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 속 보물찾기
중동의 할랄 음식 내음이 코끝에 맴돌다가 어느새 유럽이었다. 이태원역 3~4번 출구 사잇길에 70여 개의 개별 앤틱숍이 용산구청까지 이어져 있는 ‘이태원앤틱 가구거리’다. 매장 밖 길가에는 바로크 시대가 담긴 의자가 권위를 드러내고,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포슬린 미니어처가 상자에 쌓여 있다. 봄과 가을에는 ‘이태원앤틱축제’가 열린다. 손품 팔면 희귀한 소품을 횡재할지도 모르는 보물찾기의 산책로가 된다.
이태원앤틱가구거리의 초석은 벼룩시장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1960년대, 인근 미군 부대 군인들은 본국으로 귀환하기 전 사용하던 가재도구와 가구를 팔기 위해 내놓았다. 서양 문물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시대였기에 점차 많은 사람이 이 일대를 찾았고, 아시아, 유럽, 미주에서 다양한 골동품상들도 유입됐다. 작은 중고 시장이 앤틱 전문 시장으로 활성화된 것이다. 1980년대까지 이태원앤틱가구거리는 호황을 이룬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해외에서 대형 가구와 소품 브랜드가 들어왔고 직수입과 온라인 쇼핑도 활성화되며 위축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앤틱 수집가들과 영화 미술팀이 소품 대여를 위해 많이들 찾는다. 구한말에 착용했을 법한 안경, 1900년대 초 사랑을 전하던 손편지,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회중시계 등 근현대의 역사를 재현하고자 한다면 없는 게 없다. 다만 안타깝게도 일부 물건을 제외하고는 제작 연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대개 프랑스나 영국 등지에서 입고된 컨테이너를 통해 물건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방식이라 그렇다. 물론 수입 방식이나 국가는 매장마다 달라서 어떤 상점 주인은 현지에 가서 제품을 직접 경매하거나 시장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어디부터 구경을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독립군빈티지’를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다. 우주복을 입은 사람과 자유의 여신상 모형이 공간을 가르며 놓여 있고, 셀 수 없이 많은 빈티지 소품들이 빼곡하게 가게를 채운다. 실제로 사장님의 가게 운영 원칙이 ‘절대 빈 공간을 만들지 말자’란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옛것을 평생 모아온 수집가의 박물관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주인장의 아버지가 예전부터 모아온 물건들을 토대로 가게를 시작했다고 한다. 독립군빈티지는 원래 하남에서 2022년부터 가게를 운영하다 이태원앤틱가구거리로 2025년에 이전했다. 현재 2개의 매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70m 거리라 연달아 구경할 수 있다.
한편 요즘 이태원앤틱가구거리 일대는 재개발 때문에 고민이 많다. 특히 일부 앤틱 상점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구역에 걸쳐 있어 오랜 시간 지켜온 자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이태원앤틱가구거리 자체는 상권의 보존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동네상권발전소 사업에 선정됐지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할 거라는 전망이다. 60여 년을 고스란히 이어온 이태원앤틱가구거리.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든 보물을 만나고 싶다면 어쩌면 지금이 가장 완벽할 시기일지도 모른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