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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의 비경 일본 미야자키 ②니치난 해안에서 마주한 것들

2026.03.18. 11:05:16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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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 강으로 둘러싸인 니치난은 미야자키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도시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동 시간마저 여행이 되게끔 한다. 220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는 1시간 남짓의 해안 드라이브는 우도신궁, 도이미사키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물한다.

NICHINAN | 日南
파도와 동굴이 품은 붉은 신비
우도 신궁


그중 첫 번째가 우도 신궁이다. 깎아지른 절벽, 탁 트인 바다 등 경이로운 자연을 마주한 이 신사는 예로부터 순산과 육아,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영험한 곳으로 유명하다. 782년 창건 이후 우도 신사에서 우도 신궁(메이지 시대 때 승격)으로 이름이 바뀌는 긴 세월 동안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 험준한 동굴 안에 자리 잡은 선명한 주홍빛 본전은 어떤 바람이든 이뤄줄 것만 같은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이곳에서 기억해두고 보고, 즐겨야 할 것들이 있다. 본전 참배 전, 운타마 던지기는 필수 코스다. 남성은 왼손, 여성은 오른손으로 운타마를 쥐고 소원을 담아 절벽 아래 거북 모양 바위의 움푹 팬 곳을 향해 던진다. 운타마가 그 안으로 쏙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참, 과자 ‘칸초’를 닮은 동글동글한 점토 구슬인 운타마는 인근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귀여운 인상을 더한다.

이어서 주제신이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동굴에 세워진 본전, 신의 사자로 여기는 토끼를 형상화한 토끼 석상, 순산과 육아를 기원하는 이들의 신앙처가 된 유방 모양의 돌 오치치이와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간절한 염원을 남기면 된다.


규슈의 작은 교토
오비성 & 오비 성하마을

사무라이 저택과 고즈넉한 상점가가 어우러진 오비 성하마을은 ‘규슈의 작은 교토’라 불린다. 1588년부터 1869년까지 이토 가문이 통치하며 번창했던 성하마을(조카마치)의 단아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규슈 최초로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먼저 오비성 터를 둘러보자. 원래의 성채는 대부분 소실됐으나, 1970년대 복원 작업을 통해 과거를 훌륭하게 재현했다.

복원 후에도 5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돌담과 삼나무 숲, 이끼 등이 제법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특히, 벚꽃이 피는 봄에는 과거의 향수에 계절의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1869년에 지어진 이토가의 저택 ‘요쇼칸’, 구 야마모토 이헤이 가문 저택, 갑옷과 도검 등이 전시된 오비성 역사 자료관 등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정겨운 옛 동네를 가장 알차게 즐기는 팁은 현지 음식과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아유미짱 맵(먹거리 및 산책 지도)’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도에 포함된 교환권으로 마을 상점에서 간식이나 기념품을 얻을 수 있다. 또 1,600엔짜리 지도를 구매하면 6곳의 유료 시설 티켓까지 제공돼 돌담길을 따라 마을 곳곳을 구경할 수 있다.


태평양을 마주한 일곱 거인
산멧세 니치난

칠레 이스터섬에만 있는 줄 알았던 모아이 석상을 미야자키 하늘 아래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산멧세 니치난(Sunmesse Nichinan)에는 이스터섬의 정식 허가를 받아 완벽하게 복각된 7개의 모아이상 ‘아후 아키비’가 우뚝 서 있다. 푸른 태평양과 하늘을 배경으로 나란히 늘어선 거대한 석상들의 모습은 박력 그 자체다. 약 5.5m 높이의 7개 모아이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왼쪽부터 직장운, 건강운, 연애운, 지구의 평화, 결혼운, 금전운, 학업운을 상징하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석상과 함께 인증 사진을 남기면 된다.

또 해발 120m 정상에 설치된 지구 감사의 종까지 올라가는 길에 그네, 바다를 바라보는 7인의 오브제, 전망대, 나비의 낙원, 태양의 언덕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참, 그네에 앉아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SNS에서 꽤 인기다.


KUSHIMA | 串間
야생마와 푸른 바다의 숨결
도이미사키

니치난 해안을 따라 최남단까지 달린다. 그곳에는 사람의 손이 덜 닿은 대자연, 도이미사키가 기다리고 있다. 수평선이 선명하게 보이고, 둥그스름한 구릉 지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옆으로 도이어항과 오기산 등이 눈에 들어온다. 아래에서 볼 때는 부드러운 인상인데, 막상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수록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미사키 말이 유유히 초원을 거닐고 있는 모습도 보게 된다. 에도 시대부터 야생에서 자연 번식해 온 일본 토종말인 미사키 말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은 특유의 강인함과 무리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부드러운 모습을 아주 가깝게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게다가 봄에 방문하면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귀여운 망아지들을 보는 행운이 따를지도 모른다.

자연의 섭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야생마 가이드가 동행하는 코스를 걷는 것도 추천한다. 전문가의 흥미로운 해설을 들으며 곶 곳곳에 피어난 식물과 미사키 말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태평양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노니는 말들을 감상하는 여행은 흔치 않다. 이것만으로도 도이미사키는 대체 불가능한 목적지인 셈이다.


기분 좋은 말발굽 소리
파카라파카

광활한 도이미사키를 걷다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여행자에게 훌륭한 쉼터가 되어주는 공간이다. 파카라파카(PAKALAPAKA)라는 귀여운 이름은 말이 가볍게 뛸 때 나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 ‘파카파카’에서 따온 것으로, 도이미사키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친근한 의미가 담겨 있다. 내부에서는 미야자키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디저트나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미야자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얹은 돈부리(덮밥), 방어 돈부리, 동글동글한 도넛 등이 인기다.

야생마의 생태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미니 극장과 미야자키의 여러 관광 명소를 가상현실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VR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쏠쏠한 즐거움을 더한다. 또 태평양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야외 테라스 자리에 앉아 한껏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절벽 틈새에 깃든 바다의 신
미사키 신사

도이미사키의 끄트머리, 절벽 중턱에는 바다의 신을 모시는 미사키 신사가 숨은 듯 자리하고 있다. 1,300여 년의 깊은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예로부터 항해의 안전과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곳으로 현지인들에게 숭배받아 왔다.

신사 주변으로는 아열대 식물인 소철나무가 원시림처럼 무성하게 자생하고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벼랑 끝에 서서 고개를 들면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그리고 갯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강렬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태평양을 비추는 하얀 길잡이
도이미사키 등대

해발 약 255m 도이미사키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는 새하얀 도이미사키 등대가 솟아 있다. 1929년에 지어져 100년 가까이 도이미사키를 밝히고 있는데, 지금도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표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규슈 지방에서 유일하게 여행자가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는 특별한 등대이기도 하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등대 2층 전망대에 오르면, 눈앞을 가득 채우는 태평양의 둥근 수평선과 등대 뒤로 펼쳐진 푸른 잎이 우거진 산맥을 파노라마 뷰로 볼 수 있다.


미야자키 여행 Tip
렌터카로 얻은 자유

미야자키의 대자연을 구석구석 누비려면 렌터카가 정답이다. 미야자키공항 근처에 주요 렌터카 업체(토요타·오릭스·닛폰·닛산·타임즈 카 렌털 등) 대부분이 모여 있고, 공항과 업체를 오가는 무료 셔틀 서비스가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항 1층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렌터카 셔틀버스를 호출할 수 있고, 미야자키와 관련된 다양한 여행 정보와 이벤트도 참여할 수 있다.

미야자키를 비롯해 일본에서 렌터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유효한 국제운전면허증과 한국면허증을 실물로 갖고 있어야 하며 여권과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원활한 주행을 위한 한국어 지원 내비게이션 차량 예약을 추천하며,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충전 케이블 등을 개인적으로 준비하면 좋다. 참고로 일본은 보행자 우선 원칙과 정지선 지키기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곳이므로 항상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렌터카 여행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무기가 있다. 바로 ‘맵코드(Mapcode)'다. 익숙하지 않은 일본어 주소와 지명을 내비게이션에 더듬더듬 입력할 필요 없이, 9~10자리 숫자로 된 맵코드만 누르면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안내해 준다. 특히 미야자키처럼 자연경관이 주를 이루는 여행지에서는 그 진가가 발휘된다. 타카치호 협곡이나 세키노오폭포처럼 면적이 넓은 명소에서 주차장 입구를 찾아갈 때 헤맬 일이 없다. 쇼핑몰과 식당 등은 가게 전화번호를 활용해 검색할 수도 있다.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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