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숨어 있든 명품은 빛을 발하는 법.
주차장 구석, 좁은 골목길, 쇼핑몰에서 발견한 교토의 향긋함.
카페 호핑을 하며 느긋하게 즐겼다.
두 가지 감각을 사로잡은 예술
RAU 파티세리 & 초콜릿
복합문화공간 굿 네이처 스테이션(Good Nature Station) 3층에 자리한 RAU 파티세리 & 초콜릿은 디저트 카페라는 울타리에 가둘 수 없는 곳이다. 브랜드명, 라우(RAU)에서 카페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기품 있고 아름답다’라는 뜻의 일본 고어 라우라우시(らうらうし)를 활용해 이름을 지었고, 식기와 디저트, 인테리어 등 모든 요소에서 가벼움을 걷어 냈다.
먼저 디저트. 마츠시타 유스케, 타카기 사치요 두 셰프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Scene)’을 과자에 담아낸다는 철학으로 예술 작품 같은 디저트를 선보인다. 꽃병이나 돌무더기를 형상화한 듯한 독창적인 케이크는 조형미가 인상적이다. 시각을 사로잡고, 연이어 미각까지 만족시킨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마지막 코스로 나올 법한 섬세한 모양새를 갖췄고, 맛의 균형감도 훌륭하다. 한국인이 디저트에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인 ‘적당히 달콤하다’의 표본이다.
쇼케이스에 올라가 있는 것 중 다테야마에서 영감을 받은 ‘YAMA’, 붉은 꽃병을 닮은 ‘Bin’ 등이 시그니처 디저트다. 대표적인 디저트는 늦은 오후에 가면 대부분 품절이라 점심 식사 이후, 서둘러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념품으로 챙길 만한 것도 있다. 이미 로컬과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나미나미(Nami-Nami)다. 바삭한 식감의 물결 모양 쿠키 사이에 프랄린, 말차, 쇼콜라 등 다양한 크림과 판 초콜릿을 샌드한 메뉴로, 교토의 기와지붕 물결을 연상시킨다. 또 코스타리카 유기농 카카오를 활용한 마름모 모양의 초콜릿도 추천 아이템이다.
주차장에 숨겨진 커피 성지
위켄더스 커피
주차장 구석에 작은 일본 전통 가옥이 보이면 그곳이 위켄더스 커피다. 매장은 도심 속에 숨겨진 다실(Tea room)을 연상케 하는데, 앉을 자리는 거의 없다.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정원을 꾸며 놓았다. 규모보다 중요한 건 커피 맛 아니겠는가.
교토 스페셜티 커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위켄더스 커피는 약배전(Light Roasting)을 통해 원두 본연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커피의 맛은 명확하다. 쓴맛을 덜고 커피가 가진 본래의 단맛과 투명함을 끌어내는 것이다. 원두는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케냐 등 다양한 산지의 싱글 오리진을 취급하며, 집에서도 위켄더스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자체 블렌딩 원두와 드립백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사소한 부분에서 차이를 만든다. 아이스 커피의 경우, 얼음을 넣은 서버에 커피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추출된 커피가 있는 서버에 얼음을 넣는다. ㅁ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맛의 인상이 변하는데, 말로 설명하긴 어렵고 한 번 마셔 봐야 그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아주 보통의 커피
쿠라스
여행자의 일상에 커피를 선물하는 카페다. 일본어로 ‘살다, 지내다’라는 뜻의 쿠라스(暮らす)를 브랜드 이름으로 활용했는데, 교토의 커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큰 포부도 지녔다. 원래 13년 전, 온라인 생활용품점으로 시작한 브랜드인데, 2015년부터 원두와 커피 도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교토역 근처에 첫 매장 쿠라스 교토 스탠드(Kurasu Kyoto Stand)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쿠라스는 지점별로 다른 매력을 보여 준다. 바 형태로 공간을 구성한 교토 스탠드가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면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라면, 에비스가와(Ebisugawa)점은 커피 기구를 직접 만져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쇼룸 겸 카페다. 메뉴는 바리스타가 정성껏 내려 주는 핸드 드립 커피와 교토의 상징성을 담은 진한 말차 라테다. 또 자체 로스팅한 원두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파트너 로스터들의 원두를 소개하는 구독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유리 장인의 한 잔
하리오 카페
핸드드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V자 형태의 ‘하리오 V60 드리퍼’를 한 번쯤 들어 봤거나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V60 드리퍼는 105년 역사의 내열유리 제조사 하리오가 자랑하는 대표 상품인데, 유명한 바리스타들도 애용할 정도로 성능이 좋다. 이런 하리오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가 교토 이시베코지(Ishibekoji)에 있다.
이시베코지는 지역의 정취가 짙게 묻어나는 작은 골목길로, 하리오는 오래된 가옥을 카페로 개조해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커피를 대하는 브랜드의 애정이 듬뿍 담겼고 커피에 대한 자신감도 엿볼 수 있다. 또 요즘 말로 ‘느좋(느낌 좋은)’ 카페다. 커피는 1인용 트레이에 정갈하게 준비되고, 앙증맞은 정원과 아늑한 분위기의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그렇다. 또 매장 한 편에서 하리오의 다양한 커피 기구와 하리오 램프워크 팩토리의 유리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어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다.
하리오 카페의 핵심은 역시 도구와 커피의 조화다. V60를 이용한 핸드드립 커피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사이폰(Syphon) 커피를 모두 즐길 수 있는데, 원두는 교토 블렌드, 다크 블렌드, 싱글 오리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추출 도구에 따라 달라지는 맛의 차이를 비교하며 신중하게 음미해 보자.
이성균 기자의 M-SG
당신의 여행에 감칠맛을 더해 줄 MSG 제작소. 관광지, 호텔, F&B, 액티비티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탐합니다. 여기에 뱀띠 남자의 취향 한 스푼 더할게요.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