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전고체 배터리 테스트 장면. (출처 : 도넛랩)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고체 배터리’를 둘러싼 사기 의혹까지 받고 있는 핀란드 스타트업 도넛랩(Donut Lab)이 자사 전고체 배터리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검증 시리즈 영상을 통해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면서 진위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도넛랩이 23일(현지 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자사 전고체 배터리 셀의 초고속 충전 성능과 열 안정성이다. 도넛랩 CEO 마르코 레티마키는 이번 영상이 "양산차에 적용된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열적 거동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핀란드 국립 기술연구센터(VTT) 배터리 연구소에서 진행된 독립 제3자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했다. 테스트는 실제 배터리 팩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능동 냉각 없이 셀 온도가 자연 상승하는 ‘최악 조건’을 가정해 진행했다.
도넛랩은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가 통상 1~2C, 일부 조건에서 3C 수준 충전에 머무는 것과 달리 이번 테스트에서는 이를 크게 상회하는 5C와 11C 조건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5C는 약 12분 만에 100%, 11C는 약 5~6분 만에 완전 충전에 도달하는 속도다.
테스트는 두 가지 조건에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셀 양쪽에 수동식 알루미늄 방열판 두 개를 장착한 상태로 냉각 성능이 좋지 않은 일반적 배터리 팩 환경을 가정한 것이다. 두 번째는 방열판 하나를 제거해 매우 열악한 냉각 조건을 시뮬레이션했다.
영상에서는 5C 조건에서 두 개 방열판을 사용할 경우 셀은 9분 이상 안정적으로 5C를 유지했고 10분 이내 80% 충전에 도달했다. 최고 온도는 약 47℃ 수준이었다. 방열판 하나만 사용한 경우에는 최고 온도가 약 62℃까지 상승했지만 내부 저항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충전 유지 시간이 늘어나 0→100% 충전 시간이 12분 남짓으로 단축됐다.
C-rate는 배터리 용량 대비 충·방전 전류의 비율을 나타내는 단위로 값이 높을수록 동일 용량 기준에서 더 빠른 충전이 이뤄진다.
. VTT 독립 시험에서 확인된 도넛 전고체 배터리의 5C·11C 급속 충전 성능 비교(0–80% 도달 시간 및 열관리 조건별 최고 온도) . (오토헤럴드 DB)
11C 조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두 개 방열판 조건에서는 5분 이내 80%에 도달했고 최고 온도는 약 63℃였다. 방열판 하나만 사용한 조건에서는 최고 온도가 89℃까지 상승했지만 셀의 허용 범위 내이며 약 4분 30초대에 80%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도넛랩은 이 결과를 근거로 “능동 온도 제어 없이도 매우 높은 충전 속도를 수용할 수 있으며 온도 허용 범위가 넓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온 강한 클램핑 압력 요구와 충·방전 시 부피 팽창(15~20%) 문제도 자사 배터리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구조 없이도 단순하고 저비용의 배터리 팩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넛랩이 이처럼 상세한 시험 영상을 공개한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사기 의혹’ 때문이다. 지난 CES 2026에서 400Wh/kg 에너지 밀도, 10분 이내 급속 충전, 10만 회 충·방전 수명 등 파격적 수치를 공개했지만 당시 현장 시연이나 특허 공개, 동료 검증 논문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중국 업체의 CEO는 “제시된 성능 조합은 현실적으로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사기'라고까지 언급했다. 그는 특히 "고에너지 밀도, 초고속 충전, 초장수명, 극한 온도 대응을 한 번에 충족한다는 점이 물리적·공학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세계 주요 배터리 기업들조차 상용화를 2027년 이후로 예상하며 단계적 접근을 택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 수명, 안정성 간의 상충 관계(trade-off)를 완전히 해소한 사례도 아직 보고된 것이 없다.
따라서 도넛랩이 공개한 검증 영상이 업계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넛랩은 VTT가 실시한 독립 시험 데이터를 담은 문서까지 모두 공개했다. 추측이 아닌 측정 가능한 증거가 사실로 입증이 된다면 꿈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시기도 빨라지게 될지 모른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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