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경쟁의 축이 프리미엄에서 보급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출처: 테슬라)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전기차 시장 경쟁의 축이 프리미엄에서 보급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초기 전동화 시장이 테슬라를 중심으로 기술 우위와 브랜드 상징성에 의해 성장했다면, 최근에는 가격 접근성과 실사용 가치가 판매 확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유럽 시장에선 르노와 BYD가 공격적으로 보급형 전기차를 확대하는 가운데, 테슬라도 저가형 모델 전략을 다시 꺼내 들며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2월 EU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비중은 18.8%로 전년 동기 15.2%보다 높아졌다. 다만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가 38.7%로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어, 전기차 확산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도 가격과 효율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는 여전히 높다는 부분이 나타났다.
'르노 5 E-Tech 일렉트릭'를 앞세워 유럽형 보급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출처: 르노)
이 흐름에서 가장 선명한 전략을 보이는 곳은 르노다. 르노는 '르노 5 E-Tech 일렉트릭'를 앞세워 유럽형 보급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르노는 해당 모델을 '유럽의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할 핵심 차종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보다, 유럽 현지 생산과 디자인 정체성, 일상형 패키징을 결합해 접근 가능한 EV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BYD의 접근은 더 직접적이다. BYD는 2025년 유럽에서 '돌핀 서프(Dolphin Surf)'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저가형 EV 시장에 진입했다. 유럽 출시 가격은 2만 2990~2만 4990유로(4000~4300만 원) 수준이며, 한시 프로모션 가격은 1만 9990유로(3400만 원)까지 내려갔다.
이 모델의 중국형인 '씨걸(Seagull)'은 2024년 중국에서 44만 2000대 이상 등록된 대량 판매 차종이기도 하다. BYD는 이미 유럽 판매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고, 2026년 1분기 유럽 판매가 3만 7201대로 전년 대비 4배 수준으로 늘기도 했다.
BYD는 2025년 유럽에서 '돌핀 서프(Dolphin Surf)'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저가형 EV 시장에 진입했다(출처: BYD)
BYD의 강점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다. 배터리와 핵심 전동화 부품을 자체적으로 통합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형 EV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병행하는 라인업 전략이 더해지면서, 유럽 소비자의 현실적 수요를 넓게 흡수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는 여전히 시장의 기준점이지만, 보급형 EV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늦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1월 더 저렴한 신차를 2025년 상반기 중 출시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해 4월에는 저가형 '모델 Y'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개발 코드명 'E41'로 알려진 신차가 기존 '모델 Y'보다 생산 비용을 최소 20%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2026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문제는 그 사이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여전히 시장의 기준점이지만, 보급형 EV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늦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출처: 테슬라)
테슬라는 2026년 1분기 글로벌 인도량 35만 8023대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미국 세액공제 종료와 경쟁 심화가 수요에 부담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에서도 경쟁 압력이 계속되고 있어, 테슬라는 최근 더 저렴한 '모델 Y'와 '모델 3' 투입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즉 테슬라의 보급형 전략은 선도라기보다 방어에 가까운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세 브랜드의 차이는 결국 보급형 EV를 무엇으로 보느냐에서 갈린다. 르노는 유럽형 소형 전기차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복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BYD는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테슬라는 기존 플랫폼과 생산 체계를 최대한 활용해 수익성을 방어하면서 저가형 영역으로 내려오려 한다.
같은 보급형 EV라도 출발점과 우선순위가 다르다. 향후 경쟁의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가격으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2만 유로(약 3400만 원) 안팎 전기차를 서둘러 준비하는 배경에는 중국 브랜드 공세가 있다. 2024년 폭스바겐과 르노가 2만 유로 이하 소형 EV 개발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세 브랜드의 차이는 결국 보급형 EV를 무엇으로 보느냐에서 갈린다(출처: 르노)
둘째는 생산 원가로 원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보급형 EV의 수익성을 좌우하게 된다. 이어 셋째는 시장별 전략이다. 유럽은 소형 EV 중심, 중국은 초저가·고볼륨 중심, 미국은 아직 중대형 차종 중심이기 때문에 하나의 보급형 공식이 모든 지역에 통하지는 않는다. 업계는 보급형 EV 경쟁이 단순한 저가차 경쟁이 아니라 전기차 대중화의 주도권을 가르는 싸움으로 보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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