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소비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캐나다 퀘벡에서 시행된 레몬법이 실제 적용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전기차 시대 소비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결함 차량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소비자가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문제 사례는 제너럴 모터스의 전기 SUV 쉐보레 '이쿼녹스 EV'에서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구매 이후 약 16개월 동안 충전 불량, 센서 오류, 주행 중 정지 등 반복적인 결함을 겪었고, 수차례 수리에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퀘벡 레몬법 기준상 동일 결함 3회 이상 수리 실패, 총 12회 이상 수리, 또는 30일 이상 수리 기간이 발생할 경우 결함 차량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환불이나 교환을 받기 위해서는 제조사와 법적 분쟁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만 달러 수준의 비용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해당 소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슈가 확산된 이후에야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제도가 작동했다기보다 외부 압력에 의해 해결된 사례로, 레몬법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퀘벡에서 시행된 레몬법이 실제 적용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전기차 시대 소비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쉐보레)
이 같은 문제는 해외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역시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2019년 도입됐지만, 실제 활용 사례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레몬법은 동일 하자 2회 수리 후 재발하거나, 총 3회 수리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신차 구매 시 제조사와 별도의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야 적용되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제도 적용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분쟁 해결 역시 간단하지 않다. 제조사와 소비자 간 하자 여부를 둘러싼 해석 차이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통한 판단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실제로는 교환·환불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자 시스템 의존도가 높고, 소프트웨어 기반 기능이 증가하면서 결함의 유형도 복잡해지고 있다. 충전 오류, OTA 업데이트 문제, 센서 및 ADAS 오류 등 기존과 다른 형태의 하자가 발생하면서 분쟁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차량 복잡도는 높아지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제너럴 모터스)
여기에 앞서 언급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 변화까지 더해지며, 차량 품질 문제는 단순 기계적 결함을 넘어 '시스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기존 레몬법이 전제하고 있는 결함 판단 기준과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핵심은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접근성'이다. 퀘벡 사례처럼 법이 있어도 비용과 절차 부담 때문에 활용하기 어렵다면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기능하기 어렵다. 국내 역시 제도는 마련됐지만, 소비자가 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차량 복잡도는 높아지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레몬법은 단순한 소비자 보호를 넘어 전기차 시장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과제는 제조사 책임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분쟁 해결 절차를 단순화하며, 소비자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전기차 시대의 경쟁은 기술뿐 아니라 신뢰에서도 결정된다는 부분에서, 레몬법은 그 신뢰를 지탱하는 더욱 중요한 요소로 주목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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