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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의 크리에이터가 모여드는 지하 공간, 레귤러에서 주목해야 할 곳 5

2026.04.22. 10: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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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귤러는 청두 남부의 가오신구(高新區, 첨단과학기술구)에 조성된 라이프스타일 복합 공간이다. 외형만 보면 평범한 도시 공원처럼 보인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마작과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동네 주민들이 산책을 하는 모습도 여느 청두의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의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레귤러는 과거 매립지였던 부지를 재생해 만든 공간으로, 공원 아래쪽에 상업 시설을 숨겨 두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지면보다 한 단계 낮게 파인 정원을 중심으로 편집숍과 카페, 전시 공간이 둘러싸고 있으며, 계단과 골목, 작은 광장이 서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진다. 방문객은 공원을 산책하다가도 어느새 지하로 내려가 상점 사이를 걷게 된다. 마치 두더지가 땅속을 파고들듯, 공간 사이를 오가며 탐험하듯 이동하게 되는 구조다.

입점 브랜드 역시 전형적인 쇼핑몰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대형 체인보다는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숍, 그리고 청두 로컬 카페가 중심을 이룬다. 교토에서 시작한 커피 브랜드 아라비카(%, Arabica) 역시 이곳에 매장을 열었다. 아직 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진 장소는 아니다. 대신 청두의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공간에 가깝다. 최근 이곳이 다시 주목받은 계기는 Louis Vuitton이 레귤러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청두 시티 가이드북 개정판을 공개하면서였다. 전통적인 쇼핑몰이 아닌 공원형 상업 공간을 무대로 한 럭셔리 브랜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청두의 젊은 크리에이터들과 로컬 브랜드가 집결하는 문화적 허브로 자리 잡은 이곳, 일상의 밀도를 높여주는 레귤러의 매력적인 공간 5곳을 소개한다.

An ko rau
레귤러의 편집숍, 안 코 라우

안 코 라우는 '안락함'을 뜻하는 상하이 방언에서 이름을 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레귤러 내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인 무드를 대변한다. 스포츠와 아웃도어, 그리고 일상복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으로 이 계통의 유명 브랜드들의 편집숍이다. 지속 가능한 소재에 대한 관심이 도드라지며, 전체적으로 일상의 활기를 불어넣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내부는 인더스트리얼 무드 안에서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형태로 분리된다.

덕분에 곳곳을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곳의 의류는 활동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세련된 실루엣을 놓치지 않는다. 가벼운 러닝이나 요가뿐만 아니라 도심 산책에도 어울리는 기능성 웨어가 주를 이룬다. 특히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철학에 맞게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아이템들이 눈에 띄며, 매 시즌 자연의 색감을 닮은 감각적인 컬러 팔레트를 제안한다. 청두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가장 닮아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MEDISN
루이비통의 그곳, 메디슨

메디슨은 약국(Medicine)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콘셉트의 펍이자 카페다. 루이비통이 이곳에서 이벤트를 연 적이 있어 청두에서는 꽤나 이름난 명소다. 낮에는 커피와 수제 맥주를, 밤이면 멋진 바로 변신한다.

청두 중심부에 MEDISN 이란 동일한 이름으로 운영되는 바의 자매 매장이다. 공원의 정체성을 더해 낮과 밤을 모두 아우르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커피와 차 메뉴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더불어 20가지가 넘는 수제 맥주 또한 만날 수 있다.

약국처럼 긴 데스크와 테이블 없는 의자를 놓은 것이 특징으로, 그러나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정갈하고 차가운 느낌을 자아내 청두의 젊은 세대에서 인기가 많다. 낮에는 전면의 창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공간이면서도 외부 공간처럼 느껴지는 모호함이 매력적이다. 어느 각도에서나 직선적 아름다움이 돋보여 멋진 사진을 남기기에도 더없이 완벽하다.


Plain Store
순수한 감도, 플레인 스토어

플레인 스토어는 이름 그대로 '본질'에 집중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다. 일본과 유럽의 감도 높은 문구류, 도자기, 리빙 소품 등을 엄선하여 소개하며, 화려함보다는 오래 곁에 두고 쓸 수 있는 물건들의 가치를 전달한다. 노출 콘크리트 벽면과 나무 선반이 어우러진 정적인 공간은 방문객들에게 차분한 몰입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곳의 큐레이션은 섬세하다. 흔히 볼 수 없는 작가들의 공예품이나 미니멀한 디자인의 생활 가전 등은 일상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다. 특히 디자인 서적과 독립 잡지 섹션은 영감을 찾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인기가 높다. 화려한 청두의 밤거리와 대조되는 조용하고 정갈한 취향의 공간을 찾는다면 플레인 스토어가 정답이 될 것이다.


Lanlizi Patisserie
란리지 파티세리

란리지는 청두 지역에서 시작한 파티세리다. 프랑스 전통 제과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무스 케이크와 타르트가 이곳의 주력 메뉴다.

매장 내부는 마치 보석함처럼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며, 쇼케이스 안에 진열된 디저트들은 하나하나가 정교한 조각 작품을 연상시킨다.

이곳의 디저트는 계절감을 담은 식재료의 조합이 탁월하다. 과일의 산미와 크림의 부드러움, 바삭한 타르트지의 질감 등 맛의 층위가 매우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다. 특히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은 시그니처 케이크들은 포장 패키지까지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아, 청두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특별한 날을 위한 디저트'로 손꼽힌다. 달콤한 휴식이 필요한 오후에 가장 완벽한 선택지가 된다.


Artistsan
스페셜티 카페, 아티스트산

아티스트산은 예술적 영감과 장인 정신이 깃든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중국 동부의 항저우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청두에 상륙한지는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커피숍이다.

아티스트산은 커피보다 인테리어에 우선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유럽풍 빈티지 가구와 오브제로 공간을 꽉 채워넣었기 때문이다. 벽면을 꽉 채운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입구에 배치된 마리아상, 신단의 일부처럼 보이는 화려한 벽장 등 모든 것이 시대를 초월해 있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남다른 분위기가 폴폴 풍기기에 홀린듯 들어가게 되는 것이 특징. 내부에서는 층계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곳에서 입구의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어느 위치에서나 이색적인 사진이 나오는 카페다. 물론 커피 메뉴와 디저트 메뉴 또한 이름에 걸맞는 수준을 자랑한다. 디저트 중에서는 벨기에와플이 많은 추천을 받는 편이니,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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