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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인사이트] 자동차를 호화롭게 장식했던 '스크린 터치'의 역설

2026.01.30. 13: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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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대형 터치 스크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절감과 실내 디자인, 첨단 미래 기술 마케팅 경쟁을 벌이며 물리 버튼을 삭제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테슬라) 테슬라 대형 터치 스크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절감과 실내 디자인, 첨단 미래 기술 마케팅 경쟁을 벌이며 물리 버튼을 삭제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테슬라)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테슬라 차량의 실내에서 물리 버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공조와 오디오, 심지어 와이퍼 조작까지 대부분의 기능이 중앙 디스플레이 메뉴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 신차들 역시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는 데 열을 올려 왔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요인은 제조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이다. 하나의 터치스크린에 수십 개 기능을 통합하면 각 기능을 제어하던 부품과 배선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버튼을 얼마나 과감하게 제거했는지가 곧 첨단성과 미래 이미지를 상징하는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면서 공조와 오디오, 주행 설정은 물론 안전과 직결된 기능까지 화면 속으로 이동했다. 자동차 실내에서 물리 버튼을 얼마나 제거하고 경쟁적으로 도입한 대형 스크린은 오랫동안 진보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기아는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출시하는 신차에도 볼륨, 튜닝/탐색, 미디어 모드, 실내 온도, 팬 속도, 비상등 및 즐겨찾기 기능을 위한 물리적 버튼을 고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아우디는 

실제 물리 버튼은 차량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적을 받아 왔다. 물리 버튼은 손의 감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터치스크린은 정확한 입력을 위해 시각적 확인이 필요하다.

메뉴 구조가 깊어질수록 운전자는 기능의 위치를 기억하고 탐색해야 하며 이는 주행 중 주의 분산이라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공조나 성에 제거처럼 자주 사용되면서도 주행 중 즉각적인 조작이 필요한 기능까지 화면 안에 숨겨진 경우 운전자는 불필요한 조작 부담을 떠안게 된다.

터치 스크린을 통한 차량의 기능 조작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끓이지 않으면서 최근 완성차 업계들은 필수 기능은 물리 조작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터치 스크린을 통한 차량의 기능 조작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끓이지 않으면서 최근 완성차 업계들은 필수 기능은 물리 조작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이러한 문제 인식은 규제 기준 변화로 이어졌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안전 평가 기관들은 최근 “모든 기능을 화면으로 옮기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방향지시등과 비상등, 와이퍼, 경적, 긴급 통화 기능 등은 시선 이동 없이 조작 가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대와 도요타 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시뮬레이터 실험에서는 운전자가 주행 중 화면을 조작할 때 차선 이탈 빈도가 평소보다 약 40~4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터치스크린 조작의 정확도와 속도는 운전 중일 때 최대 58%까지 떨어졌으며 인지 부하가 더해지면 추가로 반응 능력이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운전 중 화면을 조작하는 동안 시선이 도로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가 길어지고 이는 실제로 반응 시간이 지연되는 것과 연결된다는 선행 연구 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는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가 기존 물리 버튼에 비해 운전자의 시각적 분산을 훨씬 크게 유발하며 이는 도로를 주시하는 시간 자체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런 지적이 쏟아져 나오면서 최근 완성차 업계들은 터치스크린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주 사용되고 실수할 경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능은 물리 조작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디지털로 처리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의 크기 자체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사실 물리 버튼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히 성숙한 시대에는 불필요한 기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운전의 주체가 여전히 인간인 차량이 대다수를 이루는 현실에서 지나치게 앞서 나간 첨단 경쟁은 새로운 안전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 발전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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