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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삿포로 눈 풍경 여행지 4

2026.04.17. 15: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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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삿포로의 겨울, 모든 테두리는 사라진다. 모난 지붕부터 각진 자동차까지, 눈은 모든 걸 뭉툭하게 만든다. 삿포로의 눈 내린 풍경에 유난히 시선이 머무는 이유다.

하늘 아래 잠긴
부처의 언덕
Hill of The Buddha

삿포로 최대 규모의 묘원, 마코마나이 타키노 영원에는 불상의 머리만 빼꼼 솟아 있는 언덕이 있다. 눈과 불상의 머리,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실제 언덕은 아니고,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기존에 야외에 홀로 서 있던 불상 위로 지은 예배당의 지붕이다. 눈에 덮여 보이지 않을 뿐이다. 불상의 얼굴을 밖에서는 볼 수 없게 함으로써, 오히려 그 존재감을 더 강조했다.

겨울에 눈으로 하얗게 뒤덮이는 부처의 언덕은 여름이면 보랏빛으로 물든다. 15만 그루의 라벤더 꽃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겨울에 눈으로 하얗게 뒤덮이는 부처의 언덕은 여름이면 보랏빛으로 물든다. 15만 그루의 라벤더 꽃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예배당은 2016년, 묘원의 개원 3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비추는 물의 정원을 지나 40m 길이의 터널이 이어진다. 걷는 동안 자연스레 경건해진다. 터널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쏟아지는 빛과, 높이 13.5m 불상의 얼굴이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비로소 그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


눈 모자를 쓴
모아이 석상
Moai in Makomanai Takino Cemetery

모아이 석상이 왜 삿포로에 있을까. 눈 모자를 쓴 채로, 그것도 묘지에 말이다. 사실 모아이 석상 자체가 조상을 기리고, 선조와 후손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아이’에서 ‘모’는 미래, ‘아이’는 살아간다는 뜻이다. 본래의 상징에서 착안해 묘원에 모아이 석상을 세운 것이다. 물론 단순히 떠난 이를 기억하는 공간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이곳에 세워진 모아이 석상은 총 33개. 시작과 끝에 있는 석상 간의 거리가 아득할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석상의 크기는 6.5~9.5m에 이르며, 무게는 60t부터 120t까지 있다. 모두 조금씩 다른 얼굴과 몸집을 하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석상 아래에서 사진 한 장 남겨 봐도 좋겠다.


겨울에 더 화사한
나카지마공원 Nakajima Park

원래라면 공원의 겨울은 휴식기여야 한다. 그런데 삿포로 도심에 있는 나카지마 공원은 다르다. 듬성듬성 휑하기 마련인 나뭇가지 위로 하얀 세상이 담뿍 피어난다. 겨울 아침에도 북적이는 공원이 바로 이곳이다.

나카지마 공원 안에는 콘서트홀과 홋카이도립문학관, 메이지정부 당시 호텔이던 호헤이칸도 있어 곳곳에 들를 곳이 많다
나카지마 공원 안에는 콘서트홀과 홋카이도립문학관, 메이지정부 당시 호텔이던 호헤이칸도 있어 곳곳에 들를 곳이 많다

아이들은 천문대 옆 작은 언덕에서 연이어 눈썰매를 타고, 어른들은 나카지마 체육센터에서 스키 도구 세트를 무료로 빌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5,000그루의 나무가 계절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뽐낸다. 사계절 내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주는 곳. 특히 삿포로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홋카이도 신궁 축제 기간이 되면 공원은 축제장으로 변신해, 포장마차들이 여름밤을 환하게 밝힌다.


눈이 머무는 풍경
도요히라 강 & 호로히라 다리
Toyohira River & Horohira Bridge

눈이 가득 쌓이면 온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해지는 풍경도 있다. 나카지마 공원 바로 옆 도요히라 강변은 평소 러닝, 산책, 피크닉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1급수 하천으로 가을에는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매년 7월 말에는 불꽃축제가 열려 수많은 사람이 강변에 모인다
매년 7월 말에는 불꽃축제가 열려 수많은 사람이 강변에 모인다

폭설이 내린 직후에는 산책로 접근이 어렵기도 한데, 아무도 밟지 않은 강변의 눈 쌓인 모습은 시간이 내려앉은 풍경처럼 고요하다. 전망은 강을 가로지르는 호로히라 다리에서 보기 좋다.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일출을 본 장소로도 유명하다. 다리 위에 또 아치가 있는 특이한 구조인데, 진입이 가능할 때는 계단을 타고 아치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날이 맑으면 멀리 자리잡은 모이와산과 에니와산까지도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글·사진 남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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