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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칼럼] 우리 모두가 벤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2026.04.27. 13: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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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 벤츠가 서울에서 세계 최초 공개한 신형 C 클래스 무대. 외부의 시선이 만들어낸 낡은 이미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메르세데 벤츠가 서울에서 세계 최초 공개한 신형 C 클래스 무대. 외부의 시선이 만들어낸 낡은 이미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삼각별은 한때 설명이 필요 없는 권력과 권위, 부의 상징이었다. 현대적 자동차 산업의 출발점이었고 140년 동안 기술과 품격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말하지 않아도 알아보는 차, 과시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신분을 만들어냈다. 삼각별 그 자체가 하나의 계급이었다.

한국에서 삼각별의 의미는 더 강했다. 경제 성장의 속도만큼 부가 축적되던 시기, 벤츠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도달해야 할 지점이었다. BMW와 경쟁했지만 결은 달랐다. BMW가 ‘운전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 벤츠는 ‘왜 타야 하는가’조차 묻지 않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 별의 무게가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숫자는 이를 숨기지 않는다. 인터브랜드 기준 2021년 8위였던 벤츠의 브랜드 가치는 2025년 10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도요타는 7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순위 변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느끼는 ‘의미의 밀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신형 C 클래스 글로벌 공개 행사는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울을 선택한 판단은 적절했지만 해석의 문제로 시끄럽다. 현재의 서울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이 만들어낸 낡은 이미지가 무대를 채웠다. 네온사인, 포장마차, 좁은 골목, 심지어 70~80년대 뒷골목의 음습한 기운까지 끌어왔다.

익숙하지만 얕았다. 지금의 서울은 전통과 초고층이 공존하고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며 절제와 과잉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도시다. 그러나 벤츠는 그 복잡성을 버리고 가장 단순한 코드만 남겼다. 미래를 말하는 전동화 C 클래스를 과거의 클리셰 위에 올려놨다. 이 조합이 어울린다고 판단한 벤츠 코리아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싶을 정도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벤츠는 지금 ‘사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온라인 판매 전환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판매 방식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플랫폼이나 전시장에서 계약금을 넣고 비대면으로 견적, 계약, 잔금까지 지불할 수 있는 방식이다. 

효율적이고 간결해 보이지만 문제는 벤츠 고객층이 효율을 사는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과정의 가치에 집착한다. 벤츠를 떠올린 순간부터 이미 가치를 소비하기 시작한다. 누가 어떻게 응대하는지, 어떤 말로 설득하는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까지 모든 비효율의 총합이 곧 벤츠의 가치였다.

영업사원이 어렵게 약속을 잡아야 하고 정장을 갖춰 입고 시간을 들여 설명하면서 “왜 벤츠를 타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그 과정 말이다.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상품성에만 있지 않고 이런 과정에도 숨겨져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구매 방식은 고급 호텔 로비에서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는 장면과 다르지 않다. 제품은 같지만 경험은 완전히 달라졌다. 소비자가 기대했던 ‘대접받는 느낌’은 사라졌다. 예전 시골 다방에서도 쌍화차를 시키면 대접이 달랐다. 맛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제공해 또 찾게끔 했다. 

삼각별의 가치는 단순히 기술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시간을 쓰는 방식, 설득하는 방식이 큰 몫을 했다. 최근 디자인에 대한 혹평에도 판매가 유지됐던 이유 역시 이 경험의 가치 덕분이었다.

벤츠는 온라인 판매를 먼저 도입한 호주에서 2021년 2만 8348대에서 2024년 1만 9989대로 감소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2025년 반등했지만 과거 3만 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같은 방식을 도입한 혼다코리아가 한국 철수를 결정한 것도 참고해볼 내용이다. 

서울의 싸구려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 올라선 C 클래스, 키오스크처럼 단순화된 구매 경험. 이 사이에서 소비자는 혼란스러워진다. 한때 사람들은 삼각별을 동경했다. 지금은 그 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묻고 싶다.

벤츠를 타든, 벤츠를 동경하든 이제 모든 사람들이 벤츠의 무가치함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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