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규정에 맞춰 시즌을 시작한 포뮬러 1 개막전이 호주 멜버른 알버트 파크 서킷에서 열렸다. (출처 : F1)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2026 시즌 포뮬러원(F1) 개막전인 2026 호주 그랑프리(Australian Grand Prix)가 호주 멜버른 알버트 파크 서킷에서 열리며 새로운 시대의 막을 올렸다.
올 시즌은 F1 역사에서도 큰 변화를 맞은 해다. 2026 규정은 전동화 비중이 크게 늘어난 새로운 파워유닛(Power Unit)을 중심으로 한다. 내연기관 출력은 줄어든 대신 배터리 전력 비중이 크게 늘었고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부스트(Boost)’ 및 ‘오버테이크(Overtake)’ 버튼 등 전기 에너지 활용 전략이 경기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엔진 성능 경쟁이 아니라 에너지 관리와 전략, 그리고 공력 효율이 승부를 좌우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시험대가 바로 이번 호주 그랑프리였다.
호주 그랑프리에서 메르세데스는 새 규정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며 개막전 포디엄을 장악했다. 개막전의 승자는 조지 러셀(George Russell). 러셀은 팀 동료 키미 안토넬리(Kimi Antonelli)와 함께 예선에서 프론트 로우를 독점하며 결승에서도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으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안토넬리 역시 2위를 기록하며 메르세데스의 완벽한 1·2 피니시를 완성했다.
레이스 초반 흐름은 페라리(Ferrari)가 주도했다.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는 4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첫 코너에서 러셀을 추월하며 선두로 올라섰고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역시 상위권에서 경쟁하며 페라리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두 팀의 전략 차이가 레이스의 흐름을 바꿨다. 가상 세이프티카(VSC)가 발동된 순간 메르세데스는 즉시 피트 스톱을 선택했고 페라리는 트랙에 남는 전략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페라리는 이후 피트 스톱 과정에서 시간을 잃었고,메르세데스는 트랙 포지션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들은 이후 타이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원스톱 전략으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새 규정 시대 첫 경기에서 메르세데스는 전략과 에너지 관리, 타이어 관리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패키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페라리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르클레르는 공격적인 스타트로 선두를 차지했고 해밀턴 역시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상위권을 지켰다. 하지만 VSC 상황에서 피트 전략을 미루면서 트랙 포지션을 잃었고 결국 르클레르는 3위, 해밀턴은 4위로 경기를 마쳤다.
2026 시즌 개막전 호주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지 러셀(메르세데스). (출처 : F1)
전통의 강자 레드불은 쉽지 않은 출발을 했다. 맥스 베르스타펜(Max Verstappen)은 예선에서 사고로 기록을 남기지 못하며 최하위인 20번 그리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특유의 공격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무려 14대를 추월해 6위까지 올라오는 저력을 보여줬다.
다만 차량 페이스 자체는 메르세데스와 페라리에 비해 다소 부족해 보였다. 타이어 그레이닝 문제와 전반적인 속도 부족이 드러나면서 레드불이 시즌 초반 개발 경쟁에서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맥라렌에게 이번 경기는 특히 아쉬움이 컸다. 호주 출신 드라이버 오스카 피아스트리(Oscar Piastri)는 그리드로 이동하던 도중 코너에서 차량을 잃고 스핀하며 벽에 충돌했다. 차량 손상이 심해 결국 레이스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캐딜락 포뮬러원 팀(Cadillac Formula 1 Team)은 현실적인 한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F1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캐딜락의 첫 경기 결과는 냉혹했다.
예선에서 세르히오 페레스(Sergio Perez)와 발테리 보타스(Valtteri Bottas)는 각각 18위와 19위를 기록하며 모두 Q1에서 탈락했다. 선두권과의 격차는 3초 이상 벌어져 있었다. 결승에서는 페레스가 16위로 완주했고 보타스는 차량 문제로 리타이어했다.
경기 후 캐딜락의 가장 큰 문제로는 공력 성능이 지적됐다. 보타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차량이 코너에서 충분한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의 다운포스와 기계적 그립이 부족해 코너에서 랩타임을 크게 잃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생 팀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캐딜락은 촉박한 차량 개발 일정 속에서 충분한 풍동 테스트와 실제 트랙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했다. F1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중요한 만큼 신생 팀이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6 시즌 개막전은 새로운 F1 시대의 단면을 보여줬다. 메르세데스는 가장 안정적인 패키지를 앞세워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페라리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인했다. 레드불은 챔피언 드라이버의 저력으로 버텼지만 차량 성능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캐딜락 역시 첫 레이스에서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지만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도 분명히 확인했다.
다음 무대는 오는 13일(현지 시간)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리는 하이네켄 중국 그랑프리다. 이 서킷은 독특한 ‘G’ 형태의 레이아웃으로 유명하다. 특히 초반에 이어지는 긴 저속 코너와 약 1.2km에 달하는 긴 백스트레이트가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저속 코너에서의 기계적 그립과 다운포스, 그리고 긴 직선에서의 최고속도가 동시에 중요하다. 새로운 규정 아래 각 팀의 진짜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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