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하늘을 가린, 어느 보통의 흐린 날.
캐나다 밴쿠버 6개 스폿에서의 순간들.
밴쿠버 대표 쇼핑 성지
롭슨 스트리트
Robson Street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엔 왠지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싶어진다. 실컷 날씨 핑계를 대고 향한 곳은 롭슨 스트리트.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약 2.5km의 도로로, 밴쿠버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다. 150개 이상의 상점과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데, 라인업이 다채로워 즐겁다. 자라, 바나나 리퍼블릭,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부터 나이키, 세포라, 러쉬 등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 뷰티 브랜드까지 조화롭게 섞여 있다. 아리치아(Aritzia), 루츠(Roots), 룰루레몬 등 캐나다 토착 브랜드도 물론 짱짱하다. 롭슨 스트리트에서 북쪽으로 한 블록 건너가면 앨버니 스트리트(Alberni Street)가 있다. 명품 쇼핑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면 묶어 가 보길 추천.
혹시 콜로세움이세요?
밴쿠버 공립도서관 중앙점
Vancouver Public Library
롭슨 스트리트를 걷다 문득 범상치 않은 원형 건물을 발견했다면? 높은 확률로 밴쿠버 공립도서관 중앙점이다. 사실상 시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공건물 중 하나라, 누구라도 처음 마주하면 ‘뭐지?’ 싶어진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모셰 샤프디의 작품이다. 원형 기둥과 곡선 형태가 중심이 되는데,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건축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는 게 특징. 내부로 들어가면 유리로 된 대형 아트리움, 그러니까 건물 한가운데를 비워서 만든 큰 개방 공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도서관 전체를 연결하는 공간의 기준점이자 실내 광장 같은 곳이다. 큰 유리 천장으로는 부드러운 자연광이 내려와 흐린 날에도 실내가 비교적 밝다. 밴쿠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책장을 넘기기보다 휴대폰 촬영 버튼을 누르느라 바쁘다.
밴쿠버의 역사가 숨 쉰다
개스타운
Gastown
한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어딘가 야단법석인 구석이 있는데, 개스타운은 기름기 쪽 뺀 담백한 느낌이다. 대신 시간이 쌓아 올린 힘이 꽤나 단단하다. 메인 도로의 도보 거리는 고작 1.75km 정도? 짧은 구역 안에 상점이나 카페 등이 빽빽하게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관광 역사 구역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그런데 그 ‘상점이나 카페 등’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포인트다. 1886~1914년에 지어진 벽돌·석조 상업 건물 141채가 한 덩어리 통째로 보존돼 있는데, 개스타운이 캐나다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이유도 여기 있다. 1960년대 말부터 개스타운은 도심 재개발과 도시 고속도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지역 사업가와 주민들이 주도한 보존 운동이 힘을 얻으며 1971년 주정부·시 차원의 역사 지구로 지정되었다고. 밴쿠버 초기 도심 상업 지구의 모습은 3~6층짜리 낮은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히 느낄 수 있다.
개스타운에서 제일 유명한 랜드마크는 개스타운 증기 시계. 1977년에 제작된 증기 시계로 증기를 일부 동력으로 활용하면서도 전기 모터를 함께 쓴다. 15분마다 증기를 내뿜으며 시간을 알리는데, 어딘가 목쉰 소리 같은 매가리 없는 멜로디가 의외의 웃음 포인트.
100점짜리 관광 스폿인 이유
밴쿠버 전망대
Vancouver Lookout
모름지기 좋은 관광 스폿이란 제 역할을 다하는 곳이어야겠다. 쇼핑몰이면 쇼핑하기 좋아야 하고, 박물관이라면 전시품이 훌륭해야 한다. 그리고 전망대는 (당연히) ‘전망’이 좋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밴쿠버 전망대는 100점짜리 관광 스폿이다. 올라가는 길부터 흥미롭다. 바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외벽의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40초간 올라가는데, 별안간 시야가 확 열리는 경험이 짜릿하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살짝 현기증이 날 만하다.
전망대의 첫 개장은 1977년. 지금은 8번째로 밀려났지만, 그땐 밴쿠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단다. 참고로 당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개장식에 참여해 문을 열었다고. 아무튼 높이는 약 168m, 여타의 세계적인 전망대들과 비교하면 중간 이하 높이다.
그러나 밴쿠버는 도심 고층 제한이 강한 도시다. 초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 않은 대신, 바다와 산, 공원이 낮게 펼쳐진다. 덕분에 이 높이에서도 360° 파노라마로 도시의 윤곽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흐리고 어두운 날이어도 밴쿠버 다운타운 스카이라인, 스탠리 파크, 개스타운 역사 지구, 노스쇼어 마운틴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참, 전망대는 개스타운과 가까워 둘을 묶어 여행하는 동선이 현명하다.
물 위에서 보는 도시
폴스 크릭 페리
False Creek Ferry
폴스 크릭(False Creek)은 밴쿠버 다운타운과 웨스트 엔드·예일타운 등을 잇는 좁은 수로다. 이 구역을 도시 내 수상 교통과 관광 이동 수단으로 연결하는 서비스가 있으니, 그게 바로 폴스 크릭 페리다. 약 40년 가까이 밴쿠버에서 운행 중인 소형 여객선이다. 근데 이게 얼마나 ‘소형’이냐면, 성인 5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다. 그렇다 보니 동네 선장님이 직접 모는 작은 통통배를 타는 듯한 묘한 친밀감이 느껴진다. 폴스 크릭 일대 9개 페리 정박장이 있는데, 관광객들은 보통 도심에서 그랜빌 아일랜드까지 갈 때 주로 탑승한다.
요금은 현장에서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고, 운행 간격은 대략 5~20분 사이로 비교적 잦다. 가격은 구간별 상이하지만 대략 4~8달러. 한국 돈으론 최대 9,000원을 넘지 않는 금액이라 관광 목적으로 한 번쯤 타 보기엔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배 위에서 색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밴쿠버는 또 새롭다. 땅 위로만 이어지던 이동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안.
날씨 걱정 없는 실내 시장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
Granville Island Public Market
아무리 시장 방문에 회의적인 관광객일지라도,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의 문을 여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납득 가능한 이유의 팔 할은 풍경에 있다. 일단 위치 설명부터 선제되어야겠다. 마켓이 있는 곳은 그랜빌 아일랜드. 1970년대 산업 쇠퇴 이후, 기존 공장과 창고를 재활용해 시장과 문화 공간으로 전환한 밴쿠버의 대표적인 도시 재생 지구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대형 실내 시장이 바로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이다.
실내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구경할 수 있다는 게 크나큰 장점! 안으로 들어서면 약 50개 이상의 현지 농수산물·식재료·수공예품 판매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신선한 과일, 채소, 해산물, 육류, 치즈, 간식들까지. 군침 꼴깍 넘어가게 만드는 재료들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이어진다. 여느 시장이 그렇듯 사람 냄새가 짙고 상인과 손님 사이 오가는 문장들이 퍽 정답다.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배불러지는, 흐뭇한 공간이다.
*여행지의 리얼리티를 꿰뚫어 보는 곽서희 기자의 씨리얼(See-Real). 가식 없이,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담은 바삭바삭한 리뷰 한 그릇. 세상의 모든 ‘거기, 진짜 어때요?’란 질문에 이 기사를 바칩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