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떨어지는 줄 모르는’ 집중력은 인간만의 점유물이다. 턱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현생 유인원은 물론,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 고인류에게도 현생 인류처럼 뚜렷한 턱은 없다. 그런데 왜 인간에게만 턱이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다.
턱은 현대 인류의 매력 포인트?
그간 턱의 기능을 두고 다양한 가설이 제시됐다. 음식을 씹을 때 아래턱에 가해지는 압력을 견디기 위한 일종의 보강재 역할을 한다는 주장, 복잡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한 구조라는 주장,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성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미국 버펄로대 연구진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턱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 ‘적응’이 아니라, 얼굴 구조가 변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진화의 부산물’이라는 내용이다.
노린 본 크래몬-타우바델 미국 버펄로대 교수는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을 만들다보면 계단 아래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긴다”며 “턱 역시 직접적인 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닌 두개골의 다른 부분에 생긴 변화로 인해 우연히 진화한 ‘스팬드럴’”이라고 설명했다.
스팬드럴은 원래 건축 용어다. 둥근 아치를 만들면 아치 사이에 삼각형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기는데, 이 공간은 원래 목적이 아니라 구조물을 만들다 부수적으로 발생한 결과물이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어떤 형질이 직접적인 적응 결과가 아닌 다른 변화의 부산물로 나타났을 때 이 용어를 사용한다.
턱은 진화 중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물?
크래몬-타우바델 교수팀은 인간과 여러 현대 유인원을 포함한 총 532개의 두개골 표본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아래턱 앞부분인 하악결합부를 중심으로 턱 돌출 정도, 얼굴 길이, 치열 구조, 하악골 비율 등 턱 형성과 직접 관련된 9가지 형질을 찾아냈다. 이후 이 형질들이 특정 방향으로 자연선택을 받아 진화했는지, 아니면 비교적 무작위적인 변화 패턴을 보이는지를 진화 모델을 통해 비교했다.
턱이 적응의 결과로 생겼다면, 다른 얼굴 구조와 별개로 진화해야 하고 씹기, 구조 강화 등 특정 기능에 맞는 방향성 변화가 보여야 한다. 이와 달리 스팬드럴한 변화라면 독립적 선택 흔적이 약하고, 전체 얼굴 변화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분석 결과, 9개 형질 중 일부는 선택 신호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특정 기능을 위한 진화보다는 얼굴 전체 구조 변화에 따라 부수적으로 나타난 특징에 가까웠다.
인간 진화 과정에서는 여러 변화가 동시에 일어났다. 뇌 용량이 커지면서 두개골 형태가 바뀌었고, 익힌 음식과 부드러운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치아와 턱은 점차 작아졌다. 얼굴은 전반적으로 평평하고 짧아졌으며, 혀와 기도 구조 역시 재배열됐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들이 함께 일어나는 과정에서 아래턱 앞부분만 상대적으로 남게 되면서 현대 인류 특유의 돌출된 턱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목적이 불명확한 진화도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인간 신체의 모든 특징이 반드시 명확한 목적을 위해 진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턱이 생존 전략의 산물이 아닌, 얼굴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남겨진 흔적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구가 턱이 아무 기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턱 구조가 턱뼈 안정성이나 발성 과정 등에 일부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기능으로 인해 처음 진화했다’는 다른 이야기다.
크래몬-타우바델 교수는 “침팬지와 마지막 공통조상 이후 인간에게 나타난 변화는 턱 자체에 대한 자연선택 때문이 아니라, 턱과 두개골의 다른 부분에 작용한 선택의 결과”라며 “‘왜 인간에게 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어쩌면 ‘턱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것들이 변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 권예슬 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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