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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행 동대문 답십리 고미술 상가 투어

2026.02.10. 14: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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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상가에 불어오는 새바람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 ‘답십리’라는 지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서려 있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고 새로운 도읍을 정하고자 이곳을 밟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 ‘답심리(踏尋里)’에서 유래했다는 설. 흥인지문(도성)에서 10리 거리에 있다고 하여 ‘답십리(踏十里)’라 불리었다는 설.

이 근방에 넓은 들(畓, 답)이 10리에 걸쳐 뻗어있다 하여 ‘답십리(畓十里)’라 불리었다는 설. 유래가 어찌 됐건 예로부터 답십리는 서울의 동북부로 향하는 흐름이 모여들던 동네다. 도성의 바깥, 그러나 외면하지 못할 애매한 경계. 화려한 중심 상권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늘 사람이 드나들던 동네.

1970년대 답십리에 고미술품 상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호황을 누리며 활성화되었던 청계천 주변의 황학동 시장이 1980년대 초 청계천 개발사업을 계기로 답십리 쪽으로 집단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 동참하여 당시 이태원, 아현동 등지에 흩어져 있던 고서화, 고가구, 도자기 상점들이 답십리로 모여들며 전국 최대의 고미술품 판매장인 ‘답십리 고미술 상가’의 모습이 갖춰진 것이다. 1980년대에는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서는 고미술 상가를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다 옛날 일이지만.

현재 답십리 고미술 상가는 지하철 답십리역을 중심으로 동부지구와 서부지구로 나뉜다. 동부지구는 장안평에 위치한 송화빌딩, 우성빌딩 일대의 고미술 상가고 서부지구는 답십리역 근처 삼희아파트 상가에 위치한다. 자리만 다를 뿐 취급하는 품목은 크게 차이가 없으나, 서부지구가 규모 면에서는 볼거리가 좀 더 풍성한 편이다.

오래된 것들이 숨을 쉬는 방법

답십리 고미술 상가로 들어서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가 앞으로 빼곡히 쌓인 골동품이 먼저 보인다. 수십 년간 수집해온 각자의 보물이 넘치고 넘쳐 범람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때 골동품 수집은 품위 있는 이들의 재테크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미술 시장의 흐름이 현대미술로 이동하며 고미술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다.

세대를 거치며 전승되어 오던 우리 것에 대한 취향은 자연스럽게 끊어져 버렸고, 그렇게 골동품은 낡은 것이자 좋고 나쁨의 경계조차 모호한 물건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서는 가야시대 토기부터 시대가 불분명한 벼루, 맷돌, 화로, 놋그릇, 문창살 하다못해 비녀와 가락지 같은 액세서리까지 구경할 수 있다.

이 모든 골동품의 세월을 감안한다면, 이곳을 두고 박물관이라 불러도 무리는 없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물건을 대하는 태도다. 박물관은 보존과 해석을 목적으로 골동을 수집한다면, 답십리 고미술 상가는 여전히 골동의 쓰임과 거래를 고민한다. 그래서 이곳의 유물은 박물관의 전시장을 벗어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며, 때로는 그 쓰임과 방향까지도 바꾸곤 한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 서부지구는 2-3동, 5동, 6동으로 나뉘는데, 최근 1년간 2-3동의 주말 풍경이 나날이 젊어지고 있다. 골동품을 수집의 대상에서 더 나아가, 공간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낡은 가구와 소품을 실생활에서 연출 가능한 오브제로 해석하는 기획자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현대의 골동품점, ‘호박, 고복희, of’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호박’은 서울 가로수길과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빈티지 의류 편집숍, ‘수박빈티지’의 김정열 대표가 선보이는 고미술 편집숍이다. 이곳은 골동품의 쓰임을 철저히 패션적인 관점으로 해석한다. 전시보다는 쓰임에 방점을 둔 소개 방식이라 ‘스타일링’이란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다.

매장 한편에는 수박빈티지 의류와 호박 자체적으로 만든 굿즈, 이를테면 모자와 열쇠고리 같은 것들이 전시돼 있다. 열쇠고리에 사용된 작은 비즈는 전부 과거의 것이다.

호박에서 나와 고미술 상가의 중심부로 향하면 ‘고복희(古福囍)’가 나온다. 고가구를 사랑하는 부부가 운영하는 고미술 소품 상점이다. 고복희는 답십리 상가에 위치한 소품 상점과 장한평에 위치하는 아틀리로 나뉜다. 아틀리에에서는 주로 고가구를 다뤘는데, 다가오는 봄에 재오픈을 앞두고 있다.

소품 상점에서는 골동품이기 전에, 그저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취급한다. 고미술에 처음 발을 들이는 이들도 부담 없이 골동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게 안내하는 셈이다. 고복희의 건너편에 위치하는 ‘of’는 성수동 팝업스토어 열풍의 주역인 ‘프로젝트 렌트’ 최원석 대표가 선보이는 편집숍이다.

of라는 이름은 클래식 칵테일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오래된 것 안에서 여전히 유효한 아름다움을 탐색하겠다는 의도대로, 골동품을 단순한 유물로 두지 않고 생활 속 체감 가능한 디자인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검은 바탕을 배경 삼아 전시한다. 오래된 것들이 다시, 오래된 곳에서 숨을 쉰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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