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무게 중심이 2025년을 기점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옮겨졌다. 국내 산업 역시 가격 경쟁력 압박으로 LFP 사용 전기차가 많아질 전망이다.(@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진단 속에서도 배터리 산업 내부에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핵심은 ‘어떤 배터리가 주류가 되느냐’다. 그 답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니켈·코발트를 활용한 삼원계 배터리가 주도해 왔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앞세워 장거리 주행과 고성능을 요구하는 전기차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방향은 ‘고성능’보다는 ‘가격 경쟁력’과 ‘대중화’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시장은 변화의 속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5년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설치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가운데 그 성장의 대부분을 LFP 배터리가 차지했다. 전체 설치량의 80% 이상이 LFP였고 삼원계 배터리는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가격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원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니켈과 코발트에 의존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LFP가 훨씬 유리한 선택지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2025년은 LFP 배터리의 사용량이 니켈계 배터리를 처음으로 앞선 해로 기록됐다. 특히 중국 외 지역에서 LFP 배터리 사용량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유럽과 아시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소형·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LFP 채택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배터리 팩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체감 성능 차이가 크게 줄었다. 셀 투 팩(Cell-to-Pack), 셀 투 섀시(Cell-to-Chassis) 같은 구조 혁신이 LFP의 약점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이다.
LFP가 각광받는 이유는 원재료 측면에서 니켈과 코발트가 필요 없고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에 있다. 여기에 열 안정성이 뛰어나 화재 위험이 적고 충·방전 수명이 길어 택시나 상용차, 보급형 전기차에 적합하다.
결국 전기차 시장이 ‘소수의 프리미엄 모델’에서 ‘대중적 이동수단’으로 옮겨가면서 배터리 선택 기준 역시 달라진 셈이다. 주행거리 경쟁이 아닌 총소유비용(TCO)과 안정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흐름은 지역별로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중국은 이미 LFP 중심 구조가 굳어졌고 유럽은 중국산 셀 의존을 줄이기 위해 현지 LFP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북미는 보조금과 통상 규제 영향으로 전기차용 LFP 확대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삼원계가 주력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보급형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LFP 전환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수출·볼륨 모델을 중심으로 LFP 채택을 검토하거나 이미 일부 적용에 나서고 있다.
결국 한국 배터리 산업은 고성능 삼원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LFP 등 저원가 배터리를 병행하는 이중 전략이 불가피한 국면에 들어섰다.
분명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LFP가 모든 배터리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전기차 대중화 국면에서 ‘기본값’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배터리 기술 경쟁은 이제 성능을 넘어 비용과 공급망, 그리고 시장 전략의 싸움으로 접어들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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