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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공식 깬 고성능 하이엔드 전기차 목록, ‘감성적 오브제’로 진화

2026.05.15. 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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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엘레트라. (로터스) 로터스 엘레트라. (로터스)

[오토헤럴드 정호인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차량 색상은 오랫동안 ‘무채색’의 영역이었다. 흰색과 검정, 회색 중심의 무채색은 높은 중고차 잔존가치와 보수적인 소비 성향이 결합하며 사실상 정답처럼 여겨졌다. 특히 고가 차량일수록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무채색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전동화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와 함께 자동차 색채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엔진 사운드와 기계적 감성이 사라진 자리를 디자인과 디지털 경험이 채우면서, 컬러는 브랜드 철학과 소비자 취향을 드러내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최근 하이엔드 전기차 브랜드들은 강렬한 유채색과 정교한 비스포크 컬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자동차를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디자인 오브제’로 재정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터스다. 로터스 에메야와 엘레트라는 브랜드 고유의 레이싱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컬러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강렬한 옐로와 딥 그린 컬러는 과거 로터스 레이싱카의 상징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공기역학적 차체 디자인과 결합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하이퍼 GT를 표방하는 에메야는 패스트백 실루엣과 액티브 에어로 파츠를 밝은 유채색과 조합해 입체적인 조형미를 극대화했다. 엘레트라 역시 SUV 특유의 무게감을 경쾌한 컬러로 상쇄하며 브랜드 정체성인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로터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로터스)

제네시스의 고성능 트림인 ‘마그마’는 기존 브랜드가 추구해 온 ‘역동적인 우아함’에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더하며 그 정체성을 ‘오렌지’ 컬러로 정의했다. GV60 마그마 콘셉트에 적용된 ‘마그마 오렌지’는 용암이 끓어오르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색상으로, 강렬한 에너지와 고성능 전기차의 역동성을 표현한다.

오렌지 컬러는 와이드 펜더와 대형 공기흡입구 디자인과 결합해 시각적 속도감을 극대화하며, 실내 스티치와 안전벨트 등 세부 요소까지 통일감을 부여해 고성능 감성을 완성한다.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 폴고레. (로터스)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 폴고레. (로터스)

마세라티는 보다 감성적인 접근을 택했다. 전동화 라인업 ‘폴고레(Folgore)’는 원색 대신 파스텔 계열 컬러를 중심으로 우아함과 예술성을 강조한다.

고성능 전기 컨버터블 그란카브리오 폴고레는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블루와 베이지, 아이보리, 로즈 골드 컬러 등이 적용되며, 오픈톱 구조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이는 전기차 시대에도 마세라티 특유의 GT 감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루프를 열었을 때 외장 컬러와 실내 장식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다. 가죽 시트의 질감과 헤드레스트에 새겨진 삼지창 로고의 색상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컬러 매칭은, 전기차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이탈리안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롤스로이스 스펙터 블랙 배지. (로터스) 롤스로이스 스펙터 블랙 배지. (로터스)

초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는 컬러를 ‘개인 서사’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브랜드 최초 전기차 스펙터는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해 수만 가지 이상의 색상 조합을 제공한다.

고객은 특정 예술 작품이나 기억 속 풍경의 색감을 차량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으며, 수작업 코치라인과 특수 도료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동차를 완성한다. 롤스로이스에게 컬러는 단순한 도장이 아닌 ‘창작’ 그 자체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 패키지. (로터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 패키지. (로터스)

포르쉐는 컬러를 통해 자신들의 뿌리인 모터스포츠 DNA를 전기차 시장에 이식하고 있다. 타이칸의 고성능 버전인 ‘바이작 패키지’ 등에서 보여주는 보라색 계열의 포인트 컬러가 그 예다. 이는 과거 전설적인 레이싱카들이 입었던 컬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정지 상태에서도 달리고 있는 듯한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

포르쉐의 컬러 마케팅은 차체 전체를 덮는 도장뿐만 아니라 로고, 브레이크 캘리퍼와 휠, 실내 그래픽, 안전벨트까지 이어지는 세밀한 컬러 매칭은 운전자에게 레이싱 머신에 탑승한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결국 전동화 시대 자동차 컬러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 그리고 소비자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고 있다. 과거 중고차 가격 방어를 위한 무채색 공식이 지배했다면, 이제는 컬러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과 감성을 드러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호인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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