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첫 전기차 ‘루체’의 실내. F1에서 영감을 받은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물리 버튼 중심 인터페이스, 보조 역할로 배치된 디스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며 ‘운전자 중심’ 설계를 강조한다. (출처 : 페라리)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일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통해 최근 자동차 업계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 중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전기차라면 대형 터치스크린을 중심에 두는 것이 당연한 공식처럼 자리 잡은 가운데 페라리는 이를 과감히 비껴가며 전혀 다른 방향의 실내 설계를 선택했다.
페라리가 최근 공개한 루체의 실내는 한눈에 봐도 기존 전기차와 결이 다른 구성을 하고 있다. 대시보드 중심을 차지하던 대형 터치스크린을 최소화해 존재감을 낮췄고 그 자리를 물리 버튼과 직관적인 조작계가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비게이션이나 미디어 등 일부 기능은 화면을 통해 제공되지만 주행과 직접 연결된 핵심 조작은 대부분 물리적 인터페이스로 구성됐다. 이는 터치스크린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라 주행 경험의 중심에서 한 발 물러나게 한 설계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아이폰 디자인을 이끌었던 조니 아이브(Jony Ive)의 철학이 자리한다. 그는 페라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전기차라고 해서 인터페이스까지 디지털화할 필요는 없다”라려 전동화가 자동차의 본질까지 바꿔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페라리가 루체에서 강조한 것은 ‘스크린’이 아니라 ‘운전자’다. 스티어링 휠은 F1 머신과 클래식 페라리에서 영감을 받은 3스포크 구조로 설계됐고 알루미늄 소재의 물리 버튼과 다이얼이 주요 기능을 담당하게 했한다.
공조 장치와 시트 조절 같은 기능 역시 별도의 조작계를 통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운전자가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고도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설계는 ‘촉각 중심 인터페이스’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터치스크린은 시각 의존도가 높은 반면 물리 버튼은 손끝의 감각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페라리는 이를 통해 운전 중 집중력을 유지하고, 스포츠카 본연의 몰입감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루체의 실내 구성은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운전자가 차량과 물리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터치 기반 조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이나 오작동 가능성을 줄이고, 직관적인 반응을 통해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물리 버튼 중심 설계가 오히려 기능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브랜드들이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강화하는 흐름과 비교할 때 페라리의 선택이 시대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보는 평가다.
그럼에도 페라리는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방향을 유지했다. 그 이유는 전기차가 되더라도 페라리는 ‘운전하는 기계’여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조니 아이브 역시 “전기차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차를 거대한 디지털 기기로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터치스크린을 없앤 것이 아니라 중심에서 밀어내고 운전자에게 그 자리를 돌려주기 위한 페라리의 고집이 전동화 시대에도 감각과 직관, 그리고 몰입을 중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라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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