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2025년 미국 시장에서만 20만 3000대가 판매됐다. (출처 : GM)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한국GM을 둘러싼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노조와 지역사회에서는 한국 철수설이 반복되고 있고 직영 서비스센터 구조조정 여파로 현장의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부진한 내수 판매와 생산 물량 대부분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 여기에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전혀 다르다. GM은 올해 한국 공장을 사실상 ‘풀가동’ 체제로 운영하며 연간 5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세 인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SUV 수입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철수설을 무색하게 하는 행보다.
배경에는 소형 SUV의 탄탄한 수요가 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엔비스타와 앙코르 GX는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 크로스오버’로 자리 잡았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SUV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판매 기반도 안정적이다.
실제 이들 4개 모델의 2025년 미국 판매 대수는 42만 1000대로 2023년 29만 7000대 대비 41% 급증했다. 판매 증가에 힘입어 한국GM의 생산 물량도 크게 늘었다. 2025년 총 생산 대수는 46만 대에 달했다.
같은 기간 KG 모빌리티가 약 10만 6000대, 르노코리아가 약 8만 4000대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관세 변수도 전략을 흔들지는 못하고 있다.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수요가 유지된다면 물량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은 있지만 판매가 견조하다면 감내 가능한 범위라는 계산이다.
오히려 관세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결정은 한국 사업에서 발을 뺄 이유가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국GM의 생존 공식은 내수가 아닌 수출에 있다. 한국은 판매 시장이라기보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생산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GM이 제시한 올해 50만 대 생산 목표 역시 한국 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해야 가능한 물량이다. 현재로선 한국 사업장이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과 국내 체감도 사이의 간극이다. 해외에서는 판매 호조와 생산 확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망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브랜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와 협력업체, 노동자 입장에서는 철수설이 현실적인 불안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GM이 한국을 ‘시장’이 아닌 ‘제조 거점’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내수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와 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축소는 브랜드 입지를 더욱 좁히고 이는 다시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철수설을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산 확대 이상으로 시장에 대한 의지다. 쉐보레 브랜드가 국내에서 완전히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수출 전략과 별개로 한국 소비자를 위한 분명한 비전과 제품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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