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설기계 제작 업체 줌라이언 스마트 팩토리 전경. 거대한 공장 내부에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줌라이언)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거대한 공장에서 인간의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간간이 보이는 작업자들 역시 자재를 옮기거나 용접, 조립을 하지 않는다. 이들의 역할은 시스템 상태를 점검하고 공정을 관리하는 데 그친다. 자재 이송부터 용접, 조립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공정은 크고 작은 로봇들이 맡고 있다.
미래의 공장이 아니다. 중국 후난성 창사에 위치한 중국 건설기계 1위 업체 줌라이언(Zoomlion) 스마트 팩토리의 현재 모습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올해 말 시범 투입할 예정인 현대차는 물론, 테슬라 등 글로벌 첨단 기업들의 공장에서도 아직 보기 드문 장면이다.
줌라이언은 로봇을 ‘언젠가 도입할 기술’로 다루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 회사는 이미 인간형 로봇을 실제 공장 생산 현장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로봇들은 쉼 없이 제조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줌라이언의 로봇 생산성은 수치로 확인된다. 굴착기 1대는 평균 6분마다 생산되고 있으며 고소작업대인 시저 리프트는 7.5분, 콘크리트 펌프는 27분, 트럭 크레인은 18분 주기로 완성된다. 이러한 고속 생산 체계는 최소 2022년부터 안정적으로 가동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줌라이언 스마트 팩토리 내부에서 인간형 로봇이 부품을 집어 옮기는 모습. 물류 이송과 사전 조립 공정을 수행하며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협업하도록 설계됐다.(@줌라이언)
이 모든 생산은 창사에 조성된 ‘스마트 시티’ 제조 단지에서 이뤄지며 12개의 스마트 공장과 300개 이상의 생산 라인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가능하다.
줌라이언의 로봇 전략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회사에 따르면 2006년 대형 단일 제품 생산을 위한 산업용 로봇 도입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약 20년에 걸쳐 자동화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2019년 이후에는 비전 센서와 힘 센서를 결합한 적응형 로봇을 본격 도입했다. 이 로봇들은 산업 인터넷 아키텍처와 연동돼 공정 변화에 따라 작업 방식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품종·소량 생산 환경에서도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환점은 2024년이다. 줌라이언은 기존 산업용 로봇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피지컬 AI의 한 형태인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갖춘 인간형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바퀴형 2종과 이족보행형 1종 등 총 세 가지 인간형 로봇 모델이 개발돼 가공, 물류, 조립, 품질 검사 공정에서 파일럿 운영 중이다.
줌라이언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3종. 바퀴형 2종과 이족보행형 1종으로 구성되며, 가공·물류·조립·품질 검사 공정에서 파일럿 운영 중이다.(@줌라이언)
이들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전신 환경을 인식하는 다중 모달 감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시각·힘·촉각 센서를 통합해 정밀 파지와 작업 수행이 가능하며 작업자의 의도나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양팔 협업 동작 계획과 안전 인지 기술을 적용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더라도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창사 스마트 산업 단지에서는 2000대 이상의 적응형 산업용 로봇이 300개 지능형 생산 라인에서 굴착기, 크레인, 고소작업차, 콘크리트 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4년부터는 인간형 로봇 수십 대가 별도로 투입돼 실제 공정에서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로봇 투입이 곧바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고강도 작업은 로봇이 맡고 인력은 설비 관리와 공정 최적화, 품질 판단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작업 안전성과 품질 일관성이 동시에 개선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줌라이언은 이 로봇 플랫폼을 단순한 내부 효율화 수단이 아닌 차세대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 향후 건설과 농업, 소방 등 특수 목적에 맞춘 로봇을 외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생산성 개선 경험을 상품 경쟁력으로 확장하는 것이 줌라이언의 중장기 목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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