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험프리스(Simon Humphries) 렉서스 최고 브랜딩 책임자(CBO) 겸 디자인 총괄이 7일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에서 열린 행사에서 3열 전기 SUV ‘TZ’를 소개하고 있다. (김흥식 기자)
[일본 시모야마=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렉서스는 특정 파워트레인을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전동화 전략을 총괄하는 사이먼 험프리스(Simon Humphries) 최고 브랜딩 책임자(CBO)가 최근 인터뷰에서 렉서스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 하나의 파워트레인에 집중하지 않고 시장 상황과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다시 복잡한 국면에 들어섰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하이브리드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EV 전환이 늦다'는 평가를 받았던 토요타·렉서스의 멀티 패스웨이 전략이 재조명받는 이유다.
멀티 패스웨이 전략 재조명 “고객이 답이다”
사이먼 험프리스 렉서스 CBO는 “고객마다 요구가 모두 다르다”며 시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강조했다. (김흥식 기자)
험프리스는 이에 대해 “멀티 패스웨이 전략 자체가 해답”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가별·고객별로 요구가 모두 다르다”며 “고객 A와 B, 그리고 다른 국가 고객 C의 니즈는 전혀 같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각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EV와 하이브리드의 병행 전략 수준이 아니다. 렉서스는 지금도 ‘파워트레인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동화 역시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 방식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실제 렉서스가 최근 강조하는 키워드 역시 ‘디스커버(Discover)’다. 지난해 재팬 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 메시지는 단순한 브랜드 캠페인이 아니라 렉서스 내부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험프리스는 “디스커버는 새로운 철학이라기보다 우리가 원래 무엇을 잘해왔는지를 다시 발견하는 작업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 첫 LS가 등장했을 당시 렉서스는 유럽 럭셔리 브랜드와 완전히 다른 접근을 했다”며 “제품과 판매 경험을 하나의 새로운 가치로 결합했고 그것이 렉서스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전동화 "친환경 전환이 아닌 새로운 경험"
렉서스 플래그십의 개념을 재정의한 ‘LS 콘셉트’. 렉서스는 전동화를 단순 친환경 전략이 아닌 공간 혁신과 고객 경험 확장을 위한 기술로 정의하며 미래 럭셔리 모빌리티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흥식 기자)
흥미로운 부분은 렉서스가 전동화를 단순히 친환경 기술 전환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험프리스는 “고객이 새로운 럭셔리 경험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것이 렉서스의 역할”이라며 “전동화는 고객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가 소프트웨어·UX·AI 기반 EV 경험을 빠르게 강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차별점을 제시했다.
험프리스는 “렉서스 EV의 핵심은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심, 해변, 비즈니스, 가족 이동 등 어떤 라이프스타일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차량 사용 방식 자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험프리스는 특히 EV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EV 브랜드들이 차량을 ‘움직이는 디지털 거실’처럼 접근하는 흐름과는 다른 해석이어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험프리스는 “차 안에서 멀티미디어·향기·사운드 같은 경험도 중요하지만 운전 자체의 즐거움 역시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렉서스는 고객 니즈 예측 능력과 뛰어난 주행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효율 경쟁보다 선택의 다양성에 집중할 것"
사이먼 험프리스 렉서스 최고 브랜딩 책임자(CBO) 겸 디자인 총괄이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렉서스의 미래 전동화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험프리스 CBO는 “전동화는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과정”이라며 “렉서스는 EV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식 기자)
이번 인터뷰를 통해 렉서스가 단순히 EV 판매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전동화 이후의 럭셔리’를 정의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들이 가격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렉서스는 여전히 ‘감성’과 ‘경험’, 그리고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험프리스가 언급한 미래 전동화 전략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자동차 역시 그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화는 단순히 엔진을 배터리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구조와 사용 경험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라며 “엔진이 사라지면서 휠베이스를 늘리고 새로운 실내 구성을 만드는 등 완전히 새로운 가치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렉서스가 바라보는 미래 EV 시장은 ‘효율 경쟁’보다 ‘선택의 다양성’에 가깝다. 세단·SUV·MPV의 경계가 무너지고 전동화 플랫폼 기반으로 새로운 럭셔리 형태가 등장하는 시대다. 험프리스는 “지금은 자동차 산업이 굉장히 흥미로운 시기”라며 “이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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