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경쟁이 기존 판매 가격과 주행거리에서 충전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전기차 시장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한동안 판매 가격과 주행거리 경쟁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이제 충전 속도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BYD는 최근 자사의 메가와트급 초급속 충전 기술 적용 범위를 주력 판매 전기차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플래그십 또는 상위 세그먼트 전기차 중심 기술로 여겨졌던 초고속 충전 성능을 대중형 볼륨 모델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BYD는 최근 공개한 메가와트급 플래시 충전 시스템을 중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인 '위안 플러스(Yuan Plus, 해외명 아토 3)' 등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BYD는 최근 공개한 메가와트급 플래시 충전 시스템을 중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인 '위안 플러스(Yuan Plus, 해외명 아토 3)' 등으로 확대할 전망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BYD의 플래시 충전 기술 핵심은 블레이드 배터리 2.0과 초고출력 충전 인프라 조합이다. 회사 측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약 5분 충전으로 최대 400km 수준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CLTC 기준 일부 모델은 최대 600km 이상 주행거리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YD의 이 같은 전략은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 상품성 개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변화는 생각보다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무기는 가격이었다. 특히 중국 시장은 이 경쟁이 가장 극단적으로 전개된 곳이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이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고, BYD 역시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수익성이 훼손되고 브랜드 가치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다음 경쟁 포인트를 찾게 된다.
BYD의 플래시 충전 기술 핵심은 블레이드 배터리 2.0과 초고출력 충전 인프라 조합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BYD가 꺼낸 카드는 충전 속도다. 회사가 제시한 방향은 명확하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차 주유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 BYD가 최근 선보인 메가와트급 플래시 충전 시스템은 약 5분 충전으로 수백 km 수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는 충전 시간이었다. 주행거리가 늘어나도 충전 시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장거리 이동 시 충전 대기 부담, 충전소 접근성 문제, 충전 속도 편차 등은 여전히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BYD는 이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적용 대상이다. 초급속 충전 기술이 일부 고급 모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판매량이 높은 주력 모델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다. 기술 과시가 아니라 대중화 전략이라는 의미다.
BYD의 메가와트급 플래시 충전 시스템은 약 5분 충전으로 수백 km 수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이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대중 시장으로 끌어낸 대표 브랜드지만 충전 시간 문제는 여전히 내연기관 대비 약점으로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E-GMP 플랫폼 기반 800V 초급속 충전 기술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확보해 왔다.
하지만 BYD가 메가와트급 충전 기술을 대중형 모델까지 확산시키면 경쟁 기준 자체가 다시 바뀔 수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더 민감한 변화가 될 수 있다.
BYD는 이미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공략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주요 경쟁력 가운데 하나였던 충전 속도가 더 이상 독점적 강점이 아닐 가능성이 생긴다.
전기차 경쟁은 이제 단순히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다시 출발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물론 현실적인 변수도 있다. 차량 기술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메가와트급 충전은 차량 성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초고출력 충전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중국에서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어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역별 속도 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흐름은 분명하다. 전기차 경쟁은 이제 단순히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다시 출발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키웠다면, BYD는 전기차의 마지막 불편을 없애려는 경쟁에 들어간 셈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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