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내게 홍콩은 문득 마음 한 편이 저려 오는 도시다. 그 옛날 지직거리며 재생되던 홍콩 영화 비디오가 남긴 은은한 애수 때문이다. 애써 어깨를 스치며 걷는 골목과 거리를 헤매는 우수에 젖은 눈동자들. 그들의 대사에는 언제나 정적이 있었다. 물론 현실은 그리 영화 같진 않지만, 그래도 홍콩행 비행기에 오를 때면 애틋한 마음이 어김없이 고개를 쳐든다. 이내 이지러지는 홍진세계로 뚝 떨어지게 될 줄 알면서도, 홍콩에서는 잠시의 정적을 바란다.
그 많고 많은 홍콩의 호텔 중 ‘JW 메리어트 홍콩’을 짚어 선택했다. 이곳은 메리어트 그룹이 1989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며 가장 처음으로 오픈한 호텔이다. 1980~90년대는 홍콩이 아태 지역 경제의 금융 중심지로 급부상하며, 그 위상이 하늘을 찌를 때다. 당시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브랜드들은 앞다퉈 홍콩 진출을 경쟁했는데, JW 메리어트 홍콩은 언제나 이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더욱이 호텔을 찾을 고객에 대한 존중을 호텔 곳곳에 담아냈고, 묘하게도 그것은 오늘날에 들어 우리가 홍콩에 기대했던 향수를 충족시킨다.
JW 메리어트는 홍콩의 핵심 지역인 센트럴과 상업 지구 완차이 사이에 자리한다. 1988년에는 호텔 옆쪽으로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가 세워지며 그 규모가 더욱 커진다. 퍼시픽 플레이스는 1980년대 중반, 영국 군사 시설이었던 ‘빅토리아 배럭스(Victoria Barracks)’ 부지를 재개발하면서 탄생한 거대 복합 단지다. 홍콩의 대표적인 도시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꼽히며 5개의 오피스 타워, 3개의 호텔, 1개의 쇼핑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JW 메리어트 홍콩은 로비에서 애드머럴티(Admiralty) MTR 역과 바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시 홍콩의 향수로 돌아가 보자면, 홍콩에 있는 수많은 호텔은 점점 더 화려하고 개성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것이 ‘요즘 럭셔리’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다르게 보여 줄 것이고, 얼마나 화려하게 환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 와중에도 JW 메리어트 홍콩은 여전히 도시의 중심에서 비즈니스 호텔로서의 안정성과 효율성, 그리고 전통적인 서비스 체계에 가치를 두었다. 물론 객실과 공용 공간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꾸준히 리노베이션을 거쳐 왔지만, 금빛과 갈색빛이 감돌아 중후한 무게감을 뽐내는 벽과 바닥, 유리 패널로 개방감을 준 외벽, 밟을 때 폭신한 감촉이 매력적인 카페트, 4층 높이의 중정을 끼고 단차를 두고 올린 라운지 공간, 번쩍이는 스틸 소재의 장식까지. 지금 당장 그 시절 홍콩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클래식한 공간이다. 실제로 40년의 역사를 지녔으니 오래된 것도 맞다. 그러나 공간에서 전해져오는 감각은 단순히 ‘오래됐다’라고 일축하기에는 품위가 넘치고 우아하다.
로비 옆쪽으로 붙어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더 라운지(The Lounge)에는 언제나 사람이 붐빈다. 홍콩 현지인과 비즈니스 방문객이 특별히 많기 때문이다. 정장을 차려입은 이들이 금방이라도 미끄러 넘어질 것만 같은 억양의 광둥어로 미팅을 나누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오가며 직원들과 잡담을 나누는 공간. 스탭들은 한껏 꾸민 상냥함 대신 가깝고 친근하게 이웃 어르신을 맞이하듯 응대한다. 그렇다고 절대 소란스럽진 않다. 대신 소곤소곤 귀가 간지럽다. 늘 분주해 붕 뜬 기분이 들곤 했던 홍콩의 호텔 로비에서는 꽤나 특별한 감상이다. 익숙한 곳에 돌아와 비로소 땅에 발을 붙인 느낌이라는 것은. 어쩌면 내가 홍콩에서 가장 바란 잠시의 정적일지도.
35층, 객실은 총 608개. 그중 27개가 스위트 객실이다. 최근 34층 전체를 새롭게 리뉴얼하며 이 객실 층을 하나의 도심 속 안식처로 재구성했다. ‘인피니티 게스트룸(Infinity Guestroom)’이라는 타입인데, ‘빅토리아 피크’ 방향의 객실은 그 빼곡한 도심 속에서도 창밖으로 숲을 가득 담았다. 건물로 빼곡한 홍콩의 도심에서, 그것도 호텔에서 오롯이 숲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좀처럼 실감나질 않는 특별한 경험이다.
Man ho
만호
홍콩 광둥 요리의 핵심은 재료 본연의 신선도, 맛을 살리는 조리 방식 그리고 절제된 양념의 섬세한 균형감이다. 만호는 고전적인 중국 정원을 모티브한 광둥식 레스토랑. JW 메리어트 홍콩의 메인 중식당이다. 꿀을 발라 구운 이베리코 돼지 등심, 아몬드 밀크와 닭육수를 곁들인 생선 부레, 금붕어의 모양을 재현한 딤섬 등이 시그니처 메뉴. 모든 메뉴에는 현지에서 공수한 다양한 차와, 숙련된 소믈리에가 엄선한 세계 각국의 와인을 함께 곁들일 수 있다.
Q88
큐88
Q88은 JW 메리어트 홍콩 로비 안쪽에 위치한 라이브 바다. 차분하고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프리미엄 스피릿과 리큐어, 샴페인, 로컬 크래프트 맥주까지 폭넓은 주류 컬렉션을 갖추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 컬렉션이 많아 호텔 숙박객뿐만 아니라 인근 애드미럴티 금융, 비즈니스 지구 직장인들에게도 사랑받는 바다. Q88의 하이라이트는 저녁 7시부터 진행되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공연과 함께 즐기는 칵테일 한 잔은 호텔 라운지의 우아함에 홍콩 특유의 역동적인 밤을 더한다. JW 메리어트 홍콩은 1989년 개관 이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호텔로 자리해 왔는데, Q88 역시 이러한 호텔의 역사성과 품격을 반영한 대표적인 소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공간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Fish Bar
피시 바
JW 메리어트 홍콩 7층, 수영장 앞쪽에 위치한 피시 바는 빅토리아 피크의 울창한 녹지를 즐길 수 있는 알프레스코(Al Fresco) 해산물 레스토랑 겸 스낵 바다. 참고로 알프레스코 레스토랑은 테라스, 정원, 야외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식사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번화한 애드미럴티 중심부에 위치하면서도 마치 숨겨진 오아시스처럼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공수한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달한 수산물을 사용한다. 메뉴는 당일 공수한 신선한 해산물을 중심으로 계절성과 산지 특성을 살려 구성한다. 오징어튀김, 피시앤칩스 등 가벼운 해산물 요리부터 칵테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낵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인접한 풀 라운지(Pool Lounge)와 연결돼 있어 여유로운 휴양 분위기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풀 라운지 앞쪽으로는 각종 허브를 키우는 ‘JW 가든’이 자리한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