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확산과 함께 차량 데이터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신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자동차는 오랫동안 개인에게 가장 사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였다. 어디로 이동했는지,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외부에 설명할 필요가 없는 폐쇄적 공간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이 전제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제너럴모터스(GM)의 온스타(OnStar) 논란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GM은 커넥티드 서비스 과정에서 수집한 운전자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한 문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1275만 달러, 한화로 약 190억 원 규모 합의에 나섰다. 논란이 된 정보에는 위치 데이터와 운전 습관 관련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커넥티드 서비스 과정에서 수집한 운전자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한 문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1275만 달러, 한화로 약 190억 원 규모 합의에 나섰다(오토헤럴드 DB)
표면적으로 보면 특정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관점에서 보면 이 사안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문제는 GM 한 곳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구조 자체가 이미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과거 자동차 경쟁의 핵심은 비교적 분명했다. 엔진 성능과 승차감, 주행 안정성, 연료 효율, 안전 사양 등이 소비자 선택의 중심이었다. 제조사가 경쟁력을 입증하는 방식 역시 기계적 완성도를 얼마나 끌어올렸느냐에 집중됐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이 다르다. 자동차는 더 이상 완성된 기계를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며 차량 출고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바뀌고, AI 기반 음성 비서가 운전자와 대화하며, 앱을 설치해 차량 기능을 확장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은 자동차가 스마트 디지털 플랫폼에 까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테슬라가 이 흐름을 앞당겼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폭스바겐,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현대차가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역시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 운영체제와 생성형 AI 기반 인터페이스, 앱 확장형 차량 환경은 자동차가 점점 스마트 디지털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동차가 수집하는 정보의 범위다. 커넥티드카는 단순히 차량 상태 정보만 기록하지 않는다. 위치와 이동 경로, 급가속과 급제동 패턴, 운전 시간, 공조 사용 습관, 인포테인먼트 이용 기록까지 추적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운전자의 생활 패턴 상당 부분을 추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커넥티드카는 기술적으로 운전자의 생활 패턴 상당 부분을 추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그리고 이 같은 정보는 분명히 더욱 편안한 자동차를 만든다. 고장 예측과 맞춤형 서비스, 정밀 내비게이션, OTA 업데이트, 개인화 기능 등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작동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는 더 똑똑하고 더 편리해진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자동차 제조사는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험업계는 운전 습관 기반 상품 개발 가능성을 본다. 플랫폼 기업들은 개인화 서비스 확대를 이야기한다. 소비자는 편의를 얻는 대신 자신의 이동 기록과 운전 습관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GM 사례가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법적 합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 신뢰 문제다. 차량이 나를 돕는 존재인지, 아니면 나를 기록하는 플랫폼인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OTA 업데이트와 AI 비서, 차량 구독 서비스, 앱 생태계 확장이 가속화될수록 데이터는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자산이 된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특히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이런 논쟁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OTA 업데이트와 AI 비서, 차량 구독 서비스, 앱 생태계 확장이 가속화될수록 데이터는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자산이 된다.
자동차 산업은 오랫동안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조용하고, 얼마나 안전한가를 경쟁해 왔다. 그리고 향후에는 다른 질문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기능을 제공하느냐보다 소비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인가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