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가 역사인 도시, 로마. 위엄 넘치던 과거의 제국과 이탈리아의 오늘을 동시에 비추는 곳이다. 이 도시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는 호텔 2곳을 다녀왔다. 에디터가 허니문으로 직접 경험한 곳이라 퀄리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원한 도시의 품격
더 세인트 레지스 로마
진짜 럭셔리 호텔은 반짝이는 샹들리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문을 여는 순간, 그 도시의 시간과 품격이 함께 따라 들어와야 한다. 로마에서 그 조건에 가장 가까운 답을 꼽는다면, 세인트 레지스 로마(The St. Regis Rome)가 빠지기 어렵다.
1894년 로마 사교계 한복판에 등장해, 호텔 그 자체가 ‘유산(heritage)’이 된 곳으로, 오늘도 로마의 하루를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누리게 해준다. 호텔은 로마의 교통 중심인 테르미니(Termini) 역에서 택시로 약 4~5분, 도보 약 10분 거리다. 여행자에게는 훌륭한 접근성은 꽤 큰 장점인데,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계단 등 유명 관광지도 걸어서 갈 수 있다.
본격적으로 호텔을 탐구해보자. 세인트 레지스 로마의 출발점은 1894년 개관한 ‘그랑 호텔(Le Grand Hotel)’이다. 로마에도 현대적 호텔이 필요하다는 열망이 커졌을 때, 이곳은 ‘새로운 시대의 호텔’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등장했다.
전기 조명과 프라이빗 배스, 엘리베이터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 설비가 이야깃거리가 됐고, 로마의 모던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무대가 됐다. 재밌는 건 개관 당시 설치됐던 오리지널 승강기가 1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운행 중이고, 투숙객도 경험할 수 있다.
현대적 화려함의 시대
호텔은 2018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치며 과거의 우아함에 현대적인 화려함을 덧댔다. 로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건 약 5m 높이의 수제 유리 샹들리에다.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끌어올리는 빛의 조형으로, 과거 ‘윈터 가든’ 무드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또 개관 당시 로마 최초의 공공 무도장으로 문을 열었던 리츠 볼룸(Ritz Ballroom)도 세심한 복원 작업을 거쳐 화려한 프레스코화로 장식됐다. 19세기 화려함의 결을 되찾은 셈이다. 또 131개 객실과 30개의 스위트룸에는 겹겹이 쌓인 파스텔 색조의 우아함이 돋보인다.
곳곳에 전시된 조각상, 모자이크 등의 예술 작품들이 호텔을 갤러리처럼 보이게 하고, 귀족적인 로마 양식의 패턴은 짙은 노란색, 연한 파란색, 은은한 금색의 반짝임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덕분에 호텔 어디에서든 사진만 찍으면 허니문 화보가 된다.
미식과 바(Bar) 경험은 호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다. 올데이 다이닝 공간인 루멘(Lumen)은 세인트 레지스의 시그니처 문화를 로마 문법으로 풀어냈다. 루멘에서 식사하거나 칵테일 한 잔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블러디 메리를 로마 스타일로 재해석한 ‘레드 제독(Red Admiral)’이다.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또 오후 7시 샴페인 병을 나이프로 여는 ‘사브라주(Sabrage)’ 의식으로 우아한 저녁을 맞이한다.
Tip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해요
· 허니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신혼부부
· 로마의 역사적 공간과 현대적인 감각의 호텔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
· 메리어트 본보이,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활용해 호캉스를 즐기는 여행자
■일관된 콘셉트의 힘
더 퍼스트 뮤지카
더 퍼스트 뮤지카(The First Musica, Rome by The Pavilions)는 음악을 매개로 감각적인 투숙 환경을 제공한다. 2022년 테베레 강변에 둥지를 튼 호텔로, 총 24개의 객실(프레스티지·프레스티지 뷰·스튜디오 뷰·주니어 스위트 뷰·스위트)을 보유하고 있다.
뉴트럴 톤의 가구와 대리석 욕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췄다. 다이닝은 ALTO가 맡는다. 레스토랑에서는 해산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탈리안 메뉴를 선보이고, 루프톱 바는 파노라마 뷰와 DJ, 시그니처 칵테일이 강점이다.
호텔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건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화려한 피아노다. 그리고 맞은편 벽에는 호텔이 소개하는 아티스트들의 얼굴이 걸려 있어 공간의 정체성을 로비에서부터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층별 테마도 뚜렷하다. 이탈리안 싱어, 팝, 재즈 블루스 소울, 록 등 장르에 맞춰 카테고리를 분류했으며, 3층은 루치오 달라(Lucio Dalla) 등 이탈리아 가수들을 중심으로 꾸몄다.
객실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건 자연스럽게 배치된 음악 관련 오브제들이다. 침대 머리맡에는 아티스트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침대 위에는 대표곡으로 채워진 LP 판 모형이 놓여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객실에 노래가 흐르게 하고, 찬찬히 방을 둘러본다. 베이지색의 차분한 침실과 노란색 대리석으로 화사한 기운이 강한 욕실이 대비를 이룬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 너머로 테베레 강과 로마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부티크 호텔의 강점
강조하고 싶은 게 또 있다. 객실 수가 많지 않다는 건, 투숙객에게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다. 현지인의 시선으로 로마를 즐기고 싶다면 컨시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체크인 때 맛집으로 채워진 페이퍼를 주고, 예약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준다. 또 액티비티와 관광지 등 여러 방면에서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호텔에 있는 ALTO 레스토랑과 루프톱 바도 놓칠 수 없다. 해산물 요리만큼 현대적 감각을 강조한 파스타에도 손이 간다. 늦은 저녁에는 루프톱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디제잉을 즐겨도 괜찮겠다.
호텔 인근도 충실히 둘러보자. 위치가 얼마나 좋냐면 테베레강을 따라 서쪽으로 걷다 보면 천사의 성과 바티칸 시국이 나오고, 동쪽으로 향하면 포폴로 광장과 보르게세 공원 등에 닿는다. 움베르토 1세 다리와 핀초 언덕에서 황홀한 일몰을 기다리는 것도 빠트릴 수 없다. 로마를 대표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더 퍼스트 뮤지카는 전 세계 80개국 600여 개 호텔과 리조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프리퍼드 호텔 & 리조트(Preferred Hotels & Resorts)에 속해 있다. 프리퍼드는 4개의 컬렉션(Legend·L.V.X.·Lifestyle·Preferred residences)을 통해 지역성과 개성을 살린 숙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의 여행 특성에 맞춰 활용하면 되는데, 더 퍼스트 뮤지카가 속한 L.V.X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에 있는 최고급 호텔을 모은 컬렉션이다. 럭셔리 객실, 독특한 액티비티, 다채로운 미식 등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Tip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해요
· 투숙객이 많지 않고, 프라이빗한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자
· 도보로 주요 관광지를 다니길 희망하는 여행자
· 컨시어지를 통해 정보를 얻고, 지역에서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여행자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