충전으로 할 경우 연간 3% 수준의 배터리 수명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토헤럴드)
이는 높은 출력과 높은 충전 빈도가 결합될 때 배터리 수명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히 급속 충전을 사용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출력 수준과 사용 빈도의 조합이 배터리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배터리의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설명된다. 고출력 급속 충전은 짧은 시간에 대량의 전류를 배터리 셀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셀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전극과 전해질에는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이러한 조건이 반복되면 배터리 내부 구조가 서서히 손상되고 저장 가능한 에너지 용량도 감소하게 된다. 충전 시간이 짧아지는 대신 배터리는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신 전기차에는 배터리관리시스템을 통해 충전 상태와 온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다양한 보호 장치가 적용돼 있다. 배터리가 가득 차갈수록 충전 속도를 낮추고, 온도가 높아질 경우 출력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100%와 0% 충전 상태에도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완충·방전 여유 구간을 설정해 배터리 손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출력 급속 충전을 사용하더라도 단기간에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고출력 급속 충전을 일상적인 충전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명에는 분명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퇴근이나 생활 충전까지 모두 고출력 급속 충전에 의존하는 사용 패턴은 배터리 성능 저하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수명을 보다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충전은 완속 충전이나 저출력 충전을 중심으로 하고 장거리 이동이나 시간 제약이 있을 때만 고출력 급속 충전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배터리를 항상 100%까지 충전하거나 완전히 소진하기보다는 중간 충전 구간을 유지하는 습관이 배터리 열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제조사가 권장하는 충전 가이드를 따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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