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커는 최근 서울 강남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브랜드 갤러리 운영에 돌입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출시 시계는 좀처럼 맞춰지지 않고 있다. 계획은 공격적이지만 현실은 더디고, BYD에 이어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 역시 같은 벽 앞에 서 있다.
지커는 최근 서울 강남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브랜드 갤러리 운영에 돌입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첫 출시 모델로는 중형 전기 SUV '7X'를 낙점했다. 국내 시장에서 SUV 선호도가 절대적인 만큼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지커 측도 한국 시장 반응에 따라 MPV '009', 슈팅브레이크 '007 GT', 대형 SUV '8X'와 '9X' 등 추가 라인업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핵심 변수는 여전히 인증이다. 지커코리아는 지난 3월 한국 출시 계획을 공개하며 7X 인증 절차가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시 분위기만 놓고 보면 상반기 내 출시 기대감이 형성됐다. 하지만 5월 현재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마케팅은 본격화됐음에도 실제 판매 일정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지커코리아는 지난 3월 한국 출시 계획을 공개하며 7X 인증 절차가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불과 얼마 전 BYD가 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BYD는 한국 진출 초기 공격적인 일정표를 제시했지만 실제 인증과 보조금, 판매 준비 과정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외부에서 보면 단순한 행정 절차처럼 보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인증이 결코 만만한 관문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단순 차량 인증만으로 끝나지 않는 부분이 주목된다. 환경부 보조금 산정, 주행거리 인증, 충전 성능 검증, 안전 관련 절차, 서비스 준비, 부품 공급 체계까지 동시에 맞물린다. 특히 해외 브랜드 입장에서는 국내 기준에 맞춘 세부 사양 조정까지 추가될 수 있다. 중국 내 인증이나 유럽 인증을 마쳤다고 곧바로 한국 판매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여기서 문제는 시간이다. 전기차 시장은 타이밍 산업에 가까운 구조이다. 가격 정책, 보조금 규모, 경쟁 차종 출시 일정, 소비 심리 변화가 빠르게 움직인다. 인증이 길어질수록 시장 진입 전략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인증이 결코 만만한 관문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지커 7X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중형 전기 SUV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5·EV6', 테슬라 '모델 Y', 수입 브랜드 전기 SUV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출시 시점이 늦어질수록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남는다. 중국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느냐다. 한국은 전기차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이지만 동시에 소비자 눈높이도 높다. 가격 경쟁력만으로 접근하기 어렵고, 서비스 네트워크와 브랜드 신뢰도, 중고차 잔존가치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인증 지연까지 겹치면 소비자 기대감은 빠르게 피로감으로 바뀔 수 있다.
지커코리아는 한국 시장 첫 출시 모델로 중형 전기 SUV '7X'를 낙점한 바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물론 인증 절차를 철저히 거치는 것은 시장 보호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당연한 과정이다. 문제는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 전략이 종종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정표 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BYD가 남긴 가장 현실적인 교훈은 하나다. 한국 시장 진출은 발표보다 실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커 역시 강남 쇼룸 개관과 브랜드 마케팅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짜 출발선은 인증 완료와 실제 고객 인도 시점이다. 중국 전기차의 한국 공략이 이제 시작됐다고 하지만, 그 시작선에 제대로 서기까지는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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