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AI 기반 로봇이 차체 조립과 용접 공정을 수행하고 있는 AI 이미지. AI 로봇의 현장 투입을 어떻게 관리하고 조정할 것인지가 향후 자동차 산업 노사 관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산업사에서 기술 전환은 언제나 노동과의 긴장을 동반해 왔다. 19세기 초 영국의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상징적 사례다. 방직 기계 도입으로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느낀 숙련 노동자들은 기계를 파괴하며 반발했다.
격렬한 저항에도 기술은 멈추지 않았다. 러다이트 운동은 제도적 보호와 노동 조건 개선이라는 우회적 성과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를 없앤 것이 아니라 기계를 전제로 한 새로운 노동 질서가 형성되는 중요한 전환점의 사례로 꼽힌다.
컴퓨터가 은행·보험·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본격 도입되던 1970~80년대 에도 노동자들의 저항은 거셌다. 미국에서는 은행 계산원과 보험 사무직 노조가 전산화로 인한 대량 실직을 우려하며 컴퓨터 도입 연기와 노사 협의를 요구했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타자수·사무직 노조가 워드프로세서와 전산 시스템 도입에 반대하는 쟁의를 벌였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먼저 없앨 것”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히 제기됐다.
그러나 컴퓨터 사용을 거부한 조직일수록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빠르게 뒤처졌고 기술 도입 자체를 막는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컴퓨터 배제를 요구하는 대신 전산화의 속도와 범위를 통제하고 재교육·직무 전환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됐고 이제 컴퓨터는 동네 구멍가게도 일반화한 필수 도구가 됐다.
이제 우리는 AI와 로봇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로봇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인간이 맡아 왔던 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규모 글로벌 제조업 현장에서 현대차 노조와 같은 무조건적 반대는 없다는 사실이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AI·로봇 도입을 전면 거부하기보다 도입 속도와 범위를 노사 공동의 의사결정 영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자동화 설비는 시범 운영과 고용 영향 평가를 거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유럽의 다른 제조업 노조들은 자동화로 사라질 직무가 발생할 경우 사전에 재교육과 직무 전환 경로를 마련하는 것을 핵심 조건으로 요구한다. 기업의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노사 협약과 국가 제도를 통해 관리하기도 한다. AI와 로봇 도입은 일자리 축소보다는 업무 내용 재편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은 자동화와 AI 도입 자체를 막기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한 생산성 이익의 분배가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돼 왔다.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노조는 로봇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이 임금 인상과 고용 보장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분위기다.
AI 로봇 시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글로벌 경쟁의 축은 인간 단독 노동과 인간-기계 협업 구조 사이에서 갈리고 있다. 이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의 협상력과 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공멸하는 시간을 앞당길 뿐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이 아니라 조건을 둘러싼 협상, 속도를 둘러싼 조정, 결과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다. 기술 도입의 주도권을 기업에만 맡길 것인지 아니면 노동이 제도적 파트너로서 개입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성격이 다르지만 19세기 중반 영국은 증기자동차가 등장하자 차량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걸어가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다. 마차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붉은 깃발은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수십 년간 정체시켰고 결국 자동차 기술 주도권이 독일과 미국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러다이트 운동 이후 200년이 지났지만 과거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기계와 함께 일하는 공존의 방식을 찾아왔다. AI 로봇이 내 일자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보다 어떻게 받아 들이고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협의해 나가야 할 때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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