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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AI 전환의 현실과 가능성을 논하다” 애자일 AI 정부 세미나

2026.02.27. 1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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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비스학회는 애자일 AI 정부 세미나를 개최했다 / 출처=IT동아
한국서비스학회는 애자일 AI 정부 세미나를 개최했다 / 출처=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애자일(Agile)은 한 번에 목표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작은 단위로 빠르게 실행하고 현장 반응을 보며 계속 문제를 고쳐 나가는 업무 방식을 뜻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출발했지만 공공 부문, 프로젝트 관리, 조직 운영, 협업 거버넌스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뤄진다.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수정ㆍ보완하는 행정을 강조하는 최근 대한민국 정부 정책 기조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정부 행정 처리 방식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AI 기술은 짧은 주기로 빠르게 진화하는 반면, 행정은 규정ㆍ예산ㆍ조달ㆍ보안 등 다양한 절차 탓에 변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챗봇 활용 수준을 넘어 업무 방식ㆍ조직 구조ㆍ정책 집행 체계까지 행정 혁신이 성과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공공 부문의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를 디지털 정부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AI를 행정 시스템에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하버드대학교 컴퓨터공학 강의를 AI 기반 프레임워크로 국민에게 제공 중이며,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기존 IT 인프라의 부재를 오히려 AI 스타트업 육성의 발판으로 삼았다. 대한민국 정부도 AI를 쓰는 단계에서 AI로 설계하는 단계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 2026년 2월 25일, 한국AI서비스학회가 '애자일 AI 정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AI 기술을 활용한 공공 부문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대한민국 AI 정부의 미래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국AI서비스학회 이경전 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대한민국 AI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리더들과 현장의 전문가들이 비전을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AI 정부의 성과를 함께 확산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탁월한 인재의 시대, 공무원도 AI 역량 갖춰야

기조연설에 나선 임채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현재 상황을 근대(Modern Age)에서 금대(Contemporary Age)로 넘어가는 결정적 시점으로 규정했다. 1400년대 피렌체 르네상스가 중세를 해체하고 근대를 열었듯, AI 혁명은 합리주의와 이성 중심의 근대주의를 종말 짓고 새로운 문명을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임채원 원장은 AI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키워드로 탁월성(Excellence)을 꼽았다. AI가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정신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탁월한 인재(Brilliant Minds)만이 가치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채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 출처=IT동아
임채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 출처=IT동아


그는 특히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데이터화한 문예 AI(Humaniarts AI)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서구가 시장 연구 부문에서 우위를 갖는다면, 동아시아는 국가론 연구에 강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국대전이나 사고전서 같은 고전 자료를 학습시킨 AI를 통해 동ㆍ서양을 융합한 새로운 국가론을 정립하고, 나아가 치유와 명상 등 현대인의 영적 수요를 충족하는 영성 AI 모델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의 미래에 대해서는 애자일 AI 정부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공적 담론을 분석해 의제를 선제적으로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예견적 거버넌스를 의미한다. 임채원 원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정책 문제를 데이터와 모델의 언어로 재정의하는 문제정의 역량과 소버린 AI(국가 기반 AI)를 활용해 빠르게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ㆍ반복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라” 경기도가 강조하는 AI 전환

김기병 경기도 AI국장은 경기도가 추진해 온 AI 행정의 실전 사례와 한계를 가감 없이 공유했다. 그는 “혁신은 속도와 방향이 전부다. 우리도 테슬라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기민함을 공공 행정에 이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2024년 7월, AI 전담 부서인 ‘AI국’을 신설하고 같은 해 AI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25개 AI 조례를 운영한다. AI 등록제 시행(AI 알고리즘·플랫폼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는 제도), 지방정부 AI 혁신대상 수상, 국제기구 ASOCIO 디지털 정부상 수상 등 외형적 성과는 두드러진다. 경기 생성형 AI 플랫폼도 구축했다.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5개의 다중 AI 모델을 플러그인 방식으로 연동,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유연하게 교체 가능한 구조다.


김기병 경기도 AI 국장 / 출처=IT동아
김기병 경기도 AI 국장 / 출처=IT동아


김기병 국장은 경기도가 행정심판 지원, 보도자료 작성 등 6개 혁신 서비스를 통해 업무 효율을 30%에서 최대 75%까지 향상됐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AI 재난콜을 통해 119 대응 시간을 단축하고, AI 복지콜로 위기 이웃 발굴을 30% 이상 늘리는 등 도민 체감형 서비스를 확대한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를 위해 단편적인 사업에 치중하다 보면 행정 전반의 재구조화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별 부서의 칸막이 예산 구조로 인해 범조직적인 AI 대전환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도 부지사 주도의 '혁신행정추진단'을 초기에 구성하고 데이터 영역을 범조직으로 통합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병 국장은 “AI는 값비싼 액세서리가 아니라 행정의 새로운 운영체제(OS)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를 통합하고 온톨로지(Ontology, AI가 이해하기 위한 세부 매뉴얼) 기반의 의미론적 데이터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3대 강국 동력은 충분, 하지만 정부 조직의 혁신도 필요해

이어 연단에 오른 배일권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기반국장은 중앙정부 차원의 'AI 민주정부' 실현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의 AI 준비 현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 그는 “세계은행의 정부 AI 준비지수에서 대한민국이 6위에서 5위로 상승했고, AI 3대 강국 진입을 국가 목표로 설정한 만큼 추진 동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세계 최고 AI 민주정부 실현’이라는 국정과제 아래, 국민 체감형 서비스 혁신, 공무원 업무 효율화, AI 기업 성장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준비한다. 이에 국세청 납세 서비스 혁신, 지능형 국민신문고, AI 정부 24 등 국민이 체감 가능한 30대 핵심 과제를 선정해 자원을 집중 투입 중이다.


배일권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기반국장 / 출처=IT동아
배일권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기반국장 / 출처=IT동아


공무원이 보안 걱정 없이 행정망 내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한 범정부 AI 공통 기반 구축 방안도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대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삼성, 네이버 등 국내 모델과 민간 클라우드를 통합한 플랫폼을 2025년 11월 시범 운영을 마쳤다. 이곳에서 1만 2000여 개의 정보 시스템 연동이 가능하다.

배일권 국장은 AI 정부 성공의 열쇠로 사람을 꼽았다. 다만, 외부 인재 충원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현장 지식을 가진 공무원을 'AI 챔피언'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전체 공무원 정원의 2%인 2만 명을 AI 전문가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AI 정부 구현의 구조적 장애 요인도 언급됐다. 먼저 예산 시스템의 경직성이다. AI 사업은 긴급 수요가 발생하거나 빠른 실험이 필요한데, 현행 예산 체계는 5월까지 구체적인 항목을 확정해 이듬해 예산에 반영하는 구조다. 예비비 활용도 요건 불충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배일권 국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비효율적인 조달 체계다. 대기업 참여 제한을 해소하는 데 3개월~4개월 가량 소요되고, 정보화 사업 절차는 3년~4년이 소요된다. AI 사업은 개념검증(PoC) 단계에서 바로 실행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현행 조달 체계는 AI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 시스템 1만 5900여 개 중 43.2%에 불과한 민간 클라우드 전환율도 개선 대상이다.

노후화된 정부 시스템도 해결 과제다. 배일권 국장은 “정부 시스템은 20년이 넘은 노후 시스템이 많아 AI를 접목하기에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AI로 업무 효율이 높아져도 정부 조직 내 재교육ㆍ재배치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혁신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발전 가능성 큰 공공 AI, 도입 속도 필요성 강조

애자일 AI 정부 마지막으로 진행된 종합토론 시간에는 공공 AI와 관련한 조언과 대안이 오갔다. 이 자리에는 지용구 더존비즈온 대표,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윤우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 김기병 경기도 AI 국장, 배일권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기반국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공공 AI와 관련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 출처=IT동아
종합토론 시간에는 공공 AI와 관련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 출처=IT동아


첫 발언에 나선 지용구 더존비즈온 대표는 "현재 가장 큰 악당은 시간이다"라며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애자일이란 문화나 교육이 아닌 시스템의 결과물이라며, 과거 데이터 정제에 매몰되기보다 지금 바로 도구를 사용하며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발언한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공공 AI가 중앙 부처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으로 빠르게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업무에 AI를 붙이는 수준에서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중심(AI-Native)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우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현장에서 배우는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공 전용 모델의 필요성과 함께, 공무원들이 AI 자동화에 의존하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적인 문해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 분야와 달리 공공 부문 AI는 업무 효율화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배일권 국장은 “공공 부문에서는 효율성ㆍ생산성ㆍ민주성이 창의성보다 우선시된다”고 설명하면서, 연구 분야에서는 AI 기반 창의적 시도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병 국장은 “경기도가 AI 복지콜로 민원 접수를 30% 늘린 사례처럼, 기존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공공조직의 유연성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것일 뿐, 민간이라면 150명 감원에 해당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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