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개입 없이 그대로 이어진 충돌… 블루크루즈 작동 차량이 정지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ADAS 한계와 운전자 과신이 결합된 사고로 이어졌다. (출처: NTS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초보적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완성차 업체들이 과도하게 포장하고 이를 사실상 자율주행으로 받아들인 운전자들의 과신이 겹쳐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최근 포드의 ‘블루크루즈(BlueCruise)’ 관련 사망 사고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운전자 과신과 시스템 설계의 한계, 규제의 공백이 결합된 구조적 실패”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4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각각 발생한 두 건의 사고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사고 모두 고속도로 주행 중 정지한 차량을 그대로 들이 받으면서 총 3명이 사망했다.
NTSB 조사에서 사고 직전까지 운전자 제동이나 조향 개입은 물론 시스템의 자동 제동 역시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NTSB는 이번 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지목했다. 블루크루즈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레벨 2(부분 자동화)’ 시스템이지만 실제 운전자들은 이를 사실상 완전 자율주행처럼 인식하고 사용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신이 단순한 인식 오류를 넘어 시스템 설계와 맞물리면서 위험을 키웠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운전자 감시 시스템은 주의 분산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사용 등 시야 이탈 상황도 효과적으로 식별하지 못했다.
두 사고 모두 ‘정지 차량’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ADAS 기술의 구조적 약점을 다시 부각시켰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 정지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은 현재 대부분의 레벨 2 시스템에서 지적되고 있는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여기에 블루크루즈는 자동 긴급제동(AEB)을 운전자가 비활성화할 수 있고 제한속도보다 최대 약 20마일(약 32km/h) 높은 속도로 설정할 수 있는 구조까지 갖고 있어 사고 위험을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NTSB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정부의 규제 부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는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통일된 성능 기준이나 사고 데이터 기록 의무가 없어 기술의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 역시 블루크루즈 관련 3건의 조사를 진행 중에 있어 향후 규제 강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NTSB는 “핸즈프리 기술에 ‘손을 떼는 접근(hands-off approach)’은 허용될 수 없다”며 제조사와 규제 당국 모두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번 사례는 특정 제조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NTSB는 최근 수년간 테슬라 오토파일럿 등 다양한 ADAS 관련 사고를 조사해 왔으며 공통적으로 운전자 개입이 전제된 시스템을 ‘완전 자동화’처럼 사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따라서 NTSB는 운전자의 주의 분산, 시선 추적 등 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자동 긴급제동 등 핵심 안전 기능을 상시 활성화하는 대안을 권고했다. 또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성능 기준을 마련하고 사고 데이터 기록 및 보고 의무화, 과속 설정 등 위험 요소 제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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