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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광년 떨어진 별로 떠나는 헤일메리 프로젝트, 실제로 가능할까?

2026.03.19. 15: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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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SF영화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션」 저자로 이름이 알려진 앤디 위어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태양을 서서히 잠식하는 미지의 미생물로 인해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하고 과학자 한 명이 홀로 우주선에 실려 12광년 떨어진 별을 향해 떠나는 이야기다. 기억을 잃은 채 우주에서 깨어나는 장면, 예상치 못한 우주 친구와의 만남까지…소설 독자부터,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설레게 만든다. 그런데 작품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저 우주선,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사진 1.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등장하는 헤일메리 호는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12광년 떨어진 타우 세티로 향한다. ⓒ소니픽쳐스코리아, 프로젝트 헤일메리 티저 예고편 캡처
12광년, 얼마나 먼 거리일까?
우주의 거리는 인간에게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비교군이 필요하다. 인류가 만든 우주선 중 태양계를 벗어난 유일한 탐사선, 보이저 1호. 1977년에 발사된 이 탐사선은 지금도 시속 6만 1,000㎞로 날아가고 있다. 이 속도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0초면 주파하는 속도다.
그런데 이 속도로 날아가도 가장 가까운 별, 알파 센타우리(4.3광년 거리)까지 가려면 약 7만 년이 걸린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간 시간과 맞먹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목적지, 타우 세티는 약 12광년으로 알파 센타우리보다 훨씬 더 멀다. 보이저의 속도로 간다면 20만 년은 족히 걸린다. 즉 지금 기술로는 출발조차 무의미한 것이다.
2025년 현재 과학자들이 현실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빛의 속도의 10분의 1, 초속 약 3만 ㎞ 정도다. 이 속도면 알파 센타우리까지 43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적어도 한 세대 안에 결과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 속도를 어떻게 낼 수 있을지 우리 인류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화학 연료 로켓으로 다른 별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지금껏 인류가 우주로 향하는 방식은 ‘무언가를 태워서, 그 폭발력으로 나아가는 방식’ 단 하나였다. 아폴로도, 보이저도, 한국에서 쏘아 올린 누리호 역시 같은 원리다. 발사 순간의 불꽃은 장관이지만, 이 방식으로 낼 수 있는 속도는 빛 속도의 0.1%에도 못 미친다. 한 마디로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겠다고 나서는 격이나 다름없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존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 나서고 있다.
사진 2. 지금껏 발사된 탐사선들은 화학 연료를 태운 후 그 폭발력을 이용한다. ⓒShutterstock
핵융합 엔진, 가능성과 현실 사이
첫 번째 후보는 바로 ‘핵융합’이다. 수소 원자들이 뭉쳐 헬륨이 될 때 질량의 일부가 에너지로 전환된다. 그 에너지의 밀도는 화학 반응과 차원이 다르다. 만약 핵융합 엔진이 실현된다면 이론상 광속의 10%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에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등장하는 헤일메리호 역시 핵융합 엔진을 사용한다고 묘사된다.
사진 3. 현실적으로 광속의 10%에 달하는 속력을 내기 위해선 핵융합 발전기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소형화 및 상용화가 어려운 시점이다. ⓒShutterstock
문제는 핵융합을 제어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선 온도가 1억℃를 넘어야 한다. 다만 그 불덩이를 담을 그릇이 존재하진 않으니, 강력한 자기장으로 가둬야만 한다. 인류는 수십 년간 수조 원을 쏟아부어 2022년에서야 핵융합 발전, 즉 넣은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상태에 다다랐다. 그런 가운데, 지구에서 핵융합 발전소를 돌리기도 어려운데, 우주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유망한 후보지만, 동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기술이다.
빛으로 밀어내는 우주 돛단배
두 번째 후보는 연료도, 엔진도 없이 날아가는 우주선이다. 공상 과학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다. 빛은 질량이 없지만 운동량이 있다. 따라서 물체의 표면에 닿으면 아주 미세한 압력을 가한다. 이 ‘빛의 압력’을 추진력으로 쓰는 것이 레이저 돛, 일명 ‘라이트세일(Lightsail)’의 원리다. 바람 대신 빛을 이용해 달리는 돛단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라이트세일을 이용해 우주로 향한 탐사선들이 존재한다. 2019년 미국의 비영리단체 행성협회에선 32㎡짜리 초박막 돛을 지구 궤도에서 펼친 후, 태양 빛의 압력만으로 조금씩 고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 JAXA의 이카로스 탐사선 역시 같은 원리로 금성을 향해 항해했다.
다만 태양 빛만으로 다른 별에 다다르기엔 너무나도 느리다. 광원에서 멀어질수록 빛의 세기가 급격히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바로 지상에서 강력한 레이저를 쏴 돛을 밀어내는 것이다. 2016년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러시아계 투자자 유리 밀너가 1억 달러를 들여 시작한 ‘스타샷 프로젝트(Breakthrough Starshot project)’가 바로 이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수 그램짜리 초소형 탐사선을 수십 분 만에 광속의 20%까지 가속해 알파 센타우리로 보내는 것이다. 이 속도라면 약 20년 후에는 알파 센타우리에 다다를 수 있다.
사진 4. 스타샷 프로젝트는 연료 대신 빛의 압력을 이용해 탐사선을 알파 센타우리로 보내려 한다. ⓒflickr keving gill
물론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강력한 레이저가 쏟아지는 동안 돛이 녹지 않아야 하고, 돛의 위치가 빔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수천 ㎞ 거리에서도 레이저를 한 점에 집중시키는 기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방식은 탑재 무게가 수 그램을 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유인 우주선에 적용하긴 어렵다. 이에 스타샷 프로젝트도 2025년 9월부터 무기한 보류 상태다.
작품 속 헤일메리 호는 언제쯤 구현할 수 있을까?
근시일 내에는 헤일메리호를 구현하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엔진은 아직 지구에서도 완성되지 않았고, 레이저 돛은 이번 세기 안에 손가락만 한 탐사선을 다른 별 근처로 보내는 게 목표다. 즉, 사람을 태워 12광년 떨어진 곳에 보내는 것은 훨씬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역사는 늘 그런 식으로 흘러왔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처음 하늘을 날았을 때, 그 비행시간은 고작 12초였다. 그로부터 66년 뒤, 인류는 달에 발을 디뎠다. NASA는 2069년 즉, 아폴로 11호 달 착륙 100주년까지 광속의 10%에 달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항성 간 탐사선을 발사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며 눈이 커졌다면, 그 설렘이야말로 인류를 별로 이끄는 진짜 연료일지 모른다. 헤일메리 호가 타우 세티를 향해 날아오르는 날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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