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는 구조적 상승 압력을 받게된다.(출처: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되고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는 구조적 상승 압력을 받는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차단될 경우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이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확산으로 이어진다. 또 이러한 거시 환경 변화는 자동차 시장의 수요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유가 상승은 가장 먼저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을 높인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르면 내연기관 차량의 운용 비용은 즉각 증가하고 특히 주행거리가 많은 소비자일수록 연간 유지비 차이는 더욱 크게 체감된다.
이 경우 연료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전동화 전환이 진행 중인 시장 환경에서 고유가가 겹치면 수요 이동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가 상승은 가장 먼저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을 높여,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요를 촉진 할 수 있다(출처: 현대차그룹)
이 같은 흐름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국제 유가 급등이다. 당시에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급증하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 시장으로의 금융 투기 자금이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이 결과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고 연료비 부담이 급격 높아졌다.
이 시기 토요타 '프리우스' 판매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증가하며 하이브리드 차량 대중화를 촉진시켰다. 높은 연비를 앞세운 하이브리드 차량이 경제적 대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근래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타난 에너지 가격 급등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찾을 수 있다.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약 1000만 대를 넘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고, 전기차 시장 확대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테슬라, BYD 등 주요 전기차 브랜드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전동화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됐다.
또 한 차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바탕을 둔 유가 상승의 시점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장 현실적인 내연기관의 대안으로 지목된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병행해 연료 소비를 줄이고,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모터 활용 구간이 늘어나 연비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순수 전기차는 연료를 전기로 대체해 주행거리당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전기요금 체계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동일 거리 기준 에너지 비용은 내연기관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경에서 글로벌 완성차 전략도 변화할 수 있다.(출처: 테슬라)
한편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경에서 글로벌 완성차 전략도 변화할 수 있다. 내연기관 중심 라인업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생산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차량 가격보다 총보유비용(TCO)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전동화 모델의 수요를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전동화 차량이 모든 상황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충전 인프라, 전기요금 정책 변화, 배터리 원자재 가격 등도 중요 변수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공급 충격이 장기화돼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 속도는 다시 한 번 가속화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 기준을 바꾸는 요인이 되며 이는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와 직결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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