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의 여러 도시를 넘나드는 여정은 꽤 드라마틱하다. 끝없이 펼쳐진 해안도로를 따라 태평양을 만끽하다가 운전대를 서쪽으로 꺾어 내륙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대자연이 나타난다. 이내 웅장한 주상절리 협곡과 우렁찬 소리를 내는 폭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TAKACHIHO | 高千穂
주상절리의 품 안으로
타카치호 협곡
미야자키현 북부 깊숙한 곳에 자리한 타카치호 협곡은 압도적인 경치를 자랑한다. 약 12만년 전 아소산의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화산쇄설류가 고카세가와 강을 따라 흘러내리며 급격히 식어 굳어졌다. 이후 오랜 세월 강물에 침식되면서 지금의 높이 80~100m, 길이 7km에 달하는 거대한 주상절리 단애가 완성됐다. 기하학적인 기둥 모양의 절벽과 에메랄드빛 계곡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걸작인데, 4월부터 10월까지는 푸릇푸릇한 나뭇잎이,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더해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기만 해도 좋지만, 사실 한 끗이 부족하다. 협곡의 진짜 모습을 보고, 그 웅장함을 가까이에서 느끼려면 단연 보트에 올라야 한다. 보트를 타고 계곡 사이를 유유히 누비다 보면, 17m 높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마나이노타키 폭포가 보인다. 잠시 노를 두고, 수면 위에서 주상절리와 폭포를 바라보며 신비로운 분위기에 동화된다. 참고로 보트는 연중 수요가 많은 편이라 온라인 예약이 권장된다. 협곡 근처에 있는 1,900년 역사의 타카치호 신사도 지나칠 수 없다. 깊은 인연과 사랑을 상징하는 연리지가 있고, 매일 밤 신에게 바치는 전통춤 타카치호 카구라 공연도 볼 수 있다.
태양신이 머물다 간 신비의 동굴
아마노이와토 신사 & 아마노야스카와라
타카치호가 ‘신화의 마을’이라 불리는 이유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명소다. 먼저 아마노이와토 신사는 일본 신화 속 태양신이자 일본 신토(神道) 최고의 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와 관련 있다.
이 신사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남동생 스사노오의 횡포에 질려서 숨어버렸다는 동굴, ‘아마노이와토’ 자체를 신체(神体)로 모시고 있다. 이와토가와 강을 사이에 두고 니시혼구와 히가시혼구로 나뉘는데, 신관의 안내를 받아 계곡 건너편 절벽 중턱에 있는 신성한 동굴을 직접 참배할 수 있다.
신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계곡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또 다른 동굴 아마노야스카와라가 웅장한 입을 벌리고 있다. 태양신이 동굴에 숨어 세상이 암흑천지가 되자, 팔백만의 신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는 전설적인 장소다. 뻥 뚫린 동굴 내부와 강변에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며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수많은 돌탑이 가득하다. 평소 쉽게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공간인 건 분명하다.
폐철도 위의 해방감
그랜드 슈퍼 카트
폐선된 옛 타카치호 철도 노선을 활용한 그랜드 슈퍼 카트는 왕복 약 5km의 짧은 거리를 달리지만, 아찔한 주행감은 여느 롤러코스터 부럽지 않다.
하이라이트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철도교인 105m 높이의 타카치호 철교 구간이다. 다리 한가운데 멈춰 서서 유리 바닥 아래로 까마득한 계곡을 내려다보거나, 타카치호의 빼곡한 삼나무 숲을 보면 스릴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MIYAKONOJO | 都城
아득히 먼 옛날의 이야기
세키노오폭포
자연은 때때로 상상하기 힘든 장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쏟아지는 폭포수와 기묘한 바위들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 뒤에 지구의 격렬했던 과거가 숨어 있다면 어떨까. 세키노오폭포와 돌개구멍(구혈) 군락은 약 34만년의 시간이 천천히 깎아낸 조각품이다.
폭포는 폭 40m, 낙차 18m의 웅장한 스케일로 여행자를 놀라게 한다. 현수교 위에 서면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데, 폭포수가 화산암에 부딪히며 내는 강한 물보라와 거친 폭포 소리를 듣는 쾌감이 상당하다.
폭포 상류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기묘한 돌개구멍이 넓게 펼쳐져 있다. 도깨비 빨래판과는 또 다른 매력의 지질학적 풍경을 눈에 담고, 스노우피크 미야코노조 캠프필드(Snow Peak 都城 Campfield)에서 여유를 만끽한다. 직접 텐트를 치거나 모바일 하우스 ‘주바코(JYUBAKO)’에 머물며 편안하게 캠핑 감성과 자연의 선물을 누리면 된다. 아울러 캠핑 브랜드가 운영하는 만큼 다양한 장비를 판매하는 매장과 나무와 물길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도 있다.
고구마로 만든 명품
기리시마 팩토리 가든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의 깊은 맛과 향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기리시마 팩토리 가든은 일본의 유명 소주 브랜드인 기리시마 주조에서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소주의 양조 시설은 물론 기념품 숍, 레스토랑, 베이커리, 천연수 샘물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갖추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기리시마 워크 팩토리(Kirishima Walk Factory)’에서 진행되는 소주 공장 견학이다. 눈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지는 1시간짜리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미야코노조의 풍부한 토양에서 자란 고구마의 일생을 따라가는 콘셉트가 특징이다.
고구마를 찌거나 발효될 때 나는 미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주 종류별로 다른 향을 직접 맡아보며 블렌더가 된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견학의 마지막에는 다양한 기리시마 소주와 양조의 근원인 깨끗한 물, 원재료인 고구마까지 직접 맛볼 수 있어서 잊지 못할 양조장 투어가 완성된다.
미야자키 여행 Tip.
렌터카 여행의 특권, 미치노에키
렌터카 여행자에게만 허락된 소소한 즐거움이 미치노에키(휴게소)에 들르는 것이다. 미야자키 곳곳에 미치노에키가 있는데,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친 미야코노조의 NiQLL(니클)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순한 쉼터를 넘어선 거대한 미식 창고다. 무엇보다도 지역이 자랑하는 4개 양조장의 소주, 농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제철 채소와 과일, 전통 공예품 등으로 가득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풍요로운 맛을 누리면 좋은데, 고구마 디저트가 에디터의 원픽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