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자율주행차가 수백 기가바이트(GB) 수준의 메모리를 요구하는 이른바 '이동형 데이터센터'로 진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출처: 폭스바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이 '마력'이 아닌 '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차세대 자율주행차는 수백 기가바이트(GB) 수준의 메모리를 요구하는 이른바 '이동형 데이터센터'로 진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SAE 레벨4 수준 자율주행 차량이 300GB 이상의 RAM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현재 양산 차량에 적용되는 약 16GB 수준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변화는 자율주행 기술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현재 상용화된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 개입을 전제로 작동하지만, 레벨4는 차량이 스스로 모든 주행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고정밀 지도, 인공지능 모델 등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은 실시간 판단이 핵심으로,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즉각 분석하고 주변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높은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SAE 레벨4 수준 자율주행 차량이 300GB 이상의 RAM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출처: 기아)
메모리가 부족할 경우 데이터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안전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차량의 코드 역시 기존 대비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비용과 공급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300GB 수준의 메모리를 차량에 탑재할 경우 차량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산업까지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일부 로보택시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고비용 구조를 감당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용 차량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레벨3 자율주행조차 시장 확대 속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레벨4 상용화는 비용 대비 효용 확보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하드웨어 성능과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전기차가 배터리 중심 경쟁이었다면, 자율주행차는 컴퓨팅 자원 경쟁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향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 역시 이러한 데이터 처리 역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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