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경쟁 구도가 최근 들어 생산 구조와 공급망, 그리고 전략 유연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출처: 현대차)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전기차 중심으로 전개되던 자동차 산업 경쟁 구도가 최근 들어 생산 구조와 공급망, 그리고 전략 유연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상위 3개 그룹의 대응 방식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토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판매 상위 3개 업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속도 경쟁'에서 '구조 경쟁'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부분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먼저 토요타는 공급망 중심의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협력사 수백 곳을 대상으로 생산성과 비용 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완성차 단독 경쟁이 아닌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토요타는 공급망 중심의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출처: 토요타)
이는 자동차 산업이 더 이상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이 아니라 부품사와 생산 네트워크까지 포함된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는 보다 유연한 전략을 선택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병행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으며, 동시에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특정 파워트레인에 집중하기보다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장별 대응력을 높이는 구조다.
폭스바겐은 전동화 전략 자체의 재정비에 나섰다. 초기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대규모 투자로 빠른 전환을 추진했지만, 최근에는 수익성 확보와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플랫폼 및 제품 전략 자체의 재정비에 나섰다(출처: 폭스바겐)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과 전기차 수요 변동성이 겹치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플랫폼 및 제품 전략을 재정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세 업체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명확하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차량 자체에서 생산 구조와 시스템 경쟁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엔진과 플랫폼, 주행 성능이 경쟁력을 결정했다면 전동화 초기에는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이 핵심 변수였다. 그러나 현재는 생산 효율, 공급망 안정성, 소프트웨어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복합 경쟁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기술 투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단순하지만, 대신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생산 공정 효율이 경쟁력을 좌우하며 전체 시스템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차량 자체에서 생산 구조와 시스템 경쟁력으로 이동하고 있다(출처: 현대차)
토요타가 공급망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강조하고, 현대차가 멀티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며, 폭스바겐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일 해법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산업 환경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게 새로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전기차를 빠르게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중심 산업에서 생산·공급망·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시스템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톱3의 전략 변화는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제 경쟁은 누가 더 빠르게 전기차를 만드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인 구조를 갖추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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