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휘발유 가격은 L당 2000원에 근접했고 정부는 차량 5부제 등 에너지 절감 대책에 적극 나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전기차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때 축소·폐지 흐름을 보였던 주요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다시 확대 또는 재도입으로 방향을 틀면서 시장 판도 변화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소비자의 차량 선택을 바꾸는 가장 빠른 변수”라며 “연료비 절감 효과가 확실한 전기차가 다시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내 유가도 치솟고 있다. (오토헤럴드)
더 정교해지는 보조금…일본·EU·중국 ‘각자 전략’
보조금 중단 이후 전기차 판매가 27% 이상 급감한 독일의 경우 결국 2026년부터 보조금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영국 역시 보조금 폐지 이후 시장이 둔화되자 구매 할인 형태의 지원 정책을 재개했다. 미국은 2025년 보조금 폐지 이후 전기차 성장률이 1% 수준에 그치며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업계는 “보조금이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시장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한다.
보조금 정책은 단순 복원이 아니라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일본은 2026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130만 엔(약 1200만 원)까지 확대하고 친환경 철강 사용 차량에 추가 인센티브까지 도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를 막기 위해 범유럽 차원의 보조금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직접 보조금을 종료했지만 차량 구매세 감면과 ‘이구환신(차량 교체 지원)’ 정책으로 사실상 보조금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유지로 2026년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 (오토헤럴드)
국내 전기차 수요 반등…두 번째 기회 살려야
국내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유지하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 시 추가 지원을 도입한 결과, 2026년 초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수요가 몰리며 정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급등 국면이 전기차 시장의 ‘두 번째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대중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보조금은 시장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는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안보가 다시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기차는 친환경을 넘어 ‘경제성과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보조금을 줄이던 국가들이 다시 지갑을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AMA 정대진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국내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요 지원과 생산기반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현행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수요 확대에는 효과적이지만 국내 생산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EU의 산업가속화법, 일본의 생산세액공제와 같이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병행 지원하여 상호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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