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는 2008년 정점 이후 반등과 하락을 반복하다 최근 급감세를 보이면서 한국 시장 철수로 이어졌다.(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혼다의 황금기는 2008년이었다. 연간 판매 1만 2356대를 돌파하며 1987년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 처음으로 ‘1만 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륜차로 먼저 국내에 진출한 혼다는 2003년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4년 147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이후 연평균 약 68% 증가하며 2008년 정점을 찍었다.
이는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2010년 각각 1만 대를 돌파한 것보다 앞선 기록이다. 당시 혼다의 인기는 현재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않았다. 혼다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 그리고 시장 환경이 맞물린 결과였다.
가장 큰 요인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대표 모델 어코드를 3000만 원대 초반에 내놔 국산 준대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으로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었다.
여기에 높은 내구성과 경제성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일본차 특유의 낮은 고장률과 우수한 연비는 유지비 부담을 우려하던 소비자들에게 ‘부담 없는 수입차’라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독일차가 성능 중심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던 시기에 혼다는 실용성과 효율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혼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경기 침체로 과시적 소비가 줄고 합리적 소비가 확산하면서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혼다 차량에 수요가 집중됐다. 어코드와 CR-V 등 중형 세단과 SUV 중심의 라인업 역시 시장 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판매 확대를 견인했다.
정우영 전 혼다코리아 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매일 출근하면 본사에 공급 물량 확대를 요청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고 이후 회복과 하락을 반복하다 2017년 1만2 99대로 반등했지만 다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최근 성적은 초라하다. 2025년 1951대로 2004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올해 1분기에는 211대에 그쳤다.
혼다코리아의 부진은 한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에 뒤쳐진데다 제품 라인업의 부재, 전동화 전환 부진 등이 겹치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토헤럴드)
혼다의 급격한 부진에는 외부 환경과 내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19년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판매 감소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고 동시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품성 강화와 현대차·기아의 품질 상승이 맞물리며 입지가 빠르게 좁아졌다.
제품 전략의 한계도 지적된다. 어코드와 CR-V 등 일부 모델에 의존한 라인업은 다양성이 부족했고 전동화 전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합리적인 수입차’라는 기존 강점은 희석됐고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에서 정체성이 흐려지며 경쟁력을 잃었다.
혼다의 이탈로 한국 시장은 ‘일본차의 무덤’이 됐다. 미쓰비시는 2008년 진출 이후 2011년 철수했고 스바루 역시 2010년 진출 후 2012년 사업을 접었다. 닛산과 인피니티도 2020년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모두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국내 수입차 시장 구조는 세계 어느 곳보다 기술적, 디자인적 측면에서 속도감있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전동화 중심 브랜드로 재편된 상황에서 명확한 포지션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토요타가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며 살아 남아 있는 것 역시 대중과 프리미엄 시장을 아우르는 라인업이 잘 정비돼 있고 적절한 시기 한국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신차를 투입하며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한 때문이다.
혼다의 철수가 사업이 부진한 일부 수입 브랜드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브랜드 철수 이후 보증 수리와 부품 공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 의무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다른 수입차 브랜드로 이어져 몇 몇 불안한 수입 브랜드의 판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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