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시간, 토요일 한낮. 우리 집을 홈 카페로 만들어 줄 부산 여행지 3곳.
■잠시 누웠다 갈게요
라이다운 커피 로스터스
영하 7도의 추위. 성냥팔이 소녀가 따스한 풍경에 홀린 듯 다가갔다고 했던가.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저 멀리 정체 모를 공간으로 향한다. 카페의 이름은 ‘라이다운 커피 로스터스’. 붉은 벽돌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유리창 너머의 풍경이 퍽 포근하다. 고개를 살짝 내린 채 지그시 커피를 내리는 주인장과 가지런히 서로에게 기댄 책들, 나무 가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게 이름이 곧 철학인 곳. ‘라이다운(lie down)’, 누우라는 뜻이다. 주인장은 2021년 11월부터 5년째, ‘잠시 누웠다가 갈 사람들’을 이 공간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이 누군가에겐 낮잠 같은 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극미량의 카페인에도 교감신경계의 뉴런이 요동치는 인간에게 커피는 낮잠의 적일지도 모른다. 마시는 순간 두근거림부터 찾아오니까. 그래도 여기선 쉽사리 의자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산들바람과 함께 잠이 솔솔 불어올 것 같은 아늑함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런 공간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아마 2가지 정도 있을 듯하다. 튀는 구석 없이 편안한지, 다정함이 곳곳에 스며 있는지. 주인장은 이를 위해 일단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B사의 스피커를 들였다. 편안한 분위기의 음악이 최적의 음질로 흘러나와 공간을 이불처럼 잔잔하게 덮어 준다. 카페의 가장 기본인 커피 또한 튀는 맛 없이 누가 마셔도 무난하게끔 신경 쓴다. 로스팅 정도를 조절해서 스페셜티 커피 치고 산미가 적은 맛을 주로 선보인다고.
그는 카페를 차리기 전 10여 년간 커피 업계에서 몸담으며 커피 관련 전문성을 쌓아 왔다. 원두 구매부터 로스팅, 분쇄, 추출까지 모든 과정에서 손길과 눈길을 더해 정성을 한 잔에 담는다. 필터 커피 원두 종류만 해도 18종(1월30일 기준). 시즌별로 취급하는 원두는 조금씩 다르다. 선택을 돕기 위해 시향 샘플과 컬러칩(원두 정보가 담긴 작은 카드)도 마련했다. 취향에 따라 맛과 향, 질감을 다르게 구현하기 위해 추출 방식 역시 에어로프레스와 필터 커피, 에스프레소 머신 등 다양하다. 부드러운 음악, 무난한 커피 맛, 한 잔에 묻어 있는 다정함의 3연타.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아 홈런이다.’ 정말로 잠깐 잠에 들고 싶어졌다.
Editor's TIP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커피 전문가의 커피를 집에서도 마실 수 있다. 홀빈부터 드립백까지 상품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유럽 가정집을 옮겨 온
브라켓 테이블
‘감성은 인스타, 행동은 트위터(현 X)’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유튜버 ‘예디’. 감성 가득한 소품 속에서 홈 카페를 위해 무언가를 때리고 부수는 ‘분노의 홈 카페’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꽁꽁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이 유리컵에 들어가지 않자, 주먹으로 내리치다 결국 컵까지 깨 버리는…, 묘하게 통쾌한 감성. 그런데 그렇게 완성된 디저트와 음료의 분위기는 웬만한 감성 카페 저리 가라다.
그의 남다른 감각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어진 곳이 키친 &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브라켓 테이블’이다. 예디가 운영하는 이 숍은 2층짜리 상앗빛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사용한다. 공사 당시 외관을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 놓고도, 자신이 그렸던 이미지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시 뒤엎고 결국 지금의 색으로 뒤덮었다고. 이 하나의 에피소드만 봐도, 디테일에 얼마나 진심인 숍인지 드러난다.
타일과 가구 같은 인테리어 요소부터 판매용으로 놓인 소품까지. 하나하나 뜯어 보면 다르지만, 공간 전체는 하나의 톤 & 무드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유럽의 가정집’ 분위기다. 소품들도 보기 좋게만 진열한 게 아니라 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치했다. 머리끈은 막대에 걸어 ‘끈 탑’을 만들고, 커트러리는 디자인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게 일렬로 배치했다.
1층에는 마그넷과 작은 소품들이 주를 이루고, 2층에는 커트러리와 식기가 놓여 있다. 키친 &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주방과 제빵, 인테리어, 홈 카페 등과 관련된 상품을 폭넓게 다룬다.
Editor's TIP
여행 중 짐이 많아 마음에 드는 상품을 다 챙기지 못했다면 온라인 스토어를 활용해 보자. 활발하게 운영 중이라, 상품명이나 생김새만 기억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주문해도 된다.
작은 세계들이 모인 정원
페이퍼가든
‘하얀 종이 위 저마다의 정원을 그린다’라는 뜻을 담아 문을 연 ‘페이퍼가든’. 짙은 초록빛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2층에 있는 매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난다. 본래 주택이던 곳이라 내부는 방이 여러 개로 나뉜다. 각 공간에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화병과 작은 소품, 터프팅 러그와 뜨개 소품 등 직물 상품, 주방과 생활용품, 와인과 식물까지. 공간별로 주인공인 상품이 다 다르다. 현재의 페이퍼가든은 소품 숍과 식물 가게가 결합한 복합 공간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10년 전인 2016년, 디자이너였던 주인장은 당시 시중에서 마음에 드는 러그를 찾기 어려워 직접 제작에 나섰다. 자체 제작 러그를 출시한 것이다. 러그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아 만들고, 그 서사를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주력 상품이라지만 러그만 진열하기에는 공간이 단조롭게 느껴져 상품 사이사이 장식과 소품을 배치했다. 이후 뜻밖의 일이 계속 벌어졌다. 손님들이 러그 옆에 둔 작은 식물을 보고 판매 여부를 묻기 시작한 것. 여기서 힌트를 얻어 페이퍼가든에서 반려 식물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러그와 함께 식물은 또 하나의 대표 상품이 되었다.
페이퍼가든의 반려 식물은 단순히 흙과 식물로만 구성된 게 아니다. 화분 위에는 마치 ‘작은 존재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우산 대신 몬스테라잎으로 비를 피하는 토끼 미니어처, 손가락만 한 야자수를 닮은 괴마옥 아래 휴양을 즐기는 여행자…. 하나하나의 장면이 화분 위에 담긴다. 화분 자체에도 정성을 쏟았다. 같은 화분이더라도 니트 홀더를 다 다르게 제작해 씌우기도 하고, 틀에 발포 세라믹을 부어 현무암 같은 모습을 손수 만들기도 한다. 식물 하나하나에는 러그처럼 이름과 콘셉트가 붙는다. 자갈과 미니어처 등 화분 위에 놓이는 모든 장식 역시 그 콘셉트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 결과, 각각의 식물은 하나의 섬이자 작은 세계를 이룬다.
Editor's TIP
‘작은 존재들의 세상’ 같은 식물을 하나 데려와도 좋겠다.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브런치를 먹으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될 것.
글·사진 남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