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BYD의 돌풍이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 시장의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한국 자동차 시장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판매 증감 수준이 아니다. 시장 권력 구조 자체가 바뀌는 흐름이다.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한 국산 브랜드가 그동안 누려왔던 안방 프리미엄이나 애국 소비에 기대서는 시장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내수 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기아와 테슬라였다. 기아가 내수 판매에서 현대차를 앞선 것이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테슬라가 국내·수입 브랜드를 통틀어 내수 3위 브랜드로 뛰어오른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테슬라는 단 두 개 모델만으로 한국GM, 르노코리아, KGM의 4월 내수 판매 대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차를 팔았다. 테슬라에 BYD까지 가세한 효과로 4월 수입차 신규 등록은 전년 동월 대비 58.1% 급증했다.
유럽 디젤차에 안방 내준 이후 처음 전기차에 1위 내줘
국산과 수입을 합친 전체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22.5%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순수 전기차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4월 수입 전기차 등록 대수가 국산차보다 많았다. 국산 전기차의 우위가 무너진 첫 달이자 국산차 절대 우위’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이상으로 위협적인 존재는 중국 브랜드다. BYD는 4월 수입차 시장 점유율 5.95%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72.6%에 달한다. 지커(Zeekr) 등 또 다른 중국 브랜드가 본격 판매에 돌입하면 시장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국산 전기차는 가격과 보조금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고 테슬라는 브랜드 파워와 충전 생태계, 소프트웨어 경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디젤차로 수입차가 특정 카데고리에서 국산차를 압도한 사례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수입차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를 팔기 시작한 현대차와 기아가 상당한 격차로 뒤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 ㆍBYD 돌풍에 獨 3사까지 휘청
테슬라와 BYD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벤츠·BMW·아우디·포르쉐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오토헤럴드)
테슬라와 BYD 돌풍에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는 브랜드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여전히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존재감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실제 올해 1~4월 누적 기준 BMW 점유율은 30.82%에서 22.41%로 낮아졌고 벤츠 역시 24.49%에서 17.79%로 하락했다. 불과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이 이렇게 하락하는 사례는 세계 어떤 시장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포르쉐는 누적 판매가 전년 대비 20.7% 감소했고 볼보와 렉서스 등 기존 강세 브랜드들도 점유율을 테슬라와 BYD에 내주고 있다. 수입차 시장 주도권이 기존 벤츠·BMW 중심 독일 프리미엄 체제에서 테슬라·BYD 중심 전기차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에 분명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현대차와 기아를 국산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상품성에 대한 만족도 이전에 전국적인 AS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 그리고 애국 소비 심리가 결합된 결과였다.
국산차니까 산다? 애국 소비의 시대 끝
하지만 지금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달라졌다. 가격은 물론 충전 인프라와 OTA 업데이트, 소프트웨어 완성도, 전비 효율, 브랜드 경험 같은 요소들이 구매 결정의 핵심이 되고 있다.
테슬라와 BYD의 성장세는 이제 소비자들이 단순히 ‘국산차니까 산다’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는 브랜드 국적보다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변화는 '국산차는 무조건 안전한 선택'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더 이상 안방 시장과 애국 소비 심리에 기대서는 안 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지금 절반쯤 뒤집혀져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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