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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法] ADAS가 사고 내고 책임은 사람이 진다...과실비율의 사각지대

2026.02.11. 11:38:31
조회 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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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운전석에 들어온 보이지 않는 손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서 많은 상담을 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이 끼어들었다", "신호를 못 봤다"처럼 ‘사람의 실수’에 관한 상담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차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핸들이 저절로 돌아갔습니다"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입니다.

과거 교통사고가 '사람 대 사람'의 실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사람과 자동화 시스템이 충돌하는 양상이 보입니다.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운전석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운전자 대신 브레이크를 밟고, 차로유지보조장치(LKA)가 핸들을 돌리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차량 속도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실제로 차량을 제어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호함은 사고가 났을 때 과실비율이라는 현실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기준은 멈춰 있다

보험사의 과실비율 바이블로 통하는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 인정기준'에는 교차로 사고, 차선 변경 사고, 추돌 사고 등 많은 상황이 있으며, 각 유형마다 기본 과실비율과 수정요소를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이 기준 어디에도 ADAS의 작동이나 오작동을 반영한 수정요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차로유지보조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이제 기본 사양에 가깝습니다. 기술은 운전의 상당 부분을 기계 영역으로 넘겼는데,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한다'는 전제 위에 멈춰 서 있습니다. 그리고 ADAS의 오류는 제조상 하자나 결함이 아닌 '내재적 위험'으로 취급됩니다. 보조 시스템이 오작동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책임은 모두 운전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자동차에 대한 통제권은 사람과 기계로 나뉘는데, 책임은 오롯이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입니다. 통제권은 나누면서 책임은 나누지 않는 이 괴리, 이것이 바로 ADAS 시대 과실비율의 사각지대입니다.

차로유지보조장치가 갑작스럽게 핸들 조작에 개입해 옆 차선 차량과 접촉했다면, 그 책임을 온전히 운전자에게만 있을까요? 이같은 과실비율을 둘러싼 분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접수 건수가 2012년 2만2450건에서 2023년 15만6812건으로 7배나 폭증했습니다. 사고는 복잡해지고, 분쟁은 늘어나고, 기존의 인력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과실비율 하나를 두고 수개월씩 다투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판단에 따라 같은 사고를 두고도 담당자가 누군지에 영향받아 과실비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에 보험업계는 AI가 사고 내용을 자동 분석해 과실비율을 산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하는 등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판단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적어도 일관성과 객관성에 있어서는 차라리 기계가 더 훌륭할 수 있습니다.

법률 영역에서도 AI는 이미 방대한 판례 리서치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고, 고소장이나 각종 법률 서면 작성에서도 입력값에 따라 법률가로서 손색이 없는 수준을 보입니다. AI가 과실비율 판단의 도구로 활용되는 현실은 시대에 부응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주객 전도는 안 된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AI는 '도구'이지 '주체'가 아닙니다. 계산기로 계산하지만, 계산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야구에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됐지만, 최종 판정의 결정권과 책임은 여전히 심판에게 있습니다.

완전자율주행이 실현되지 않는 한 과실비율은 나눌 수 있겠지만 궁극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고,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판단의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AI가 과실비율의 초안을 제시하고 분석 근거를 정리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도구가 아무리 훌륭해도 도구를 쓰는 주체의 자리까지 내줄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판단을 돕지만, 판단 그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ADAS 상용화와 AI 판단 도입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두 가지 축의 동기화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ADAS 작동과 오작동을 수정요소로 반영, 기술의 현실을 기준 안에 담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AI를 과실비율 판단의 도구로 활용하되 판단의 최종성은 신뢰가 담보된 사람이 흔들림 없이 지키는 것입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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