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7일은 포켓몬스터 탄생 30주년이다. 닌텐도 게임보이로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이 출시된 것이 벌써 30년 전이라니. 그동안 수많은 포켓몬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등이 나오며 포켓몬스터 세계관도 점점 커지고 탄탄해졌다. 여기에 초창기 설정들이 하나둘 공개되거나 유출되기도 하면서, 이전에는 미스터리였던 떡밥이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포켓몬스터 세계에는 미스터리로 남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게임 속 포켓몬 세계는 언제나 평화롭고 따사로워 보이지만, 조금 깊게 파고들어 보면 뭔가 요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린 시절 뭣 모르고 즐겼던 포켓몬스터의 이면에 존재하는 기괴한 비밀들. 30년의 세월로도 파헤쳐지지 않은 그런 요소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포켓몬을 잡아먹고 사는 사회?
옛날부터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 중 하나는 '대체 포켓몬 세계의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였다. 초창기 애니메이션만 해도 포켓몬이 아닌 일반 생선이나 닭고기 등이 등장했는데, 이 설정은 세대를 거듭하며 폐기됐고 포켓몬 세계의 모든 동물은 포켓몬이라는 것으로 대체됐다. 결국 식물만 먹는 것이 아니라면 포켓몬을 먹어야 하는데, 실제로 초기 도감에는 '파오리는 대파와 함께 끓여 먹으면 일품이라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문구도 남아 있다. 여기에 로켓단은 야돈의 꼬리를 잘라다 암시장에 팔아치웠고, 9세대에서는 가비루사라는 녀석이 제 살점을 스스로 떼어주는데 이게 또 별미라고 한다. 친구처럼 지내던 녀석들과 배틀하며 유대를 쌓다가, 배고프면 잡아먹는 세계관이라니.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다행히 최근 시리즈로 올수록 식문화 묘사가 둥글둥글해졌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햄이나 소시지는 고도로 발달한 포켓몬 세계의 '대체육'이라는 설정이 붙었다. 유전자 복제나 세포 배양 기술로 만들어진 듯 하다. 다만 켄타로스 같이 소와 비슷한 포켓몬이나, 밀탱크 같이 우유를 제공하는 포켓몬들의 경우 사육을 통해 식재료를 생성한다는 설정은 여전하다. 물론 포켓몬 세계에서도 인간과 닮은 이들이나 IQ가 높은 포켓몬, 그리고 피카츄 같이 귀여운 이들은 식사 취급 안 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대체 포켓몬 세계의 동물윤리의식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진다.
TOP 4. 알은 대체 뭔가?
포켓몬이 알에서 태어난다는 건 상식이 됐지만, 그 알이 생물학적 산란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다. 공식 설정상 포켓몬이 알을 낳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목격된 적이 없다. 마스다 준이치 디렉터는 이에 대해 "포켓몬 알은 현실세계의 계란 같은 게 아니라, 에너지를 담아두는 일종의 캡슐이자 요람"이라고 설명했는데, 암수 교미가 아니라 포켓몬의 에너지가 결합해 뿅 하고 나타난다는 소리다. 듣다 보면 이게 생물 도감인지 판타지 마법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 설정 때문에 고래왕과 에나비라는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기적의 교배도 합법(?)이 된다. 여기에 하트골드·소울실버의 신조유적 이벤트에서는 창조신 아르세우스가 우주의 기운을 모아 알을 연성하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알에서 막 깨어난 녀석이 당장 실전에 투입돼서 파괴광선을 쏠 수 있는 것도 요람 안에서 이미 완성된 채 나오기 때문이란다. 평범한 포켓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에너지를 뭉쳐 캡슐을 생성한다고 상상하면 뭔가 사이비 종교 의식 같기도 하다. 어쩌면 키우미집 할아버지만이 진실을 알고 있을지도?
TOP 3. 마자용은 꼬리가 본체인가?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언제부턴가 로켓단 등장멘트 마지막에 "마자~용!" 하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마자용. 개그 캐릭터처럼 다뤄지지만, 사실 꽤 무서운 비밀을 품고 있다. 도감 설명에 따르면 마자용은 항상 까만 꼬리를 숨기려 들며, 꼬리를 공격당하면 미친 듯이 반격한다고. 이에 많은 게이머들이 시퍼렇고 거대한 몸뚱이는 그저 대미지를 받아내는 샌드백일 뿐이고, 눈이 달려 있는 검은 꼬리가 진짜 의식을 가진 본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로켓단 로사의 마자용을 자세히 보면, 본체는 가만히 있는데 꼬리의 눈이 스르륵 깜빡이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두 개의 머리가 연결된 유령 형태였다고 하니, 꼬리 본체설이 거의 오피셜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일각에선 폐기된 포켓몬이자 마자용 바로 뒷번호인 키링키 미진화체의 설정이 합쳐졌다는 얘기와, 마자용 바로 앞번호인 안농과 모종의 관계가 있으리라는 설도 공존하고 있다. 아무튼, 멍청한 표정의 파란 풍선 뒤에 숨어서 상대를 노려보는 검은 꼬리가 본체라고 생각하면 마냥 귀여운 눈빛으로만 볼 순 없는 놈이다.
TOP 2. 캥카와 탕구리는 모자 지간인가?
포켓몬 괴담계의 영원한 떡밥 중 하나는, 탕구리와 캥카의 관계다. 탕구리는 사별한 어미의 해골을 쓰고 우는 짠한 녀석인데, 도대체 그 엄마가 누구냐는 거다. 이에, 초기부터 가장 유력한 가설은 캥카의 새끼가 엄마를 잃고 해골을 쓰면 탕구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1세대 시절 버그 덩어리인 '미싱노'를 진화시키면 캥카가 되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원래 텅구리가 캥카로 진화하려던 데이터가 잘려 나간 흔적이 아니냐는 기술적 분석까지 나왔다. 아동용 게임치고는 너무 하드코어한 설정이라 급하게 수정했다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물론 물리적 모순은 있다. 캥카는 2.2m짜리 거구고, 탕구리는 0.4m 꼬맹이다. 엄마 머리통이 탕구리 몸통보다 큰 상황에서, 그걸 어떻게 투구처럼 쓰겠는가? 하지만 탕구리가 '동료부르기'로 캥카를 부르거나, 서식지가 겹치는 점, 둘 다 호주와 관련된(부메랑, 캥거루) 포켓몬이라는 점 등을 보면 분명히 무슨 연관이 있으리라는 심증이다. 아무튼 제작사에서는 해당 루머에 대해 여전히 부정하고 있지만, 아마 게임프리크 초창기 멤버들의 머릿속에서는 분명 캥카의 뼈를 뒤집어쓴 탕구리가 존재했을 거라는 것이 확실시된다.
TOP 1. 디그다와 닥트리오의 하반신은?
1위는 포켓몬 생태학 최고의 난제, 디그다의 하반신이다. 대가리만 쏙 내밀고 있는 이 녀석들 밑에는 대체 무엇이 달려있을까? 징그러운 근육질 다리? 지렁이 같은 긴 몸통? 아니면 그냥 흙더미 자체가 본체일까? 일단 불가사의 던전 시리즈에서 디그다는 스스로 "발이 있다"고 말하며, 심지어 발자국 데이터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텔레키네시스로 띄워도 땅 덩어리째 통째로 들려 올라가고, 볼에서 나올 때도 허공에서 떨어지지 않고 땅에서 솟아난다. 제작사 측에서도 디그다를 철저하게 지면과 한 몸이 되도록 설정해 놓으며 몸통의 정체를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팬들은 지금도 디그다의 흙 밑 생김새를 두고 온갖 기괴한 팬아트를 양산하며 낄낄대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상상은 근육몬 이상 가는 인간형 몸통인데, 생각만 해도 징그러울 수준. 아무튼,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공식적으로 끝맺음되는 그날까지 디그다의 맨다리는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저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 그것이 바로 포켓몬스터의 최고 매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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